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육아를 부탁해】디즈니월드처럼 신나는 학교는 왜 없을까?

 

 


“왜 학교는 디즈니월드처럼 신나는 곳이 못 될까요?”라고 묻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동시에 “왜 학교는 할리 데이비슨이나 나이키라는 브랜드처럼 아이들과 부모들이 학교가 좋아서 안달나도록 동기부여를 못 할까?”를 묻기도 한다. 바로 폐교 위기에 놓인 영국 그랜지 초등학교를 불과 3년 만에 유명한 혁신학교로 탈바꿈시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교육자 리처드 거버다.
 
<오늘 만드는 내일의 학교>(리처드 거버 지음, 안진희 옮김, 열린 책들 지음)의 지은이 거버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매우 신선하다. 그렇다. 왜 학교라는 곳은 그렇게 차갑고 딱딱하고 일방적이고 지루하기만 할까? 왜 많은 어른들은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면서 “이제부터 넌 고생 시작이야”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제부터 너는 정말 신나고 재밌는 생활의 연속이 될거야”가 아닌.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학교는 어떠한 곳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해보지 못했다. ‘디즈니월드처럼 신나고 재밌는 학교’를 꿈조차 꾸지 못한다. 그저 기존 학교의 시스템이 불만족스럽지만 어쩔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어른들은 학교에 들어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아이들을 걱정하면서도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통과의례처럼 간주한다. 그런데 이 책의 지은이는 기존 교육 패러다임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끊임없이 자기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학교를 어떻게 만들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천 방안을 만들고 다른 사람과 협력해 만들어냈다. 비전, 목적, 브랜드가 불분명해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 사회 모두가 배우고 가르치고 경험하는 학습 공동체로 탈바꿈시켰다. 대단한 변화이며, 대단한 성공이다. 바로 비전이 분명하고 열정에 가득찬 혁신적 리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구체적으로 거버가 탄생시킨 혁신 학교 모델은 무엇일까? 그는 학교를 변화시키기 이전에 아동기 아이들이 가진 특징에 먼저 주목했다. 학교의 고객이 되는 학생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언론, 부모, 정치인, 관료들의 의견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학교가 아니라 아이들이 주인이 되는 학교를 설계하려고 했다.
 
아동기 아이들은 대부분 탐구하고, 탐색하고, 가설을 세우고, 발견하려는 특징을 지닌다. 아동기 아이들은 어른들이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무한한 잠재력을 지녔고, 호기심으로 가득찼다. 따라서 그는 이런 아이들의 특징이 현실 속에서 잘 발휘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했다. 이외에도 21세기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자기 주도력, 공동체에 대한 주인의식, 문제해결능력, 추진력들을 키워주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바로 그것이 ‘그랜지 타운 사업’이라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학교 공동체를 학생들 스스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학교 안에 그랜지 타운이라는 가상 시를 만들어 이 시의 정치시스템(시장과 시의원), 환경관리팀(학교 환경 및 급식 관리), 도우미 시스템(운동장관리, 안전, 응급처치), 건강식품체인점과 까페(간식과 음료판매), 박물관과 선물가게, 갤러리, 미디어센터(신문, 방송) 등을 직접 운영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그랜지 타운에서 건강식품 가게 체인점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학생이라면, 학교 교육과정의 하나로서 지역 슈퍼마켓 체인점에서 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실제로 건강식품 가게 체인점을 운영해본다. 공예품 센터나 선물가게를 운영하는 학생은 학생들이 디자인하고 제작한 다양한 종류의 공예품, 기념품, 상품 등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만약 어떤 아이가 자기만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면 미디어 센터에서 일하면서 라디오를 진행한다. 이처럼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사회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 자기가 관심 있는 일들을 미리 그랜드 타운에서 직접 경험해보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키웠다. 이 프로젝트로 아이들은 현실 세계에 대해 더 깊고 풍부하게 이해하게 됐으며, 책임감과 협업능력도 키울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서 그랜지 초등학교는 교육기준청으로부터 모든 면에서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
 
단지 어떤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책에 있는 내용을 달달달 외우도록 만드는 학교가 아이들에게 어떤 능력을 계발시킬 수 있을까? 각종 행정적 업무에 치인 선생님들이 아이들 개개인에게는 관심없고 복장이나 머리 단속에만 관심이 있다면 아이들은 선생님과 자신의 꿈에 대해 얘기하고 싶을까?

교육시민단체인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가 지난 8월 말부터 10일간 전국 81개 초·중·고 학생 2921명을 대상으로 학교 생활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학생들은 학교 내에서 교사에게 폭력에 가까운 체벌을 당하는 것은 물론 성적과 외모, 성별 등으로 인한 차별 등 숱한 인권침해를 직접 겪거나 목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급회의는 학생들의 기초 의사결정 기구지만 학교에서 매주 정기적인 학급회의가 열리는 경우는 20%에 불과했다. 방송반·교내 신문 등은 학교 눈치를 본다는 응답인 절반이 넘었고, 학생회·동아리가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45%에 이르렀다. 그만큼 학생들의 자치권은 유명무실하고, 아이들은 학교와 교사들의 통제만 받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그랜지 초등학교’와 같은 재밌는 학교를 꿈꿀 수 없는 이유다.

거버가 제기하는 21세기형 교육, 미래 세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 내용에 대해 알아가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직 우리 사회의 교육 시스템은 이와는 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디즈니월드처럼 재밌는 학교’에 대해 상상해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영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이룬 혁신 사례를 우리 사회에 맞게 적용시켜 본다면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등도 고민해보게 된다. 단 혁신 과정에서 부모, 교사, 학생, 지역 사회 사이에서 일어났던 갈등이나 여러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지 않아 아쉽다. 혁신의 성공 과정에서도 계속 쓰라린 실패도 있고, 갈등도 있고, 낙오자나 프로젝트 반대자도 있었을텐데, 전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혁신의 성공에만 주목한 느낌은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Leave Comments


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