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처럼 발효된 근원적인 수련법을 소개합니다 수련,지금 여기서

수련, 지금 여기서(16) /삼법운동
 
 택견 초대 인간문화재인 신한승 선생(1928-1987)은 또 다른 전통무예인 수벽치기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뜻을 다 이루지 못하고 대장암으로 타계하였다. 못 다 이룬 수벽치기의 과업을 이어받게 된 육태안은 신한승 선생이 남긴 메모에서 이름 석자와 주민번호를 발견했을 때 그가 윗대 스승임을 직감했다. 추적 끝에 찾아낸 노인은 처음에는 자신은 그런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며 부인했지만 결국 젊은이의 의지와 열정에 못 이겨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허락하게 된다. 아슬아슬하게 수벽치기의 맥이 되살아나는 장면이다. 이 때부터 육태안은 일동(一東) 김영희 선생(1918-2004)으로부터 신한승 선생에게 배웠던 내용을 다시 배우게 된다. 일동 선생은 수벽치기와 함께 ‘삼법(三法)운동’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는데, 이것은 수벽치기와 밀접하게 연관되면서도 또 다른 형태의 수련법이다. 크게 자극이 느껴지지 않는 도인체조 같은 동작들은 당시 30대 중반의 젊은 무예가에게는 약간 의아하게 다가왔다. 스승은 “참 좋은데 이걸 누가해?”라고 하면서 잘 다듬어서 일반인들이 즐겨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을 당부했다. 30년이 지난 오늘, 육태안 선생은 무술을 버릴지언정 삼법운동은 반드시 남겨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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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을 삶아 메주를 쑤어 그것을 소금물과 함께 항아리에 넣어 발효시키는 전체 과정을 보지 못한 사람은 간장의 원료가 콩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된장에서는 콩 알갱이를 확인할 수 있지만 간장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그 모습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보편적 무술 동작이 가공하기 전의 콩이라면 수벽치기 맨손검술은 그래도 무술적 흔적이 남아있는 메주라 하겠으며 삼법운동은 거기서 한걸음 더 달아난 간장에 해당한다. 삼법운동은 검기 그 자체를 몸 안에서 발현시키는 가장 근원적인 움직임이다. 구김 없이 곧게 뻗어나가는 기개를 구체적인 몸의 실천을 통해 이끌어내고 강화하는 수련법이다. 탄력을 이용하지 않고 고요한 상태에서 최초로 힘을 끌어올리는 순수한 자력운동이다. 근육의 힘을 최소화하면서 그 빈 공간을 의지의 힘으로 채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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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자세: 두 발을 5~10센티미터 간격으로 벌려 11자로 놓는다. 이 자세를 ‘나란히발 원신(元神)’이라 한다. 차렷자세와 같이 팔을 펴고 손바닥을 허벅지 옆쪽에 붙인다. 그리고나서 아래쪽을 향해 손끝으로 찌르는 느낌을 더한다. ①뒤쪽돌리기: 한쪽 팔을 앞으로 들어 올려 큰 원을 그리면서 뒤로 넘기는데 더 진행할 수 없을 때 팔을 내전시켜 검지쪽 날이 아래를 향하게 하여 나머지 궤적을 완성한다. 시선은 팔의 움직임을 따라서 뒤쪽을 향한다. 움직이지 않는 반대편 손이 허벅지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유의한다. 먼저 오른쪽을 세 번 반복하고 왼쪽으로 넘어간다. ②허리굽혀 손끝집기: 두 팔을 펴서 앞쪽으로 들어 올리다가 손끝이 눈높이에 이르렀을 때 멈춘다. 약간 상향으로 기운을 뿜어내다가 그대로 허리를 굽혀 손끝으로 땅을 멀리 집는다. 다시 허리를 펴면서 두 팔을 들어 하늘을 향해 찌른 후 천천히 내려 준비자세로 돌아온다. ③가새다리 옆틀기: 왼발을 오른발 발날 옆으로 넘겨 딛는다. 두 팔을 옆으로 뻗어 수평이 되도록 한 다음 다리가 꼬인 방향을 따라 몸통을 90도 돌렸다가 되돌아온다. 오른쪽을 먼저 세 번 반복하고 다리를 풀어 원신을 취했다가 오른발을 넘기고 반대편 반복. 몸통을 틀기 전에 고개를 먼저 돌린다. ④옆들기 줏대 차려: 두 팔을 옆으로 들어 올리며 뒤꿈치를 아주 미세하게 들어올린다. 팔을 뻗을 때 손등쪽으로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손끝으로 찌르면서 펼친다. 팔을 내리면서 뒤꿈치를 대었다가 손바닥을 허벅지 옆쪽에 붙인 채로 다시 한번 뒤꿈치를 띄운다. 시선을 멀리 보내면서 줏대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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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수련법을 전해주신 일동 김영희 선생님의 말씀을 새기면서 삼법운동의 깊은 맛을 음미해보자. “운동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중심을 한 번 건드려 주는 것이다. 그것이 운동 ‘한 번’ 한 것이다. 그러면 그것이 축적이 된다.” “바깥의 움직임이 중심으로 들어가고 중심에서 나온 힘이 바깥으로 움직여 주는, 중심과 바깥이 연결되어 있으면 수련한 만큼 쌓인다.

글 사진 동영상/육장근(전통무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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