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된 우간다-北 치안 협력, 한국 원조금 유출 우려

지난 5월말, 우간다의 무세베니 대통령이 방한하여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말로 인사를 하며 김일성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언급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우간다가 북한에게 배운 것은 단순한 인사말 뿐이 아니었다. 우간다와 북한은 오랫동안 경찰 훈련 등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하여 왔다. 그리고 이번 6월에는 인민보안부의 리성철 국장이 우간다를 방문하여 직접 우간다 경찰 훈련을 참관하기도 했다.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우간다에 개발원조로 지원하는 물자와 금액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도 있다는 데에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 전문 웹진 <NK뉴스>와의 기사 제휴로 그 상세한 내막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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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보안부 리성철 국장이 우간다 경찰 감찰관 케일 카이후라 장군과 함께 시위진압용 장비 시연을 참관하고 있다. ⓒ Stephen Wandera (NK News)


지난 5월, 박종대 주우간다 한국 대사는 한국과 우간다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우간다 정부의 치안 확보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정부가 치안을 안정시키면서 우간다 내의 한국 교민 사회도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박 대사는 우간다와 국제사회가 한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시키고 한반도 내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을 지지해 주기를 주문했다.


우간다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국내 정상회담을 치른 인연이 있는 나라다. 지난 5월 30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을 만나 양국간 교류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우간다는 한국의 경제개발 비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는 자원외교 측면에서 우간다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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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보안부 리성철 국장이 우간다 경찰 감찰관 케일 카이후라 장군과 함께 시위진압용 장비 시연을 참관하고 있다. ⓒ Stephen Wandera (NK News)

북한: 우간다의 알려지지 않은 동업자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우간다의 치안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북한이라는 것. 1988년부터 북한은 우간다 경찰병력과 해경 훈련을 지원해 왔다. 그리고 지난 6월 11일, 북한 인민보안부의 리성철 국장이 고위급으로는 처음으로 우간다를 방문하였다. 본지가 <NK 뉴스>를 통해 입수한 사진을 보면 리성철 국장과 우간다 경찰 감찰관 케일 카이후라 장군이 우간다 경찰의 시위진압용 장비 시연을 참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민들에게 큰 존경을 품고 있다. 수 년간에 걸친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한결 같은 모습에 경의를 표한다." 우간다 현지 언론이 카이후라 장군의 언급을 이렇게 보도했다. 리성철 국장은 "우리는 우리나라를 어떻게 지키는가에 대한 오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의 경험을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현지의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북한 인민보안부와 우간다 경찰은 무술 훈련(태권도)과 해양 지원에 대한 상호협력협정을 체결하였다. 또한 북한의 건설 인력들이 우간다에 파견되어 수도 캄팔라의 주택난을 해소하는 데에도 앞장설 것이라는 현지 보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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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으로부터 태권도를 배운 우간다 경찰 교관들과 북한, 우간다 경찰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좌측부터 경찰학교장 모세스 카피로, 북한 대사 최태래, 인민보안부 리성철 국장, 감찰관 케일 카이후라 장군, 경찰훈련위원장 펠릭스 은디오무제니. ⓒ Andrew Bagala (NK News)


하지만 북한이 우간다의 치안을 지원한다는 사실은 우간다의 국민들에게도 그리 환영받을 만한 생각은 아닌가 보다. 인민보안부 국장의 방문 소식을 다룬 현지 언론의 웹사이트에는 우려의 댓글들이 달렸다. 한 네티즌은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부가 우간다에게 제공할 게 대체 무엇인가?"라고 댓글을 달았다.


북한과 우간다 협력의 역사


북한과 우간다는 묘한 협력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우간다의 대통령이자 쿠데타로 집권한 무세베니의 군대(NRA)는 한때 북한의 전투요원들과 접전을 치른 적이 있다. 북한이 당시의 집권자였던 밀턴 오보테를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세베니가 권좌에 오른 후, 북한과 우간다의 관계는 소원해지는 일 없이 꾸준히 협력 관계를 지속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집권 후 북한을 세 차례 방문하기까지 했다. 기자가 입수한 주 우간다 한국 대사관에서 작성한 보고서는 그 원인을 당시 무세베니 세력의 주요 인사들의 사회주의 성향 등의 배경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집권한 바로 이듬해(1987년)에 북한을 방문하여 군사협력협정을 체결한다. 386만 달러에 달하는 군사차관을 북한이 제공하고 군사 고문단 40명을 파견하며, 우간다군 152명을 북한으로 초청하여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또한 1989년에는 420만 달러에 달하는 무기류와 커피, 면화 등의 무역에 합의했다. 그 외에도 합작무기공장 건설 협정(1990년) 등을 추진해 왔으나 최근에는 그 소식이 뜸한 편이었다. 그러나 인민보안부의 이번 우간다 방북을 통해 미루어 보건대 치안 부문의 협력은 꾸준히 계속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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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보안부 리성철 국장이 우간다 경찰 감찰관 케일 카이후라 장군과 함께 시위진압용 장비 시연을 참관하고 있다. ⓒ Stephen Wandera (NK News)


우간다 내 한국 교민 사회 확장은 북한 덕택?


지난 5월의 무세베니 대통령 방한시, 국내 언론은 우간다가 과거에는 북한과 긴밀한 관계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묘사하고 있었으나 그 실상은 이처럼 다르다. 정부의 치안 확보 노력으로 우간다 내의 한국 교민 사회도 확장되고 있다며 우간다 정부에 사의를 표한 박종대 대사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우간다의 치안과 안보에 북한이 기여한 부분은 일부에 불과하다. 정부 자체의 노력과 유엔의 기여 또한 고려를 해야 한다." 박종대 대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답했다. 박 대사는 "우간다와 북한의 협력은 최근에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무세베니 집권 이후 북한과 우간다는 여러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간다 내무장관 "우린 독립국, 국익을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협력"


"우간다는 독립국가이며 원하는 누구와도 대화할 권리가 있다." 서방 국가들이 우간다와 북한의 관계에 대해 염려하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엥 오넥 우간다 내무장관의 답변이다. 그는 북한과의 관계가 어디까지나 국익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니만큼 미국이나 기타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에 아무런 문제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무세베니 대통령도 이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 5월의 방한 당시에도 무세베니 대통령은 우리말로 인사를 한 다음 북한을 방문했을 때 이 인사법을 김일성으로부터 배웠다고 하여 잠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리고 무세베니 대통령은 리성철 국장 일행을 만나 인민보안부로부터 감사패(추정)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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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세베니 대통령(오른쪽)이 인민보안부 리성철 국장을 만나 인민보안부의 감사패로 보이는 것을 받고 있다. ⓒ Stephen Wandera (NK News)


오넥 내무장관은 이번 인민보안부의 방문이 지난 5월의 무세베니 대통령 방한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인민보안부의] 방문은 1년도 전에 계획한 것이며 대통령의 남한 방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리성철 국장은 회견장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방문은 친구로서의 방문일 뿐이다. 무세베니 대통령과 장관은 우리나라를 방문한 바 있고 이제 우리가 우간다를 방문하는 것이다. 친구들끼리의 당연한 일일 뿐이다. 우리는 서로 돕고 있다"고 답했다.


선진국들 지원 줄일 때 한국만 우간다 지원 증액
지원액 북한으로 유출 우려도


여전히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우간다는 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을 해외의 지원에 의존한다. 미국은 국제개발처(USAID)를 통해 지난해 2억 2천만 달러(한화 2천 4백억 원 상당)에 달하는 금액을 우간다에 지원하고 있다. 국제개발처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에는 경찰 훈련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이에 대한 <NK 뉴스>의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우리나라도 우간다에 지원을 하고 있다. OECD의 가장 최근 자료인 2011년 자료에 따르면 241만 달러(한화 28억 원 상당)를 공적개발원조(ODA)로 지원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 자원외교 등의 명목으로 우간다에 대한 지원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등의 선진국들이 우간다 정부의 부패 스캔들 등을 이유로 지원액을 줄이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지원되는 금액 등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기자는 외교부에 우간다에 대한 지원 현황과 지원액이 전용되어 북한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 등에 대해 질의를 보냈으나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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