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후 한 번도 교육정책 실행된 적 없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40년이 넘도록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전성은씨. 한국의 교육 문제에 대해 깊이 천착해온 그가 <왜 학교는 불행한가>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에 이어 교육 3부작 시리즈 중 마지막 책인 <왜 교육정책은 역사를 불행하게 하는가>를 교육학자 이재강씨와 함께 최근 펴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당장 내 아이에게 좋은 스펙을 쌓아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하고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육아의 목표로 삼기 쉽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역사적·사회적 맥락에서 학교나 교육정책을 바라볼 수 있게 돼 좀 더 큰 틀에서 아이를 키우는 법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지은이들은 책에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성장’을 신처럼 받드는 현대 사회에서 교육이 더 높은 성장을 위해 인재를 양성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한다. 자신 역시 젊은 시절 20여년 동안 조국의 근대화와 발전에 이바지한답시고 아이들을 휘몰아친 것에 대해 고백하는 대목에서는 그의 성찰이 얼마나 뼈아프고 진정성이 있는지 느껴진다. 이 책은 교육 정책의 뼈대가 되는 교육 철학적 문제를 간단 명쾌하게 짚어준다는 점에서도 미덕이 있다.
 
두 사람은 제대로 된 정책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정책학자인 라스웰의 정책에 관한 정의를 빌려온다. 라스웰은 “정책이란 사회에서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며, 우리 사회가 당면한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 존엄성의 상실’이다”고 말했다. 라스웰은 따라서 정책의 목적은 인간의 존엄성 회복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라스웰의 문제 의식은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지은이들은 해석한다.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이었던 지은이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해방후 지금까지 한 번도 교육정책이 실행된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다수의 희생 위에 소수가 권력과 부를 움켜쥐고 있고,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를 장악한 몇몇 소수의 나라들이 지구와 다른 나라 민족을 자신들의 사유물인 것처럼 다루는 현대 사회는 인간 존엄성을 상실한 시대이며 공동선이 무너진 사회이다. 따라서 이런 현실에서 교육 정책은 인간 존엄성을 훼복하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일정한 방향으로 한 단계씩 제도를 업그레이드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지은이들은 주장한다. 지은이가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교육 정책이 실행돼 본 적 없다고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 목표가 한 번도 평화를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방 직후 교육 정책은 ‘반공’을 목표로 삼았고, 경제 성장기에는 ‘경제 산업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에 목표를 두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 속에서 온 국민은 경쟁에 이겨 성공하는 것을 인생의 최고 가치로 삼게 됐고, 인간의 비인간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다고 지은이들은 본다. 결국 교육 정책 실종으로 인해 현대 사회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고, 불행한 역사는 현재진행중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행한 역사를 바로 세울 교육 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인재 양성만을 목표로 삼는 현재 교육 정책을 폐기하고, 평화를 위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은이들은 주장한다. 그것을 위해 초등, 중등, 대학 교육 목표를 제시하고, 제도의 노예가 되어버린 교육계를 개혁하기 위한 방안들도 제시한다. 교과서 편찬권, 학교 평가권, 감사권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교육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궁극적으로 교육부가 정부로부터 독립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을 다 읽고나면 우리가 교육 정책에 기대했던 것들이 과연 올바른 것들이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또 앞으로 올바른 교육 정책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에 대해서도 다차원으로 생각해보게 한다. 물론 모든 것이 거꾸로인 세상에서 교육 정책 목표에 대한 국민들 간 합의는 쉽지 않고, 한 단계 교육 제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녹록치 않은 현실이지만 말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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