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만 퍼붓지 말고 자기 절제력 키워줘야"

 

의지력 연구의 대가이자 저명한 사회 심리학자인 로이 바우마이스터(60)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가 한국을 처음 찾았다. 500편이상의 논문과 30편 이상의 저서를 발표한 그는 자아 고갈, 의지력, 자기 조절 등에 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의지력(willpower)의 중요성을 밝혀냈고, 세계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심리학자로 불린다. 그는 지난 22~24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 5회 아시아건강심리학회 총회의 기조강연을 위해 방한했다. 한국심리학회가 주관하고 한국건강심리학회가 주최한 이 대회에는 15개국 170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해 ‘건강과 행복’을 주제로 건강심리학의 세계적 트렌드를 공유했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 컨퍼런스 룸에서 바우마이스터를 만나 양육의 관점에서 의지력이 왜 중요한지, 아이들의 자기 절제력 향상을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그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


 

 

   절제력 높을수록 자존감 높고

   커서 사회적 성공 가능성 높아져

   자기 조절 원동력은 의지력

 

   규칙은 분명하게 제시하고

   칭찬·처벌 신속하고 일관되게

   의지력 한정돼 있어 아껴써야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칭찬을 퍼붓습니다. 아이들에게 최대한 친절하려고 애를 쓰지요. 반면 규칙을 세우고 그것을 따르게 하는 등 자기 절제력 향상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자기 절제력(self-control)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더 높다는 사실이예요. 유년기에 자기 절제력이 높은 아이일수록 나중에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안정된 결혼 생활을 하고 행복하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지요.”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모들이 당장 아이들을 기쁘고 행복하게 해주는데만 집중하지 말고 인생을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도움이 되는 자기 절제력 향상을 양육의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가 말하는 자기 절제력이란 뭘까? 예를 들어 부모가 아이에게 학교에 다녀와서 숙제를 먼저 하고 놀아야 한다는 규칙을 제시했다고 하자. 자기 절제력이 높은 아이는 텔레비전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나 쉬고 싶다는 생각,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대화하고 싶은 유혹 등에도 불구하고 의지력(willpower)를 발휘해 숙제를 먼저 할 것이다. 자기 절제력이 낮은 아이는 티브이를 먼저 보고 나중에 숙제를 하겠다고 떼를 쓰는 등 규칙을 따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부모가 아이의 자기 절제력을 키우고자 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규칙을 따르도록 훈육하고 의지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자기 절제가 필요한 상황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항상 내가 원하는 대로만 세상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자기 절제야말로 삶의 성공을 위한 핵심적인 열쇠”라며 “자기 절제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은 의지력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의지력을 높여 자기 절제를 잘 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는 자기 절제력이 어느날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아이에게 의지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제공해야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부모들이 규칙을 제시하고 아이가 그 규칙을 잘 따르도록 훈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또 아이가 규칙을 잘 지키면 칭찬(보상)을 해주고, 잘 지키지 않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규칙을 어긴 행동에 아이가 책임지도록 할 때는 처벌의 엄격성, 신속성, 일관성이 중요한데, 신속성과 일관성이 처벌의 엄격함보다 더 중요하다고 그는 밝혔다. 다시 말해 아이가 어떤 잘못을 하면 즉각적으로 그 자리에서 “안 돼”라고 말해주고 어떤 상황에서든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라는 얘기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남의 물건을 빼앗으면 안되는구나’ ‘더 놀고 싶어도 이제는 자야 할 시간이구나’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는 뛰거나 떠들면 안되는구나’ 등을 스스로 알도록 자기 절제력을 키워주면 인생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흔히 많은 부모들은 칭찬해주는 것은 잊고 잘못을 했을 때만 너무 심한 꾸중만 한다거나, 부모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원칙을 적용하는 등의 실수를 많이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또 “우리의 의지력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에게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지력을 항상 아껴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종 실험과 연구를 통해 생각, 감정, 충동, 수행 능력을 조절할 수 있는 원천이 모두 의지력이라는 ‘특별한 힘’에서 나오며, 직장일, 다이어트, 운동, 가족과의 좋은 유대 등등 각기 달라 보이는 행동을 할 때 요구되는 자기 조절력이 모두 의지력이라는 동일한 힘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이런 그의 연구 결과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일상 생활에서도 실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맞벌이를 하는 엄마가 직장에서 상사와 언쟁을 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의지력을 너무 많이 소진했다고 하자. 그런데 엄마가 집에 돌아갔을 때 아이가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티브이를 멍하니 보고 있다. 엄마는 아이를 훈육해야 할 상황이지만 직장에서 너무나 많은 의지력을 소진해버려 아이를 훈육할 의지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집에 돌아와서 감정 조절도 잘 안되고 아이에 대한 각종 부정적 생각도 조절할 수 없게 된다. 그는 “과거 시대보다 요즘 부모들과 아이들의 의지력은 많이 감소했다고 본다. 과거보다 맞벌이 부부가 늘었고, 현재 부모 세대들이 자신의 부모 세대가 너무 엄격하고 자기 절제력을 강조한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너무 아이에게 허용적이거나 방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맘이라면 자신의 의지력이 한정돼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자신의 의지력을 어떻게 분배해 사용할지 잘 계획하고 관리를 하라”고 권고했다. 직장에서 너무 많은 의지력을 소모한 직장맘이라면, 아이를 돌보기 전에 명상을 하거나 포도당이 든 음식을 섭취하거나 잠시 쉬는 등 의지력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라고 덧붙였다.  
 
바우마이스터 교수가 말하는 ‘자기 절제력’은 객관적인 연구 결과에 의해 증명된 부모와 아동을 위한 필수적인 덕목의 하나로 보인다. 애착 육아, 자존감 육아, 프렌디(친구 같은 아빠) 등등 최근 한국에서는 부모와 아이의 친밀성을 강조하는 양육 방식이 인기를 끌었다. 바우마이스터 교수의 연구는 자존감과 애착, 친밀감 등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자기 절제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도 부모들이 함께 고민해야 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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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