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육아를 부탁해] 스웨덴 육아법의 핵심 `저녀이 있는 삶'

최근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스칸디나비아) 육아법이 뜨고 있다. ‘타이거맘’ ‘헬리콥터맘’처럼 엄격하게 자녀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와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스칸디 맘’ ‘스칸디 대디’가 많은 부모들의 역할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예담 프렌드 펴냄)는 실제 스웨덴에서 26년동안 생활했던 교육 전문가 황현준, 황레나 부부의 스웨덴 양육법 보고서다. 


“어른들의 차는 양지바른 곳에 주차하면서, 아이들 놀이터는 아파트 뒤쪽 응달 진 곳에 있다니! 어떻게 이렇게 아파트를 설계해도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죠?”
 20년 전 한국을 찾은 스웨덴인 황레나씨는 한국에서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스칸디 맘’인 레나는 아파트 설계만 봐도 한국의 여성과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대접을 받는지 알 수 있다며 남편의 귀국 결정에 반대했다. 결국 황씨는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스웨덴에서 세 아이을 키웠다. ‘사회는 아이에게 좋은 놀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발상을 할 줄 아는 레나의 사고방식 자체가 ‘스칸디 맘’의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부가 소개하는 스웨덴 육아법은 의외로 소박하다. 그들은 매일 온 가족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부모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블록 쌓기 놀이를 하며 보낸다. 주말이나 휴가때는 온 가족이 가족 여행을 가거나 박물관을 간다. 대학을 나온 여성이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도 많지 않다. 유급 육아휴직 제도, 아동 보조금 제도, 양질의 저렴한 공립 유아학교 등 탄탄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부부 합산 육아 휴직 기간이 총 480일인데 최소 60일 이상은 반드시 부부 중에 다른 성의 부모가 사용하도록 돼 있어, 아빠들의 육아 참여도 활발하다. 아이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요리나 청소 등 집안 일에 참여하고, 한 달에 한 번 가족 회의를 연다. 이처럼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저녁이 있는 삶’이 존재하고, 가족이 삶의 중심이다. 스웨덴 학교와 가정에서는 나 혼자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협력을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중시한다. 

우리와 다른 문화 속에서는 어떤 양육법과 교육 과정이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이 책은 경쟁적이고 물질적인 것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스웨덴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했는지 정치학자이자 교육 전문가인 지은이가 역사적 맥락까지 짚어줬다면 훨씬 유익했겠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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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