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 왕따 논란, 유치원으로 번지다

최근 유치원에서조차 아이들 간 갈등이 폭력이나 왕따 논란으로 번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원아들간의 폭력 및 왕따 논란은 대개 아이의 피해를 주장하는 학부모와 기관과의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의사표현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는 유아들 사이에서 이런 문제가 터지면 많은 부모들이 교사의 방임이나 기관의 관리 소홀에 대해서 문제제기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 부모들은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원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 과거보다 이런 일들이 더 많이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 서울 한 지역에서 “유치원 교실에서 아이들 간 폭력이 있었고 이를 교사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피해 아동은 폭력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와 “폭력이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다툼이다. 등원 시간대라 교사가 아이들 간 다툼을 바로 인지하지 못했고, 다툼을 알게 된 뒤로는 최선을 다해 대처했다”고 주장하는 유치원 쪽과의 분쟁을 조정하려는 첫 유치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쟁위)가 열려 많은 부모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 분쟁위는 원래 초·중·고에서 교사와 학부모간에 분쟁이 생길 때 열리는 것인데,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 장학사가 처음으로 유치원까지 확대 적용해 열렸다. 그러나 첫 분쟁위였던 만큼 진행 절차 등이 매끄럽지 못했고, 이런 분쟁들이 앞으로 늘어날 여지가 있어 보다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폭력 논란, 그리고 분쟁조정위로 가기까지

 

지난 4월 서울 한 유치원에 다니는 ㄱ(6살) 엄마는 교사로부터 ㄱ이 문제행동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걱정된 ㄱ엄마는 “아이가 진짜 문제 행동을 하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고 싶어” 아이의 옷에 녹음기를 바느질해서 보냈다. 그런데 그날 ㄱ과 ㄴ(6살)이 교실 한 쪽에서 다투기 시작했다. 녹음기에는 ㄱ이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가 녹음됐다. 또 다른 친구들이 “태권, 태권”하는 소리도 들렸다. 다른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던 교사는 아이들이 다툰 지 2분 정도 지나 아이들에게 간다. 교사는 어떤 일로 싸웠는지 파악하고 ㄱ에게 사과를 시키고 중재를 마친다. ㄱ은 이날 이후 유치원 등원을 거부했다. ㄱ엄마는 “ㄴ이 ㄱ을 때렸는데도 교사가 ㄱ만 사과를 시켰다. 지난해에도 ㄴ이 ㄱ을 밀어 ㄱ이 다쳐서 팔에 깁스를 한 적이 있다. ㄴ은 공격적 성향이 있는데, 교사는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았다. 교사는 이날도 ㄱ의 문제행동만 내게 전했지, 싸움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치원 쪽은 “교사가 싸움이 일어난 즉시 달려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학부모에게 사과했다. 평소 ㄱ과 ㄴ은 잘 지내왔다. 그날 아이들 사이에 있었던 일을 폭력이라고 보지 않는다. 피해를 주장하는 학부모는 일방적으로 자기의 주장만을 온라인에 썼다. 지난해 ㄱ이 다쳤지만 ㄴ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양쪽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갈수록 논란은 커졌다. ㄱ엄마는 교육청과 국민 신문고 등에 기관의 관리 소홀 문제에 대해 민원을 넣었다. 장학사는 분쟁 조정 노력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이날 분쟁위까지 열렸다. 분쟁위 구성은 유아교육학과 교수, 변호사, 유아 특수교육 전문가, 아동상담치료기관 소장, 학부모 대표 5명으로 이뤄졌다. 결과는 7일 이내 양쪽 당사자에게 통보가 될 예정이다.

“과잉 반응” vs “객관적 판단 필요”

 

이 사건이 온라인과 에스엔에스를 통해 알려지면서, 유치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기관과 학부모와의 의견차가 있어 분쟁위까지 열린다는 사실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분쟁위를 참관하기 위해 온 학부모들만 50여명 정도 됐다. 31개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부모 김아무개(34·서울 양천구)씨는 “주변에서 이렇게 기관과의 갈등을 겪는 경우를 봤다. 대개 아이를 원에 맡기는 부모가 ‘을’이라 억울함을 느끼더라도 조용히 원을 옮기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는 재생산된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아 웬만한 일은 참는 부모가 많다”며 “분쟁조정위와 같은 기구가 있어 학부모가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고, 전문가가 기관의 잘잘못을 가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분쟁위가 열리는 현상에 대해 ‘학부모의 과잉 반응’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하는 한 학부모는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 유아들 사이에 ‘폭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지나치다”며 “이런 분쟁이 늘수록 아이들간에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들도 부모들이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학부모가 교사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유아 공격적 성향 대책 필요”

 

이 사건은 분쟁중인 사안이고, 분쟁위 진행 과정도 매끄럽지 못해 쉽게 분쟁이 끊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학교 폭력·왕따 논란이 유아들에게까지 번지고 있으며, 앞으로 이런 분쟁의 소지가 커질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한편, 유아 시기의 인성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유아 시기에도 왕따나 공격적 성향은 있고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유아 시기부터 교사 및 학부모들이 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치열한 경쟁사회가 되면서 아이들의 교육 환경이 나빠져 공격적 성향을 드러내는 아이들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육아정책연구소가 낸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영유아기 인성교육 강화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도 최근 유아들의 공격적 성향 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유치원 및 어린이집 총 1000개 기관의 유아반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0.2%는 기관 내에서 유아들 간 따돌림 또는 배척 현상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을 한 교사 45.4%는 또래를 신체적으로 공격하거나 자주 싸움을 일으키는 아이가 정해져 있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36.7%는 유아들 간 욕이나 비속어 등 좋지 못한 언어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해당 연구를 담당한 김은설 정책연구실장은 “유아들이 보이는 공격적 성향을 많은 학부모들이나 교사들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외국의 연구 결과를 보면 따돌림, 배척, 신체적 공격의 폭력의 씨앗은 4살 때부터 관찰되어진다. 학교 폭력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아반 교사들의 폭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하고 인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아 시기의 공격적 행동을 두고 학부모와 기관과의 분쟁 소지는 갈수록 많아질 수 있겠다”며 “분쟁조정위와 같은 제도를 좀 더 다듬어 잘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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