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이 떨어지면 산에 안겨라/혈기도 14 혈기도

산에 가서 나무와 사귀라

 

시간만 나면 대자연에서 스스로 생겨난 것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져라. 봄이 되면 새 생명이 용솟음친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품이 대자연이다. 산의 기운은 계절에 따라 다르다. 봄 산은 공손하다. 봄에 나오는 모든 짐승은 공손하고 뱀에도 독이 없다. 가을 산 기운은 뭐든지 다 받아준다. 겨울 산은 조용히 다녀야 한다. 만물이 잠들어 있으므로 ‘야호’ 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
 
 산의 품에 안겨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면 비로소 내가 보인다. 산에 혼자 가서 호흡하고 산에 안겨라. 기력이 있을 때는 물가나 바다도 좋지만, 기력이 약해지면 산으로 가는 게 좋다. 지금은 품어주는 기운이 필요한 시대다. 산에 있는 바위를 보라. 저마다 상이 다르다. 바위 하나를 보고서도 기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산에 가는 것은 자연과 어울리고자 함이다. 어울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있는 그대로를 보고 듣고 느끼고 내 자신이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이 자연과 잘 어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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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산은 사람을 띄워준다. 몸을 맑고 가볍게 해주는 기운이다. 지리산과 설악산은 음양을 모두 갖춰 사람을 잘 품어주지만, 기운이 다르다. 설악산은 음양을 다 가졌지만, 양기가 더 세다. 지리산은 설악산에 비해서 음이 더 강하다. 산중 수련은 산의 기운에 맞게 산에 안겨서 해야 한다. 일반 사람들은 산에 안기지 않는다. 보통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산에 가서 산의 기운과 내 기운을 주고받는 행공을 하는 것이 좋다.
 
 봄과 여름에는 나무들의 기운이 매우 좋다. 봄이 되면 산에 가서 나무를 한 시간만 끌어안아 봐라. 물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오케스트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즐겁고 재미가 있다. 나무가 겨울옷을 벗고 막 새잎을 피우려고 할 때 물이 가장 많이 올라간다. 그래서 봄에 큰 나무를 반쯤 자르면 물이 확 튀고, 다 자르면 그 나무 반쯤 높이로 치솟아 나온다. 잎이 피려면 그만큼 물이 많이 필요하다. 잎이 피면 더 이상 물소리를 들을 수 없다. 나무가 잎의 싹을 틔울 때는 물과 교감하고, 잎이 다 피면 태양과 교감하기 때문이다.
 
 봄에 나무를 가만히 안아보면 나무마다 기감이 다르다. 또 싹이 돋을 때와 잎이 피어날 때 기감도 다르다. 나무와 교감이 이뤄지면 물올라가는 소리가, 나무의 생명이 살아서 숨 쉬는 소리가, 거짓말같이 들리기 시작한다. 나를 완전히 없애고 몸에 미치듯이, 나무에 미쳐야 느낄 수 있다. 나를 갖고 있으면 교감은 이뤄지지 않는다. 나무는 아낌없이 기운을 준다. 나무만 가만히 바라봐도, 새싹 나는 것을 보고만 있어도 기운이 들어온다. 어린나무는 안 된다. 어린나무에 몸을 부딪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면 나무가 죽는다. 나무에게 죄짓는 것이다.
 
 산에 가면 자기와 기운을 나눌 수 있는 친구 나무를 만들어라. 어떤 나무는 굉장히 외롭다. 심장 소리 등 나의 오장육부의 기운으로 안아주면서 3년 정도 교류하면 나와 나무는 대화가 잘된다. 말로 하는 대화가 아니다. 나의 오장육부, 세포와 나무와의 교감이다. 그 나무는 나의 영원한 친구가 된다.
 나무 친구를 너무 많이 가져도 좋지 않다. 한 산에 한두 그루 정도. 산에 깊이 들어가서 나무를 안아보면 나와 잘 통하는 나무가 있다. 어떤 나무는 보기 싫고 나를 배척하기도 한다. 작은 나무든 큰 나무든, 안아보면 내가 포근함을 느끼고 내 가슴에 안기고 나를 안아주는 나무가 있다. 그 녀석을 친구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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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귀를 대도 아무 소리 안 들리고 아무것도 안 느껴진다. 그런데 3년 정도 지나서 봄에 나무 기둥에 귀를 대고 있으면 물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나의 심장 박동 소리 같다. 그때 나는 나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아! 이놈이 살아있구나. 참 괜찮은 친구구나”하고.
 크기는 상관없다. 굉장히 큰 놈도 안아보면 그놈이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어떤 종을 가릴 것도 없다. 난 산에 친구가 많다. 종류는 다양하다. 그 산에서 제일 기운 좋고 기분 좋은 녀석이 있다. 그럼 그 녀석은, 같은 꼴들의 나무가 많은데도, 1년 2년 3년이 지나면 크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 잘 자란다. 나무와 교감을 나누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산에 갈 때 서양식으로 등산하는 기분으로 가지 말라. 산보하는 기분으로, 산보보다 조금 빠르게 걷는다. 나의 자연과의 교감을 나누며 호흡하면서 친밀감을 느끼며 걸어야지 헐떡거리며 죽을 둥 살 둥 해서 올라가면 골병이 든다. 평평한 길을 걸을 때 다리에 힘주지 말고 발을 앞으로 툭툭 차면서 걸어라. 뒤꿈치를 먼저 내려놓고 엄지발가락으로 밀면서 걸으면 발이 편안하고 다리가 가벼워져 멀리 걸어도 피곤하지 않다.

 

글 우혈 선생(<몸이 나의 주인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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