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2, 근접전에서는 타이푼과 대등


F-22 랩터 © Lockheed Martin/Ronald Shue

F-22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의 전투기이다. 곧 후임에게 공군 참모총장직을 인계할 예정인 노튼 슈워츠 대장은 2009년에 F-22를 두고 "의문의 여지없이" 최고의 공대공 전투기라고 평한 바 있다. 과거의 워게임에서 상대방 팀을 상대로 144:0, 그리고 241:2(여기서의 2대의 격추도 F-22가 아닌 동료기였다고 한다)으로 이겼다는 가공할 만한 결과를 보여준 F-22는 영화와 게임 등을 통해서도 '무적의 전투기'라는 이미지를 일반에 각인시켰다.

그런데 이번 6월 중순에 있었던 레드플래그 훈련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훈련에 참가한 독일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미국의 F-22와 대등하게 겨룬 것이다. 레드플래그 훈련은 미군의 공중전투능력과 연합군과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 공군이 주관하는 대규모 공격 편대군 훈련이다. 이번 훈련에는 독일, 미국, 나토(NATO), 일본, 호주, 폴란드에서 온 100대 이상의 비행기들이 참가했으며 독일에서는 타이푼 8대가 참가하였다.

2주간 진행되었던 워게임에서 타이푼은 F-22와 8회 정도 모의 근접전을 벌였다. 당시 독일측 조종사였던 마르크 그뤼네(Marc Gruene) 소령은 영국의 유명 군 항공 월간지 <컴뱃 에어크래프트>과의 인터뷰에서 타이푼이 F-22와 대등하게 겨루었으며 그 비결은 최대한 근거리를 유지하는 데에 있었다고 말했다.


2012년 6월, 레드플래그 훈련을 위해 알라스카의 이엘슨 공군기지에 온 독일군 유로파이터 타이푼 (U.S. Air Force photo /Staff Sgt. Miguel Lara III)

F-22는 개발 당시부터 소련의 전투기에 대해 시계외(BVR, Beyond Visual Range) 전투에서 완벽한 우위를 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레이더와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120 암람(AMRAAM)의 도움으로 F-22는 단연 시계외 교전에 강하다. 그러나 속도를 많이 낼 수 없는 근접전에서는 F-22의 크게 육중한 몸체가 오히려 약점이 된다는 것이 그뤼네 소령의 평이다. 그는 "근접전(merge)에서는 타이푼이 F-22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공군력이 발달할수록 위험한 근접전 대신 원거리 공격을 선호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와이어드>에서는 그러한 공군의 바람과는 달리 실제로는 대부분의 공중전이 근거리에서 이루어진다며 F-22의 개발 배경에 놓여 있는 원거리 공격 전술에 회의를 표시했다. <와이어드>가 소개한 랜드연구소의 2008년 연구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공대공 격추 사례 588개 중 단 24개 사례만이 시계외 공격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미국의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예측보다 90%나 덜 효과적이었다고 이 연구는 주장했다.

미 공군은 여전히 레이더를 기반으로 한 초장거리 공대공 전투에 대한 비전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F-22, 그리고 암람 미사일이 역사를 뒤집고 이러한 비전을 구현하는 데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와이어드>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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