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니 아빠가 변했다!!!

나는 이기적이고, 한 성질 한다. 다혈질에 호불호가 분명하고, 업앤다운이 좀 있다. 이미 혼인 시장에서는 노처녀로 분류되었을 때도 친정 엄마는 한 번도 결혼에 대해 압박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괜히 남의 집 귀한 아들 고생시킬까 봐!!!’였다. 그런데, 내 주위에서 뭣 모르고 어영부영 하던 남편이 얻어 걸렸다.^^ 엄마는 “니 성격을 받아주는 사람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천사!”라고 했고, 살아보니 남편은 짝퉁일지언정 천사라는 A급 브랜드를 달만 했다. 지랄 맞은 나랑 살면서도 남편은 화를 낸 적도, 큰 소리를 낸 적도 없다. 어떤 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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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속 걸었으니, 이제 비 맞을 차례...

누구나 인생의 황금기가 있다. 우리 엄마의 황금기는 결혼 후, 더 정확히는 두 살 터울로 우리 삼남매를 내리 낳고 나서부터라고 한다. 엄마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구름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나? 어머니(나한테는 외할머니)를 일찍 여의고 실질적인 소녀가장이 된 엄마는 아래로 다섯 명의 동생들의 엄마로, 학교보다는 논밭으로 출근도장을 찍는 농부로 처녀일 때부터 ‘워킹맘’으로 살았다. 그렇게 노처녀가 된 엄마에게도 볕들 날이 있었으니, 컨츄리걸에 딱 꽂힌 댄디보이(우리 아빠)와 만나 결혼하고, 당시 백 점짜리라던 <딸 하나, 아들 둘>을 낳고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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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자음’의 세계

인류학자(!)인 나는 모든 의사소통을 쌍자음으로만 한다는 ‘쌍자음의 세계’에 현지조사를 나와 있다. 이름은 소율이지만, 집에서는 ‘율뽕’으로 통하는 아이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소율아~’라고 ‘부르면 들은 체 만 체 하지만, ‘율뽕!’ 이라고 부르면 고개가 자동으로 돌아간다. 과연 듣던 대로 쌍자음의 세계로다. 우선, 먹는 문제. 율뽕이는 먹는 걸 밝힌다. 밥빠(밥), 빵, 떡 등 쌍자음로 된 주식과 된소리화된 후식-싸과(사과), 딸기, 쑤박(수박), 토토(토마토), 빠나나(바나나)를 먹고 산다. 율뽕이네는 ‘일단, 잘 먹고 보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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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라’를 위한 변명

아기가 막 돌이 지났을 무렵, 목욕탕에 갔다가 생긴 일!!! 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와 내가 단 둘이 탕에 들어앉아 있었다. 워낙 작은 탕이다 보니 자꾸 어색한 시선이 부딪혔고 결국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돌쟁이 엄마이며, 아직도 젖을 먹이고 있다고 했더니, 아주머니가 하신 말씀, “이제 젖 끊고 (몸매) 관리해야지... 남편이 바람 피면 어쩌려구!!!” 아주머니의 진심 어린 충고(?)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자연스럽게 젖을 찾지 않을 때(두 돌 무렵)까지 젖을 먹였다. 심지어 수유를 시작하고 얼마 후부터 나는 노브라 차림의 원시적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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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테크 비법, 풀가동 중인 ‘4개의 냉장...

버는 족족 쓰기 바쁘고, 돈 모을 생각을 안 하는 내가 걱정이 되어 마이 디어~ 프랜드가 추천해준 책이 <4개의 통장>이다. 어찌나 열성적인지, 친구의 말을 들을 때는 장단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뒤돌아서면 까먹는다. 사실 재테크할 돈도 없고, 취미도 없어서 영~ 글러먹은 '재테크' 대신 내가 열성을 발휘하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밥테크'다. 원래도 식탐이 많았지만, 애 엄마가 되고 나서는 더욱 밥 먹는 일에 열을 올린다. 아침 먹으면서 점심 먹을 생각, 점심 먹으면서 저녁 먹을 생각한다. 저녁 먹고 누워서는 내일 아침에 뭐 먹지 하는 사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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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지랄엔, 지랄 총량의 법칙

요즘 26개월 딸아이의 본격적인 ‘지랄’이 시작되었다. 제깐에는 이유가 있겠지만,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알아낼 재간이 없다. 그냥 잘 놀다가, 잘 자다가 떼를 쓰고, 고집을 피운다. 이렇게, 저렇게도 해보고, 달래도 보고, 그냥 놔두기도 하고, 혼내도 보고, 심지어 엉덩이 두들기기도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그럴 때 나의 결론은 ‘너의 지랄이 시작되었구나….’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동안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청소년기에 그걸 다 쓰고 얌전히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릴 적 범생으로 살다가 뒤늦게 불현듯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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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생겼다, 작다, 느리다

‘이런 애가 크면 예뻐진다’, ‘애들은 크면서 수십 번도 변해’ 또는 ‘엄마를 쏙 빼 닮았네’, '견적 좀 나오겠네'는 우리 딸 소율이가 한참 많이 들었던 말이다. 전자는 심심한 위로와 일말의 희망, 후자는 대놓고 안타까움이 담긴 말이다. 보통 첫딸은 아빠를 많이 닮는다는데, 어찌된 노릇인지 제법 입체적으로 생긴 아빠와 닮은 구석은 ‘발가락이 닮았다’보다 더 눈물겨운 ‘속눈썹이 닮았다’ 수준이고, 자타공인 평면적 외모종결자인 나를 쏙 빼 닮았다. 아이 아빠는 딸내미가 예뻐 죽겠으면서도 가끔 손가락으로 코를 만지작거린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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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복합과 과일 삼촌

우리는 주상복합에 산다. 워워…놀라지 마시라. 명색이 ‘돈 없이 아기 키우기’ 라는 간판 걸고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부의 상징인 그 주상복합에 산다면 재밌겠지만, 그런 드라마는 없다. 우리집은 요즘 잘 나가는(?) 주상복합이 아니라 클래식한 버전의 주상복합인 다가구 주택이다. 1층은 상가, 3층은 주인집, 2층이 바로 우리집이다. 우리가 이 집을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는 첫째, 상당히 저렴한 가격('억'소리 안 남^^), 둘째, 그 가격에 놀랍게도 남향에다 걸어서 5분 내 지하철역, 도서관, 공원 위치, 셋째 사방 1키로 내에 친구 밀집, 마지막이 ‘뽕삘’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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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엔 남색바지를!

특별히 쇼!가 필요한 날이 아니면, 나는 아이에게 남색바지를 즐겨 입힌다. 아니…즐겨 입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공식 유니폼 수준이다. 일단, 남색바지는 코디할때 두루 이점을 가지는데, 어떤 윗도리와도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 옷을 얻어 입히다 보면 짝이 맞지 않는 옷도 많은데, 남색바지는 ‘만인의 연인’과도 같아서 어떤 옷과도 믹스매치해도 잘 어울리고, 전체적인 스타일을 깨끗하고 안정감 있게 받혀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어른들이 검은색 정장바지나 진바지를 기본 바지로 가지고 있는 것과 동일한 원리다. 그 뿐만 아니라, 남색바지에는 더 실존적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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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과 아이돌이 남편을 `육아의 달인'...

남편은 텔레비전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텔레비전이 없으면 아예 못산다. 텔레비전을 최고의 여가활동으로 알고 자란  TV 세대라 그렇다. 나는 같은 이유로 텔레비전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보지도 않으면서 텔레비전을 켜두고 생활하는  TV 중독 경험하고는 텔레비전을 딱 끊었고, 텔레비전 근처에도 안 갔다. 그런 둘이 한 집에서 살게 되었다. 처음엔 내 입김이 센 탓에 텔레비전이 없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의도적으로) 사고를 쳤다. 텔레비전도 없는데 인터넷을 신청하면서 3년짜리 케이블 약정을 떡하니 한 거다. 이쯤에서 나는 백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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