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모집 개선안 내놨지만, 졸속 행정에 부모들 혼란

서울시 교육청이 내년부터 유치원에 입학할 때 학부모들이 가·나·다 각 군별로 1개 유치원을 선택해 최대 3회까지만 지원할 수 있는 `유치원 신입 원아모집 개선안‘ 을 최근 내놨다. 그러나 24일 유치원별 모집일정이 공개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가나다군에 포함 안 된 유치원이 많거나 가군에 유치원이 몰리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또 현실적으로 학부모들의 중복 지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돼 있지 않아 과연 이 개선안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어 그동안 학부모 선택권 보장을 위해 유치원 중복지원을 무제한 허용했으나 내년부터 중복 지원을 한 경우 입학을 취소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러 유치원에 당첨된 학부모들이 뒤늦게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져 학부모와 유치원 모두가 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내년 원아 모집 일정으로 가군은 다음달 10일, 나군은 같은달 12일, 다군은 같은달 15일에 각각 원아를 추첨하기로 했다. 등록 기간은 가나다군 모두 다음달 17~18일 이틀간 동안에만 하도록 했다. 원서접수는 다음달 1일부터 시작하기로 했고, 유치원별 모집일정은 24일부터 교육지원청 홈페이지나 개별 유치원을 통해 공개하도록 했다.
 
유치원별 모집일정이 공개되자마자 부모들은 혼란에 휩싸였다. 일부 지역에서 가나다군에 포함 안 된 유치원이 너무 많고, 지원하고자 하는 유치원이 가군에 몽땅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서부교육지원청이 관할하는 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 지역의 경우, 전체 104곳의 유치원 가운데 가나다군으로 등록한 유치원은 고작 55곳에 불과했다. 목록에 없는 유치원의 경우 전화해서 확인해보면 가군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사는 부모 이아무개씨는 “가나다군으로 나눠 지원을 3번으로 제한하겠다고 하면서, 가나다군에 고르게 유치원이 배정돼 있는지, 또 가나다군에 안들어간 유치원은 없는지 확인조차 안한 교육청의 허술함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부모 권아무개씨도 “중복 지원을 해도 그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중복 지원해도 상관없다는 말이 인터넷 상에 공공연하게 유포되고 있다”며 “혼선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을 더 혼란시키는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관악과 동작 지역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동작 지역에 사는 엄마들이 자주 드나드는 ‘동작맘 모여라’까페에는 가군에 보내고 싶은 유치원이 몰려 있어 기회가 제한되는 것을 하소연하는 부모들의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유치원 모집 일정과 관련해 혼선이 빚어지자, 부모들은 시교육청과 각 지역 교육지원청에 문의 및 항의 전화를 하고 있다.
 
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시교육청에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시교육청 유아교육과 유아운영지원과 관계자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각 유치원과 조율중”이라며 “공립 유치원은 가나다군에 골고루 배분이 잘 됐는데 사립 유치원의 경우 일정을 미제출한 유치원도 많고 가나다군 배분이 잘 되지 않아 작업중이다”고 말했다. 부모들에게 모집 일정을 공개하기 전 미리 확인을 하고 조율을 끝냈어야 하는 것 아니었냐는 질문에 시교육청 관계자는 “내일까지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정리하겠다”고만 답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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