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너의 작은 창이 되어줄게 베이비트리 육아 뉴스

00508876901_20140715.jpg베이비트리-문학동네 편지공모전 당선작

 

 

<한겨레> 육아웹진 ‘베이비트리’와 출판사 ‘문학동네’는 지난 6월9일부터 30일까지 ‘엄마가 미안해’ 편지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그냥 내 곁에 있는 아이들에게 감사할 뿐이라는 부모님들이 많았습니다. 부모와 아이의 소통을 돕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을 응원하는 취지가 담긴 공모전이었습니다. 총 113명이 응모했고 각종 다양한 사연들이 올라왔습니다.(babytree.hani.co.kr/letters) 안도현 시인이 심사를 해 사랑해상(1명), 고마워상(2명), 미안해상(5명), 잘할게상(10명)을 선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사랑해상을 받은 편지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양선아 기자


아들, 사랑하는 내 아들 현우야, 너에게 쓰는 이 글을 네가 이해하고 엄마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올까?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괜찮아. 너만의 방식으로 엄마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엄마는 믿어.

 

햇살 좋던 가을의 주말 오후,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자던 엄마는 꿈을 꾸었다. 산 위에 걸쳐져 있던 커다랗고 고운 무지개가 엄마 품속으로 달려드는 꿈을. 예쁜 딸일까 싶었는데 건강한 아들이었지. 2년 반쯤 지난 어느 추운 겨울, 진단 결과를 통보받던 날에 엄마 아빠는 잔뜩 긴장한 채 덜컹거리는 전철을 아무 말 없이 타고 갔어. 마음속에서는 이미 각오하고 있었지만, 결과를 듣는 순간 눈물은 멈출 수가 없었단다.

 

“중간 수준의 자폐스펙트럼 장애입니다.”

 

처음에는 아무에게도 내색 못하고 일상이 계속되었지. 엄마를 부르지도 않고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너에게 인사한 후 출근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하고 퇴근했지. 집으로 오는 퇴근길의 지하철 환승역에 사람이 없을 때만 잠깐씩 울던 나날이었어. 마치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온몸에 박히는 것처럼 아팠다. 그리고 휴직 후 치료 ‘전쟁’이 시작되었지. 현우야, 엄마는 그때 정말 힘들었어. 이상하게 너는 밉지 않은데, 나머지 가족들은 다 밉고 세상도 밉고 신도 미웠어. 가만히 앉아 책장만을 끝없이 넘기는 너를 붙잡고 흔들며 “현우야! 엄~마~라고 해봐! 말 좀 해 보라구!” 소리치다가 지쳐 엉엉 울 때도 있었지. 그즈음에, 엄마의 선배언니가 네 얘기를 듣고 이렇게 물었지.

 

“너, 아이가 그렇게 되어 혹시 창피하니?”

 

엄마는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내 새끼를 창피한 존재로 여기는 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말이야. 나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했어. “아니오. 언니, 저는 제 아들이 창피하지 않아요. 제가 슬프고 힘든 건 현우가 길 잃은 아이처럼 깜깜한 어둠 속에서 살 생각을 할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기 때문이에요. … 그래도 저는 현우가 다른 사람이 아닌 제게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고는 정신 바짝 차리고 내가 할 일을 생각했지. 그래, 현우는 지금 자기 세계 안에 있어. 그 작은 세계에서 현우는 편안하고 안전하지. 내가 그 세계에서 현우를 완전히 꺼낼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창문을 낼 수는 있잖아? 세상을 보는 작은 창, 조금씩 조금씩 커지는 창 말이지. 내가 아들의 창이 되어주면 되는 거야.

그로부터 일년 반, 여러 선생님들과 길고 지루한 치료를 견디어내는 네가 너무나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힘들어도 뭔가를 새로 깨우치려 애쓰고, 무서워하는 그네도 열까지 세면서 앉아 있으려 애쓰고, 청각이 예민해서 소음을 견디기 어려우면서도 사람 많은 식당에서 점잖게 밥도 잘 먹는 것도 감사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현우는 엄마 아~들~’ 하면서 엄마 품에 안기는 모습도 감사하고…. 무엇보다도 ‘현우는 늘 밝고 신나고 행복한 아이’라고 선생님들께서 말씀해 주셔서 감사할 뿐이야.

 

현우야, 너는 앞으로 좋은 일도 겪겠지만 힘든 일도 많이 겪겠지. 의사소통이나 대인관계가 어려워서 오해도 많이 받을 것이고, 뭔가 표현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답답하겠지. 하지만 엄마는 네 안에 있는 ‘성장의 힘’을 믿는단다. 너는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른 것뿐이고, 그것이 조금 불편한 것뿐이야.

 

자폐성 장애는 너무나 다양해서 햇빛이 여러 색으로 갈라지듯 ‘스펙트럼’이라 표현한다지. 너의 태몽이 무지개였던 것이 어쩌면 엄마에게 이걸 알려주려 했던 건가 봐. 빨주노초파남보 아름다운 색을 가진 나의 아들아, 너의 그 무지개가 점점 자라는 만큼, 엄마는 더욱 큰 창이 되어 줄게. 네가 자리를 박차고 창을 열어 세상 속으로 훨훨 날아 뛰어드는 그날까지.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2014년 6월28일 금요일 엄마가(한겨레 아이디 rashaim74)

 

심사를 하고 나서

절실한 육아 이야기들 ‘모두가 1등’

 

 

1405332614_00506182401_20140715.jpg 나에게 넘어온 응모작은 대부분 엄마가 쓴 편지였고, 아빠가 쓴 편지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각각 사연 하나씩을 알처럼 품고 있는 편지들을 읽으면서 나도 문득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성장을 바로 옆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온몸을 다해 찬찬히 보살피는 엄마 말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미세한 감정의 움직임들을 남성인 아빠들은 알지 못한다. 엄마의 편지들은 하나같이 아프고, 절절하고, 안타깝고, 먹먹하다. 고된 워킹맘의 이야기도 있었고, 뱃속에서 잃은 아이에게 쓴 편지도 있었으며, 이혼 후에 만나 기르게 된 아이 이야기도 들어 있었다.

 

이야기의 절실함으로 따진다면 모두에게 1등을 주고 싶었다. 다만 부모와 자식 사이라는 관계 때문에 거리 조정이 잘 되지 않아서 소재는 좋은데 형상 능력이 떨어지는 편지들이 있었다.열 통의 편지를 4등으로, 다섯 통의 편지를 3등으로 고르고 나서 세 통이 마지막으로 남았다. 어떤 편지를 제일 앞에 내세워도 좋을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단순히 육아의 고단함을 넘어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엄마 스스로 성장해나간다는 ‘그래도 네가 나의 전부는 아니란다’와 늦게 얻은 아이를 키우는 마음을 담담히 써내려간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해준 너에게’를 2등으로 골랐다.

 

1등으로는 ‘너의 창이 되어줄게’를 뽑았다. 자폐를 앓는 아이를 둔 엄마의 씩씩한 목소리가 읽는 이에게 적잖게 감동을 준다. 아이와의 관계맺음을 ‘창’이라는 신선한 비유로 표현한 점도 높이 샀다. 축하를 드린다.편지를 쓴다는 것은 마음이 마음에게 신호를 보내는 일이다. 날이 갈수록 소통부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들이 늘어가는 때에 짧은 편지 한 장으로 다른 이에게 마음의 신호를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안도현 시인

 

 

편지공모전 수상자 발표

 

사랑해상(1명)  아이디 rashaim74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76357 (제목: 너의 창이 되어줄게)

 

고마워상(2명)  아이디 danachan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72751 (제목: 그래도 네가 나의 전부는 아니란다)

                        아이디 cinemachine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78888 (제목: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 너에게)

 

미안해상(5명) 아이디 sajasang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70991 (제목: 엄마는 언제나 아군이 될게)

                       아이디 dlgytla99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73049 (제목: 지금 사랑하지 않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야)

                       아이디 해피고럭키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76266 (제목: 우리 뜨겁고 진한 사랑을 나눠가지며)

                       아이디 dmswhd96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76745 (제목: 어디갔다 이제왔니 달깡달깡 내 아기야)

                       아이디 ooroad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79007 (제목: 너와의 거리)

 

잘할게상(10명) 아이디 mayline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69954  (제목: 우리의 여행)

                        아이디 tearand77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71957 (제목: 아빠가 미안해 너무 미안해 지수야)

                        아이디 realprty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72661 (제목: 사춘기 아들에게 갱년기 엄마가)

                        아이디 strong14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73693 (제목: 엄마를 성장하게 해 준 우리 딸 윤아에게)

                        아이디 blueizzy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73941 (제목: 행복한 엄마가 될게)

                        아이디 kja1003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75678 (제목: 엄마를 한 뼘씩 자라게 하는 너에게)

                        아이디 crack79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75957 (제목: 밝은 미래를 못보여줘 미안해)

                        아이디 sainthag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77693 (제목: 그래서 미안했어)

                        아이디 dandyyoon7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77723 (제목: 이젠 친구가 되어가는 내 딸들 보렴)

                        아이디 sarangon  편지글 링크 http://babytree.hani.co.kr/178579 (제목: 다영이에게)

 

 *참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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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