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불안] 엄마 돌아오는 시간 알려주면 아이도 안심 육아 관련 뉴스 스크랩

엄마 돌아오는 시간 알려주면 아이도 안심

등록 : 2008.02.25 18:41수정 : 2008.02.2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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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등에 아이를 입학시키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분리불안장애가 나타나는지 살펴봐야 한다. 한 어린이집 현관에서 아이와 엄마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아이랑 부모랑] 과잉보호·유아때 분리경험이 원인
부모행동 아이가 알게 예고해주고
시간 할애해 충분히 놀아줘야

우리 아이 분리불안 막으려면

새 학기가 시작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현관은 아침마다 울음바다가 된다. 새로 들어온 아이들과 엄마들의 애타는 이별 장면은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짠하게 한다.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며 통곡을 하고, 우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 놓고 돌아서는 엄마의 눈가에도 이슬이 맺힌다.

어린아이들이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또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문제는 엄마와 떨어져 있을 때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안해하는 경우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이를 ‘분리불안장애’라고 한다. 이보연아동가족상담센터 이보연 소장과 아동청소년상담센터 ‘맑음’ 홍기묵 상담원한테서 분리불안장애의 원인과 대처법 등을 들어 봤다.

엄마 돌아오는 시간 알려주면 아이도 안심
■ 분리불안 장애란=유아기에 흔히 발견되는 불안장애의 하나다. 발달심리 전문가들은 대체로 만 3살 무렵이 되면 분리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시기가 되면 주양육자와 일시적으로 떨어져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 3살이 한참 지났는데도 주양육자와 자신이 분리되면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은 불안에 휩싸여,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거부한다면 분리불안 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분리불안 장애를 겪는 아이들은 유치원과 학교는 물론 친구집이나 친척집에 가는 것도 힘들어한다. 심지어는 집에 있을 때도 엄마가 쓰레기를 버리러 가지도 못하게 할 정도로 엄마에게 매달린다. 혹시 엄마와 떨어질 상황이 되면 복통, 두통, 구역질,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나 가정에서 분리되면 자신이나 부모에게 교통사고 등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병적인 공포를 갖고 있으며, 한번 헤어지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 분리불안의 원인=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아이의 기질이다. 성격이 예민하고 어렸을 때 낯가림이 심했을 경우 분리불안이 생기기 쉽다. 부모의 성격이나 양육태도가 원인일 수도 있다. 부모가 아이를 떼어 놓지 못하고 과잉보호를 할 경우 아이는 또래와의 놀이 경험이나 새로운 것을 접해 볼 기회가 부족해져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 불안을 느끼게 된다. 반대로 부모가 힘들다거나 아이의 독립성을 키워 주겠다며 너무 일찍 떼어 놓는 것도 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렸을 때 부모와 떨어져 큰 두려움을 느꼈던 경험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부모가 아이를 재워 놓고 잠깐 나간 동안 아이 혼자 깨어 심하게 울었던 일이 잦은 경우가 한 예다. 또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으려고 “너 자꾸 이러면 엄마 가버릴 거야” “말 안 들으면 다른 집으로 보낸다” “이러면 경찰이 잡아간다.” 등 위협하는 말을 자주 할 경우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어린이집 등에 아이를 보낼 때 간혹 아이보다 더 불안해하는 부모가 있는데 이 경우 부모의 마음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돼 아이의 불안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분리불안은 특히 어렸을 때 부모와 애착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아이에게 쉽게 나타난다. 만 3살 이전에 부모와 굳건한 애착관계가 형성되면 아이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믿음이 생겨 부모와 떨어져도 잘 적응한다. 그러나 애착이 불안정한 아이의 경우,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분리불안 장애 체크리스트
■ 불안감 달래주려면=부모들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아이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면 ‘다른 아이들은 다 하는데 왜 우리 아이만 이럴까’ 하는 생각에 화를 내거나, ‘며칠 울다 괜찮아지겠지’ 하며 우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 놓고 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자기를 버려 두고 간 부모에 대한 미움만 생기게 할 뿐이다. 아이가 심한 분리불안을 나타낼 때는 선생님의 양해를 구한 뒤 처음에는 엄마가 교실 안에 들어가서 아이가 볼 수 있는 장소에 앉아 있다가, 아이가 적응해가는 정도에 따라 점차 교실 밖 복도, 현관, 운동장, 교문 등으로 아이와의 거리를 늘려가도록 한다. 초등학교 때는 분리불안이 등교 거부로 나타나기 때문에, 반드시 담임 교사와 먼저 상담을 해야 한다. 초등학교에 갈 때도 극심한 분리불안을 보이는 아이의 경우 그 이전부터 알게 모르게 문제가 쌓여 왔을 가능성이 크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아이가 부모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잠시 떨어질 때에도 엄마가 어디에 가는데 몇 시에는 다시 온다고 말해 주고, 그 시간에는 반드시 돌아오라는 것이다. 분리불안 아이들은 대체로 엄마와 떨어지면 영영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아이가 ‘엄마는 잠시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점에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데려다 줄 때 급한 마음에 아이가 놀고 있는 틈을 타서 몰래 빠져나오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가 울면서 매달리는 것이 힘들더라도, 엄마가 왜 가야 하는지, 언제 다시 만나게 되는지 등을 설명해 주고, 얼굴을 보며 인사를 나눈 뒤 헤어져야 한다.

아이와 함께 보낼 절대적인 시간이 적어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맺기 힘든 맞벌이 부부의 경우, 퇴근 뒤나 주말만이라도 아이와 노는 것을 가장 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 퇴근 뒤에는 집안일 등 만사를 제쳐 두고 아이의 요구에 먼저 반응해 주라는 것이다. 즐거운 경험들이 쌓여 아이가 부모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 아이에게 분리를 견뎌낼 힘이 생긴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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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