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동안 잘 자라준 아이도, 잘 키운 나도 토닥토닥

첫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2008년 첫 아이를 출산하고 모유수유를 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초등학교 입학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린이집에 처음 보낼때도 과연 이 아이가 어린이집 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 투성이었는데, 이제는 어리기만 한 이 아이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8살이라고 해도 아직도 엄마가 늦으면 엄마 보고 싶다고 울어대고, 주말에는 엄마에게 껌딱지처럼 붙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이가 2주째 눈물 바람이다. 가끔씩 아이의 예민함이 도지면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내 가슴을 찢어놓는다. 이번에도 그런 시기가 온 것 같다. 이유가 불분명하다. 처음에는 어린이집에서 점심 시간에 밥을 많이 준다며 울기 시작했다. 담임 선생님에게 밥을 조금만 달라고 요청했고, 담임 선생님께서도 밥 양을 줄였다고 하셨다. 아이가 우쿨렐레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하다 손에 물집이 생겼다. 아이는 손에 물집이 생겨 아프다고 울었다. 당분간 우쿨렐레 연습을 하지 말라고 했다. 이제는 엄마가 늦게 집에 오니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운다.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해서 몇 시까지 올 수 있는지 확인한다. 일찍 귀가할 수 있는 요일과 늦게 귀가하는 요일을 구별해서 확인하고 확인한다. 또 늦게 귀가하더라도 반드시 자고 있는 본인을 깨워 엄마가 집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기를 요구했다. 밤 늦게 집에 도착하면 아이가 쓴 편지가 문 앞에 테이프로 떡 하니 붙여져있다. “엄마, 왜 11시까지 오기로 했는데 이렇게 늦어? 내일은 꼭 일찍 오기로 약속했다~약속~ 엄마 정말 정말 사랑해. 내일 일찍 오기로 싸인해”와 같은 편지가 이어진다. 싸인란에 나는 싸인을 하고 딸과의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다짐한다. 아이가 요구하는 대로 나는 자는 아이를 깨워 “엄마 왔다”고 알리고 꼭 껴안아줬다. “사랑해, 사랑해”를 되뇌이고 “걱정하지 말고 자”라고 말해준다. 아이가 모든 문제에 예민하니 잠도 잘 잘리가 없다. 수시로 깨고 자다가 깨서 “내일 꼭 선생님에게 밥 조금 달라고 말해달라”고 하면서 아이는 운다. 급기야는 목감기와 코감기에 동시에 걸려 일주일 넘게 앓고 있다. 밤새 열이 나는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이고, 울면서 자꾸 보채는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느라 나 역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몸이 정말 피곤하다. 이 모든 일들이 아동 학대 사건 관련 기사를 써야 하고, 사회가 시끄러운 와중에 일어났다. 그렇게 정신없는 2~3주가 흘렀다. 아, 정말 아이가 크면 모든 것이 쉬워질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다. 내가 어떻게 행동을 취할지 선택하면 되니까. 그런데 아이가 계속 울고 힘들어하고 그 이유도 불분명하면 정말 속이 뒤집어지고 힘들다. 아이의 슬픈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인정해주고 싶은데 이론처럼 잘 되지 않는다. 아이는 그냥 엄마가 보고 싶어 우는 것이고, 또 여러 문제가 있어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인데, 나는 아이가 울면 꼭 내가 그 아이에게 뭔가 부족한 엄마인가 하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든다. 아마도 이것이 직장맘의 죄책감일 것이다. 엄마의 죄책감에 관련된 기사를 취재한 적도 있고, 직장맘에게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비생산적인지를 나는 잘 알고 있다. 최대한 이 죄책감에서 해방되려고 노력하지만, 아이가 울어대면 결코 그것이 쉽지 않게 된다. 그래도 과거에 내가 쓴 죄책감 관련 기사를 다시 읽으면서 죄책감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http://babytree.hani.co.kr/?act=dispMediaContent&mid=media&search_target=title_content&search_keyword=%EC%A3%84%EC%B1%85%EA%B0%90&page=2&document_srl=136272)
 
아이는 3월이면 집 앞에 있는 공립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이의 예민한 모습을 보니 더욱 더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점심 시간에 또 이렇게 밥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쩔지, 또 지금보다는 더 빡빡한 스케줄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 이런저런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걱정은 불안을 낳고 불안은 또 두려움을 낳는다. 그래서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래서 과감하게 오늘은 걱정을 떨쳐버리고 “잘 될거야”를 되뇌인다. 그리고 7년동안 건강하게 잘 자라준 아이를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가끔씩 예민함이 발동하지만 딸은 밝고 천진난만하고 다정한 아이다. 춤추는 것도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는 아이다.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아이다. 지금 예민하게 구는 것만 바라보지 말고, 이제까지 잘 해온 것만 꼽아본다. 7년동안 키우면서 힘들었던 것보다 이 아이로 행복했던 때가 훨씬 더 많다.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절로 든다. 아이가 우는 것이 “엄마 탓이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에게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되뇌인다. 또 7년이라는 시간동안 한 아이를 이렇게 잘 키우면서 직장 생활도 꿋꿋하게 잘 해온 나를 스스로 격려한다. 이 정도도 괜찮고, 잘 해냈다고 말이다. 이 정도면 좋은 엄마이고, 이 정도면 괜찮은 기자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죄책감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선언한다. 
 
오전에는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 교실 설명회가 있었다. 설명회가 끝나고 학교에 함께 아이를 보낼 다른 엄마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한 엄마가 직장맘인데 “아무래도 제가 회사를 그만둬야 할 것 같아요. 애가 도대체 준비물이나 잘 챙길 수 있을지 걱정이예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회사를 왜 그만둬요? 일 년만 주변의 협조를 잘 구해서 이겨내면 괜찮대요. 우리 잘 할 수 있을거예요. 재취업이 얼마나 힘든 나라인데, 일을 그만두다니요. 우리 절대 일 그만두지 말고 잘 해내봐요.”라고. 처음 보는 사이인데 단호하게 일을 그만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나를 그 엄마는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일하는 여자들에게 경력 단절의 위기는 아이를 출산했을 때 1차로, 또 초등학교 입학시켰을 때 2차로 온다. 출산하고 나서 보육 기관이나 아이 돌보미를 통해 영유아 시기를 잘 지냈다 하더라도, 학교 입학해서 아이를 적응시켜야 할 때 제 2의 위기가 오는 것이다. 학교에 들어가면 본격적인 학습이 시작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직장맘의 죄책감은 극대화된다. 그래서 주변의 협조가 절실하다. 양육과 가사는 단순히 엄마의 책임이 아니다. 모든 가족이 함께 분담해서 아이의 초등학교 생활 적응을 돕고 학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게 하면서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나를 포함한 초등 학교 입학할 아이를 둔 직장맘들이 이 위기를 현명하게 잘 이겨내나가길 빌어본다. 무엇보다도 7년 동안 잘 자라준 아이와 잘 키운 엄마들에게 잘 해냈다고, 정말 수고 했다고 토닥토닥해본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Leave Comments


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