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몇배 큰 매의 날개를 꺾듯이 수련,지금 여기서

수련, 지금 여기서(17)/돌제비수

 

천강권(天罡拳)은 박대양 선생에 의해 전해진 산중무예 기천(氣天)의 최고 경지의 기법이다. 이것을 가르치고 배울 때 함께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는데 절벽 틈새에 사는 작은 바윗제비가 자기보다 몇 배는 덩치가 큰 매와 싸우는 장면이다. 한자로는 암연투응(巖燕鬪鷹)’이라고 쓰는데, 돌제비는 자신의 몸 전체를 무기로 삼아 용맹하게 돌진하여 매의 날개를 꺾는다고 한다. 어쩐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눌리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남은 이 나라의 역사가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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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강권 앞절은 크게 두 가지 중요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손가락을 편 상태에서 반날(검지쪽 날, 손날의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걸어드는 동작이고, 다른 하나는 손날쪽으로 손목을 뉘인 다음 반날로 원을 그리면서 안팎으로 내리긋는 동작이다. 두 가지 모두 반날의 감각을 키워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두 번째 동작이 앞서 이야기했던 돌제비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다. 꺾어진 손목 부근이 머리가 되고 네 손가락이 꼬리가 되는 셈이다. 돌제비수는 신선한 자극으로 기맥을 열어주고 새로운 신체의 가능성을 일깨워준다. 일상생활은 물론이거니와 스포츠나 무술에서도 돌제비수만큼 팔을 안팎으로 충분히 비틀어주는 동작은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수련의 실제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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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모양 만들기: 손날쪽으로 손목을 꺾어 낫처럼 만든다. 대개 이 손모양을 하면 당랑권을 떠올리기 쉬운데, 손가락 끝을 한데 모으는 당랑 구수와는 달리 엄지를 가운데 손가락의 첫마디(손바닥에서 가까운 순서로)에 붙이고 나머지 네 손가락을 부채살처럼 펼친다. 처음에 익숙하지 않을 때는 손모양을 만든 다음 검지 날을 벽면에 대고 밀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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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 안팎갈기기: 오른손을 기준으로, 팔을 들어 올려 반날이 앞을 보게 한 다음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사선으로 그어내린다. 이것이 안쪽갈기기다. 더 내려갈 수 없을 때 손을 몸쪽으로 당겼다가 팔을 한껏 외회전하여 역시 반날이 앞을 바라보도록 높게 세웠다가 이번에는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린다. 바깥갈기기의 연장으로 뒤쪽으로 크게 원호를 그리며 팔을 들어 올리면 다시 안쪽갈기기의 시작점이 된다. 이렇게 안팎갈기기를 이어서 반복한다. 반대편 손은 아랫배를 덮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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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발 두 손(오금질): 한 손으로 했던 안팎갈기기를 두 손으로 각각 진행하는 연습이다. 즉 오른손 바깥갈기기에 뒤이어 왼손의 안쪽갈기기가 따라나온다. 마음 속으로 따당- 따당- 구음을 붙이며 두 손의 시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유의한다. 마치 떡메질을 하듯이 자세를 일으켜 세우며 두 손을 어깨 위로 들처맸다가 오금질을 하면서 반날을 뿌린다. 여기서의 동작선과 리듬은 택견의 휘뚜루치기와 사실상 같다.

뒷울력 발바꿈질: 앞으로 나갔던 발을 거두며 뒷발이 다시 앞을 차지하는 경쾌한 발바꿈질 위에 돌제비수를 얹는다. 발바꿈질 한번에 바깥-안쪽 갈기기를 한번씩 하다가 자세를 고정한 상태에서 순방향과 역방향 모두를 경험해본다. 두 번째 나가는 손이 앞에 나와 있는 발과 엇으로 섞일 때 상체에서 상대적으로 진한 비틀림이 발생하는 데 그것을 머금었다가 다음번 손이 나가는 동력으로 삼는다. 여기서 기천 특유의 상체움직임을 터득되게 된다.

외발-깊게밟기:4번 뒷울력의 연장선상으로, 동작이 한층 확대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앞발을 들어 외발이 되었을 때 엇으로 돌제비수가 나가고 앞발을 크게 내딛으면서 감겨있던 힘을 풀어내며 순방향의 돌제비수를 던진다. 이것은 기천의 대표적인 동작인 대풍력수가 파생되기 직전의 단계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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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날로 공기를 싹싹 가르다보면 마치 돌제비가 몸 주변을 날아다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공기의 저항을 살짝 비껴가며 가속이 붙는 쾌감이 있다. 돌제비처럼 온 몸으로 모진 세월을 이겨내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기천무학은 우리의 큰 자랑이다. 만인이 배워 만인이 행하라는 선대 스승의 말씀을 되새겨본다.

글 사진 동영상/육장근(전통무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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