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변통자의 정체를 아시나요? 장수박사의 건강 삼위일체

장수박사의 건강삼위일체 10/생체 물질대사를 담당하는 변통자의 정체

                             
생체에 들어온 물질이 변화하여 생명현상의 근간이 되는 구조를 형성하게 하고, 갖가지 기능을 가지게 하며, 움직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대사(代謝, metabolism)라고 한다. 대사는 생체 내에 존재하거나 들어온 물질이 분해되어 없어지는 과정(이화대사·異化代謝)과 생체에 필요한 물질로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동화대사·同化代謝)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대사과정이 바로 생명현상의 본질이다. 따라서 옛부터 이러한 대사를 주재하는 것은 하늘의 뜻이며, 생명체에 깃든 혼(魂)이 바로 대사를 조절한다고 믿어져 왔다. 따라서 이러한 대사적 변화를 주재하는 주체가 혼이 아니고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단위 물질이 있다는 발견은 다윈의 진화론에 못지않은 충격을 생명과학계는 물론 일반사회에도 주었다. 바로 생명현상의 유기성에 대한 코페르니커스적인 전환점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뜻밖에도 우리 주변의 흔한 사례인 술로부터 그 실마리가 풀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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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은 제5의 원소였다.
 
 술을 마시면 사람들이 흥이 나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게 된다. 이러한 술의 위력으로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술을 빚어 즐겨왔다. 더욱 술을 빚는 과정을 보면 곡식이나 과일을 저장하고 여기에 누룩과 같은 것을 뿌려주면 원래의 성질과는 전연 다른 술이 만들어져 나오고, 그러다 방치하면 식초가 되어 버린다. 더욱 술은 증류하면 흥을 돋우는 술성분은 쉽게 날아가 버린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현상을 관찰하면서 곡물이 술이 되는 과정을 발효라고 불렀고, 술이 식초가 되어 버리는 과정을 부패라고 정의하였다. 그는 발효의 과정을 생명체의 성숙과정의 일환으로 보았으며, 바로 혼(魂, psyche)은 이러한 생명체의 성숙과정에서 특정한 목적을 향한 성질로 규정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혼을 대자연을 구성하는 물, 불, 흙, 공기로 대표되는 4원소에 덧붙여진 제5의 원소로 정의하였다. 바로 술이 빚는 과정에서 초래되는 알콜 성분이 열을 가하면 날아가 버리고, 알콜이 날아가 버린 술은 흥을 돋우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고대 철학자들은 바로 술을 빚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알콜이 바로 혼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래서 주정을 지금도 생명수(aqua vitae) 또는 spirit(영), esprit(불), spritus(라틴)이라고 부른다. 한편 술 성분이 변질되어 버린 식초는 더 이상 먹을 수가 없게 되고, 술로서의 의미도 상실하여 버린 죽음의 형태라고 정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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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술에 대한 신비주의적, 정령주의적 사고방식은 중세 철학의 대종을 이루고 있었다. 따라서 곡식이나 과일로부터 술을 빚는 과정은 오직 하늘의 뜻, 영혼의 작용에 의하여서만 가능하다고 믿어져 왔다. 여기에 획기적 사건은 Buchner박사의 등장이다. 그는 술의 발효과정에는 반드시 혼이 깃든 생명체, 즉 미생물이 있어야만 한다는 통설을 아주 간단한 실험으로 혁파해 버렸다. 술을 빚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누룩으로 대표되는 효모들을 마쇄하여 가루로 만들어 버린 다음, 이들을 곡식들에 처리해도 알콜으로 발효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발효과정에 굳이 생명을 가진 개체가 없이도, 다시 말하면 생명체가 고유로 간직하고 있는 혼과 같은 신비한 마력이 없어도 발효가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사실의 발견은 당시로서는 하늘이 놀라고 땅이 놀랄만한 사건이었다. 신비한 발효과정이 사실은 살아있는 생명체만이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체를 구성하고 있는 어떤 단순한 물질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그는 이러한 반응을 촉매하는 물질을 효모 속에 들어 있는 어떤 물질, 즉 효소(酵素, enzyme, in + yeast)라고 명명하였다.
 
 변통자 효소(酵素)의 마력(魔力)
 
 최초 술의 발효인자로 규명된 효소는 이후 먹고, 마시고, 움직이고, 배설하고, 번식하는데 관여하는 수많은 생체반응들에서 각각 발견되었으며, 이들은 대부분 단백질로 밝혀졌다. 이후 효소는 생체 내 모든 대사적 반응에 반드시 필요한 인자이며, 효소가 없으면 생체 내 반응이 불가능함이 밝혀져, 효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연구는 20세기 초반이후 생명과학 분야의 가장 큰 주제를 이루었다. 생명체의 삶의 과정이 바로 변화의 노정이며, 이러한 변화가 없으면 삶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효소는 바로 삶을 위한 열쇠가 아닐 수 없다. 세상만사 오래되면 막히고, 막히면 변하여야만 통할 수 있다(易, 久則窮, 窮則變, 變則通)는 주역의 원리로 볼 때, 물질을 변(變)하여 통(通)하게 하여주는 효소야 말로 바로 생명의 변통자(變通子)이다.
 
 이러한 효소의 위용은 일반화학반응을 고려할 때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어떤 화학반응을 유도하려면 온도가 수백도 이상, 압력도 수십 기압이 넘는 특수한 조건을 조성하여 주고, 여러 가지 촉매물질을 사용하여야 비로소 가능하여진다. 그러나 생체라는 특수상황은 1기압, 37℃, 그리고 생체 조직내 일정한 pH 환경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대사적 변화를 위하여 일반화학 반응과 같은 상황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포내 모든 대사는 효소들에 의하여 생체와 같은 단순한 생리환경에서도 가동된다는 점은 감동스러운 생명의 신비가 아닐 수 없다. 더욱 반응 효율면에서 보면, 일반화학반응은 50% 정도의 반응 효율을 얻기도 매우 어려우나, 생체대사계는 100%의 완벽한 반응 효율로 작동되는 것도 효소의 역할임을 고려하면 효소가 바로 생명현상의 마법이라고까지 주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효소들도 자신들이 기능을 발휘하는데 마땅한 각각의 기질들을 가지게 되고, 온도, 압력, 조효소, 활성화인자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최적 여건이 다르기는 하지만 생체환경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효소들의 반응 촉매기전은 신비롭기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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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효소들이 상대하여 반응을 촉매하여 변하게 하는 물질을 기질(substrate, 基質)이라고 부른다. 효소는 일반적으로 기질분자들에 비하여 그 크기가 훨씬 크다. 또한 기질과 반응할 때는 열쇠와 자물쇠같이 고정된 구조를 가지는 것 보다는 반응과정에서 기질에 의하여 입체구조가 유도되어, 반응을 촉매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어져서 효율을 높인다. 즉, 효소는 자극에 반응하여 자신의 형태를 변경함으로써 새로운 능력을 부여 받는다. 이러한 생명분자들이 서로의 만남을 통하여 효윧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형태적 변화를 가져오는 적극적인 대응방법을 양태적 변화라고 부른다.
  또한 중요한 효소들은 단위분자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단위체가 다중체를 이루어 나타내는 협동현상을 나타낸다. 이러한 효과는 대사반응의 개폐까지 결정할 수 있을 만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효소들은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하여 조효소라는 분자들의 도움을 받는다. 생명유지에 중요하다고 알려진 비타민류의 기능이 대부분 바로 이러한 효소들의 조효소로서의 작용이다. 예를 들면 조효소인 NAD는 나이아신(niacin), TPP는 치아민(thiamine), FAD는 리보플라빈(riboflavin), 피리독살포스페이트는 피리독신(pyridoxine)으로 부터 생성된다. 따라서 비타민은 생명현상 중 대사적 변화를 효율적으로 이루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러한 비타민의 섭취가 부족해지면 여러 가지 질병이 생성되는 이유가 된다. 이와 같이 효소는 단백질로서 조효소의 도움을 받아 세포내에서 각각의 기질분자들의 반응을 촉매하여 생체에 필요한 산물(product)을 만들어 내며, 이러한 과정에서 에너지가 생산되기도 하고, 소모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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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사조절: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생체내 대사를 주재하는 효소들의 작용기전도 중요하지만, 더욱 궁금한 것은 수만가지의 얽히고 설킨 복잡다단한 대사과정들이 어떻게 하여 절묘하게 조절되어 조화로운 삶을 유지하는가이다. 효소들의 활성을 조절하는 기전은 대사를 이해하고 생명현상을 설명하는데 핵심적인 과제이다. 모든 생체 반응은 효소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주고받는 과정이다. 전자를 주면 받아야 하고, 양자를 받으면 주어야하는 공평무사한 관계에서 질서가 유지된다. 율곡선생의 격몽요결에 나오는 술잔을 주고받는 과정에 수많은 변화가 초래될 수 있으나 그 올바름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酬酌萬變 不失其正) 경지가 바로 효소의 작용기전이며 대사의 요체이다. 이러한 대사는 생체 내에서 몇 가지 원칙에 의하여 조절되고 구분되어 조화로운 생명 현상의 유지에 기여한다.
 
 첫째, 생체는 에너지를 생성하기 위하여 이화대사를 가동한다. 단백질, 지질, 다당류 등은 1단계로 각각의 구성단위로 분해되며, 2단계로 공통의 최종산물인 acetylcoA로 산화되고, 3단계에서 다시 탄산가스와 물로 최종산화 된다. 이와 같이 이화대사는 생체내에 들어온 모든 물질을 공통의 경로로 단순화하는 수렴 과정이다. 이렇게 산화되는 과정의 일부 단계에서 생체이용에너지의 기본 형태인 ATP를 생성하여 생명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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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생체는 에너지를 소모하여 필요한 분자를 생합성한다. 생체는 자신에 필요한 생체 분자들을 외부에서 섭취 흡수한 대로 이용하는 법이 없다. 기본적으로 모든 외부물질을 단위구성분자로 분해한 다음,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이용해 간다. 더욱, 단위 구성분자가 부족한 경우에는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하여 기본 분자로부터 새롭게 생성하여 이용하기도 한다. 단순한 기본 분자들로부터 수만 가지 다양한 생체분자들을 생성해내는 동화대사는 다양화의 발산과정이다.
 
 셋째, 대사경로의 효율적 조정을 위하여 반응계는 구획화되어 있다. 세포내 동일 공간 내에 동화와 이화대사가 병존하는 경우, 반응계의 진행과정에 혼동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우선 반응계의 공간 배치가 다르다. 지방산 생합성과 당분해 대사는 세포질에서 그리고 지방산 분해와 에너지 생산 Krebs회로는 미토콘드리아 내에서 이루어진다. 뿐만 아니라 이들 대사계의 효소들이 이용하는 산화환원 관련 조효소의 패턴도 다르다. 산화분해의 이화대사는 NAD/NADH계를 이용하나, 생합성의 동화대사는 NADP/NADPH계라는 서로 다른 조효소 시스템을 이용하여 반응상의 혼선을 방지하고 있다. 공간상의 차별화는 물론 필수 조효소를 구별화하여 생성과 분해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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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째, 모든 대사 반응은 다단계적이다. 모든 생체 반응은 생체분자가 가지고 있는 화학에너지를 한두 단계로 단숨에 폭발적으로 사용토록하지 않고, 에너지 배출이나 물질의 변화가 반드시 일정량씩 정량화하여(quantum), 무리가 없도록, 여러 단계에 걸쳐서 진행된다. 세상만사 차례차례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其所由來者 漸矣)라는 선현의 지적대로 생체는 점진적인 변화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때 생성되는 일정량의 에너지를 생체는 ATP라는 단위형태로 변환하여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대사의 다단계 반응은 다시 선상대사계, 분지대사계, 환상대사계, 폭포식대사계등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져 목적에 가장 적절하게 이루어 진다.
 
 다섯째, 대사계의 중요한 조절장치는 대사산물에 의한 대사반응계의 첫번째 효소활성의 되먹이기제어에 있다. 복잡한 대사반응계 중 첫번째 효소를 제어함으로써, 동 반응계 전체의 가동여부(on/off)를 결정한다. 따라서 대사계 첫번째 반응을 조절하는 효소들을 병목조절효소라고 부른다. 이러한 효소들은 대부분 올리고체로 되어 있으며, 협동현상에 의하여 효소활성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효소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활성저해인자는 바로 그 대사반응계의 종산물들이다. 해당 대사계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음을 최종산물의 농도로 감지하여 전체 대사시스템의 가동을 처음 단계부터 제어해버리는 극히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종산물이 많아지면, 더 이상 효소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되먹이기 기전은 생체내 대사조절에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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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째. 대사를 조절함에 중요한 것은 효소의 양적 및 질적 조절이다. 대사를 조절하기 위하여서는 우선 효소의 양을 효소단백질의 생합성과 분해를 통하여 조절함으로써 대사율의 대강을 제어하고, 정교하게는 효소의 활성을 여러 가지 생체내 인자들을 이용하여 부활(賦活)하거나 저해(沮害)함으로써 생체현상을 미세하게 추진하도록 한다. 특히 효소활성을 조절하는 방안들은 각종 약품의 개발에 중요한 표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효소 양의 조절은 여러 가지 유전질환과 관련하여 의학계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적으로 암을 치료하는 항암제는 주로 정상세포와는 다르게 암세포의 증식과정에 관여하는 효소들을 저해하는 물질에서 찾고자하며, 항생제는 사람에게는 없으나 박테리아에만 있으며 증식에 관여하는 효소를 저해하는 물질의 규명에서 시작된다.
 
 이와같이 효소를 이용하여 생체반응을 주재하는 대사계는 외부로부터 섭취한 영양분을 단순한 기본분자로 수렴한 다음, 생명체 자신이 필요한 대로 다양한 분자들을 새롭게 합성하여 이용하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을 절대로 그대로 활용하지 않고 굳이 분해하여 자신의 목적대로 재조립하는 생체는 그만큼 고유한 독립자존심이 강한 생명체이다. 이러한 대사계의 조절에는 반응계의 위치, 조절인자들을 구획화하고 차별화하고 있으며, 절대로 무리하지 않은 단계적으로 일정량의 변화만을 인정하는 보수성이 짙으며, 특히 자신의 반응의 결과로 초래된 산물에 의하여 되먹이기 조절되는 책임감이 강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박상철(전남대 석좌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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