독박 육아 끝장낼 엄마 정치(1) 양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2017.04.24 18:20 양선아 Edit
 » 22일 오전 11시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엄마 정치’ 집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발언하고 있다. xeno@hani.co.kr
 » 22일 오전 11시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엄마 정치’ 집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발언하고 있다. xeno@hani.co.kr
‘엄마 정치 집담회’ 후기(1) 
 
“조리원은 천국이었습니다. 아이와 집으로 돌아온 후엔 두 시간마다 모유수유 해야 하고, 두 시간마다 깨야 하고. 배앓이를 한다고 밤새 울고…. 그런데 남편은 자고 있고. (엄마가 된 뒤) 당연하지 않은데 당연한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경력단절이라는 상실감이 너무 커서 제 인생이 없어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제 후배들한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조건 일을 하라고 말을 합니다.”
“각자도생 사회에서 육아의 부담을 오롯이 부모에 넘기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것이죠. 부모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촛불광장에서 했던 것처럼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의 한 회의실에 엄마 30여 명이 모였다. 이 자리는 <한겨레> 토요판에 ‘장하나의 엄마정치’(http://goo.gl/B5R5yu)를 연재하고 있는 장하나 환경운동연합 권력감시팀장(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에스엔에스(SNS)에서 ‘자신이 엄마라서 겪은 부조리’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고 정치적인 해결책을 찾아보자며 엄마 집담회를 제안해 만들어졌다. (엄마 정치 페이스북 주소는 http://goo.gl/jA7O50)
장 팀장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은 이날 집담회의 주제로 ‘엄마의 삶 그리고 정치: 도박육아 대 평등육아’로 내세웠다. 
 
10살, 8살 두 아이를 키우는 나 역시 이날 기자이자 엄마로서 이 자리를 찾았다. 집담회에 가기 전 살짝 고민했다. 토요일은 내가 두 아이와 가장 평화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날이다. 주중 내내 늦게 퇴근하고 정신없이 바쁜 엄마가 늦잠도 자고 두 아이를 부둥켜안고 거실에서 여유롭게 뒹굴거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런데 엄마가 토요일마저 어딘가에 가겠다고 하면 두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했다. 며칠 전 10살 딸은 늦은 밤잠도 자지 못하고 써야 할 기사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엄마를 보며 “엄마는 왜 밤에 푹 쉴 수 없는 직업을 선택한 거야? 밤에는 잠을 자야지. 난 엄마랑 함께 자고 싶은데…”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두 아이의 불만이 예상됐지만 이번 자리는 꼭 가야만 할 것 같았다.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쓰던 안 쓰던 일단 가서 엄마들의 함께하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한겨레>에 ‘엄마 정치’라는 주제로 글을 쓸 용기를 낸 장 팀장에게 뭔가 힘이 되고 싶었다. 남편에게 두 아이와 나 대신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을 당부하며 택시를 타고 집담회 장소를 찾았다. 
집담회에 가니 서울 각 지역, 경기도 시흥시, 세종시에서 온 이도 있었고, 멀리 울릉도에서 이 행사 참석 시간을 남편에게 생일 선물로 받아 온 이도 있었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 아직 생후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안고 온 엄마,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온 엄마 등 다양했다. 
 
이날 집담회는 장 팀장이 자신이 국회의원을 할 때 임신출산육아를 하며 겪은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2년 전 딸을 출산한 장 팀장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임기 중에 출산한 첫 국회의원이다. 그는 “청년비례대표였던 제가 국회의원이 된 뒤 임신을 했다고 하면 ‘여자를 뽑아놓으니 애 낳고 쉰다.’라는 말을 들을까 봐 (임신에) 스스로 당당하지 못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작은데 연연했다”고 후회했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한 여성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당당하게 모유수유를 한 모습을 보며, 당시 자신이 엄마 정치인으로서 당당하게 행동했다면 ‘엄마 정치’라는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20대 국회의원 평균 재산이 41억원이고 평균 연령은 55살이며 83%가 남성”이라며 “엄마들을 대변하기 위한 구조는 애초에 없으며, 엄마들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세력화가 된다면 정치인들도 엄마들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 팀장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머릿속에서 많은 질문이 툭툭 튀어나왔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인데, 왜 국회의원의 대다수는 남성인 걸까? 아이를 낳고 키우며 많은 엄마가 ‘독박 육아’라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아우성치는데, 그런 엄마들의 고충을 전면에 내세우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주는 정치인은 왜 없는 걸까? 여성 국회의원들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일 텐데, 왜 그들이 임신출산육아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에 대한 얘기들을 안 하는걸까?’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이어서 '엄마 정치 집담회 후기 2'를 올리겠습니다. 

 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
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