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가 안방을 바꾼다-2030 가족의 미래 미래이슈

강고한 양극화 흐름, 2030년에도 계속된다

5가지 시나리오 구별짓는건 복지정책이다

 

 미래의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 모든 미래 전망이 그렇듯이 가족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5년 후도 아니고, 10년 후도 아니고 20년후의 모습이라면 더말할 나위 없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1년부터 정부 용역을 받아 이 연구작업에 몰두해 있다. 2012년 11월 연구원은 2030년 한국의 가족의 미래 모습에 대한 5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놓았다.  2013년 5월28일엔 해외학자들을 초청해 유럽 나라들의 미래 가족 시나리오 작성 경험을 듣고 토론을 벌였다.

 IMG_2075.jpg » 2013년 5월2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주최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가족의 미래와 여성가족 정책 전망-해외학자 초청 국제심포지엄'. 곽노필. 이 시나리오들은 앞으로 진행될 경제, 사회, 과학기술 등의 주변여건 변화 흐름에 대한 예측을 반영하고 전문가 델파이조사 기법 등을 활용해 이끌어낸 것들이다. 시나리오 5가지는 ‘개인가치와 가족생활 경합 시나리오’, ‘가족생활의 양극화 시나리오’, ‘느슨하지만 친밀한 가족 시나리오’, ‘평등사회-불평등가족 공존 시나리오’, ‘가족부담 극대화 시나리오’이다.
 연구원은 이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앞의 두가지, 즉 ‘개인가치와 가족생활 경합 시나리오’와 ‘가족생활 양극화 시나리오’를 꼽았다. 두 시나리오는 모두 ‘80 대 20’ ‘99 대 1’로 상징되는 양극화 상황이 앞으로도 더욱 심화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 그만큼 지금의 양극화 흐름은 사회 저변에 강고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제1 시나리오 ‘개인가치와 가족생활 경합 시나리오’는 여기에 덧붙여 국가의 돌봄 서비스도 미미하고, 가족 공동체보다 개인 생활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사회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와 사회는 가족돌봄 서비스에 대한 높은 부담과 생활가치관의 충돌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부닥치게 된다.
 또 하나 실현 가능성이 높은 ‘가족생활의 양극화 시나리오’ 는 돌봄 서비스의 시장화로 이 부문에서도 계층별 격차가 크며, 역시 가족 공동체적 관심보다 개인 생활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사회이다. 제1 시나리오보다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는 사회다.
 셋째는 ‘느슨하지만 친밀한 가족시나리오’다. 5가지 시나리오 중 최선의 시나리오다. 계층간 소득 차이가 크지 않고, 돌봄 서비스는 국가에서 제공된다. 다만 이 시나리오에서도 가족 공동체적 관심보다는 개인 생활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런 사회에서는 가족 구성원간 부양부담이 적고, 친밀해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셈이다.
 넷째는 차선의 시나리오로 ‘평등사회-불평등가족 공존 시나리오’다. 계층간 소득 차이가 크지 않고, 돌봄 서비스도 어느 정도 국가에서 제공되지만, 가족주의가 강해 여성의 가사·돌봄 역할 수행에 대한 기대가 여전할 것으로  예측되는 사회이다. 이 시나리오는 가족간 불평등보다 가족내 성별 불평등이 문제가 되는 사회다.
 마지막으로 꼽힌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족부담 극대화 시나리오’다. 계층간 소득 차이가 크고, 돌봄 부담도 가족에게 지워져 있을 뿐 아니라, 가족주의 가치도 개인화되지 않은 사회이다. 모든 책임이 가족에 있고 계층간, 성별 불평등도 매우 큰 사회다.
 연구원은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족이 급격한 변화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한국사회 최초로 가족시나리오를 개발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1인가구, 다문화가구 등 가족형태의 변화에 대한 전망은 빠져 있다.
 연구원이 작성한 ‘가족의 미래’ 시나리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시나리오간 차이를 구별짓는 가장 큰 요소는 복지정책의 성패라는 점이다.
 연구원이 만든 가족 미래 시나리오에 대해 일반국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연구원이 남녀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일반인들은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로 ‘제3시나리오-느슨하지만 친밀한 가족’을  꼽았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4%가 이 시나리오를 선택했다. 이어 ‘제4 시나리오-평등사회/불평등가족 공존 시나리오’(32.0%)를 두번째로 꼽았다. 두 시나리오는 경제적 불평등과 가족의 돌봄서비스 부담이 줄어드는 면에서는 같지만, 제3 시나리오는 개인중심 가치가 강화되는 가족을, 제4 시나리오는 개인중심 가치가 약화되는 가족을 전망한 데서 차이가 난다.
 반면, 제5 시나리오(가족부담 극대화)와 제1시나리오(개인가치와 가족생활 경합)에 대해서는 각각 41.9%와 29.5%가 거부의사를 나타냈다. 두 시나리오는 가족의 돌봄 서비스 부담이 늘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제1 시나리오는 개인중심 가치가 강화되는 가족을, 제5 시나리오는 개인중심 가치가 약화되는 가족을 전망하고 있어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와 마찬가지로 경제상황과 가족 돌봄 부담의 부정적 전망이 거부감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거꾸로 사람들이 현재 한국 가족의 현실에 대해 돌봄 부담이 많고, 경제적으로 불평등하며, 가족보다 개인중심 가치가 좀 더 강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연구원은 “제3 시나리오(느슨하지만 친밀한 가족)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보아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는 개인중심 가치가 강화되고 가족의 돌봄 부담과 경제적인 불평등은 줄어든 가족 형태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연구원이 작성한 미래가족 가상 스토리 2개
-TV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김수현 극본)의 설정을 활용.
  
1) 느슨하지만 친밀한 가족(최선의 시나리오)
 
 제주호텔 오너인 미희는 직원들의 깍듯한 인사를 받으며 회장실로 우아한 발걸음을 옮겼다. 오너란 게 워낙 고독한 자리기도 했지만 요즘 들어 미희는 부쩍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스물 셋의 어린 나이에 덜컥 원치 않는 임신을 했던 미희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쓴 채 미혼모 상태로 딸을 낳았다. 다행히 미혼모를 위한 국가 양육정책지원들이 훌륭해 빈손으로 집을 나온 미희는 딸을 남들 부럽지 않은 환경 속에 양육할 수 있었다. 한부모 가정 전액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그 딸이 벌써 대학을 졸업한다니 세월도 참 유수와도 같다. 아직 딸은 어린애 같아 미희에게 정서적 의존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미희는 이제 인생의 성공을 거뒀으니 이 가을, 자신이 열렬히 사랑을 쏟아부을 로맨스를 꿈꾸고 싶다.
 미희가 오너로 바뀐 후, 제주호텔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가족부양 지원이 확대되며 자녀 양육으로 고생하던 직원들의 근무 능률도 대폭 향상됐다. 하우스키퍼 윤양은 최근 회사 지원금과 국가 노인의료지원금을 합해 간암 말기인 부친을 한층 높은 수준의 국립 대형병원으로 옮겼다며 좋아한다. 총지배인 상중은 밝아진 호텔 분위기를 보며, 오너 미희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묘한 마음을 느낀다. 귀가 후 퇴근한 상중을 형인 영철이 붙들어 앉혔다. 영철은 서귀포에 신설된 시립 노인요양시설을 설명하며 모친 용림을 이곳에 모시면 좋을 것 같다며 상중의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상중은 이상하게도 내내 미희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 혼란스럽다. ‘딸이 하나 있댔지만 대학을 졸업했으니 양육부담은 없겠고…’. 상중은 어쩌면 미희 같은 여자라면 결혼해서 함께 살아도 나름 행복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2) 가족부담 극대화(최악 시나리오)
 동창회에 참석한 상미는 친구 소연을 보고 흠칫 놀랐다. 1년 전 동창회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새 10년은 더 늙은 듯하다. 일찍 결혼한 탓에 소연은 벌써 초등학교 1학년과 7살 난 유치원생 형제의 엄마였다. 최근 남편의 인터넷쇼핑몰이 크게 실패하며, 대형마트 포장 담당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딱히 아이 맡길 곳도 없어 두 아들을 모두 데리고 온 소연은,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며 거듭 친구들에게 사과했다. 계획 무자녀인 친구 혜정은 아이라면 질색이라며, 상미에게 지금 자리를 뜨자고 한다.
 시끄러운 동창회장을 빠져나와 상미는 주차장에 세워진 혜정의 고급 세단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기업 관리직 남편을 둔 혜정은 이 세단이 다 애들 밑으로 들어가는 돈이 없어 가능한 거라며 만족해 했다. 괜히 동창회에 나가 결혼에 대한 혼란이 더욱 가중된 듯하다. 집에 돌아온 상미는 다시 거동이 불편해진 외조모를 보자 마음이 쓰인다. 때맞춰 걸려온 상윤의 전화를 상미는 끝내 받지 못했다.
 한편 창의는 실신한 해숙을 업고 미친 사람처럼 병원 응급실로 뛰어 들어갔다. 내일 경수와 함께 독일로 떠나기로 결심한 창의는 방금 전 해숙에게 커밍아웃을 했고,평소 심장이 좋지 않던 해숙이 그 충격으로 쓰러져버린 것이다. 반나절 만에 가까스로 해숙의 정신이 돌아오자 창의는 폭풍 같은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침상에 누운 해숙은 장남인 네가 나를 보살펴줘야 한다고 간절하게 창의의 손을 부둥켜 잡았다. 다음날 아침, 경수는 공하에서 창의를 기다리지만 끝내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남들처럼 살아가기로 결심한 창의의 뜻을 받아들인 경수는 홀로 외로운 출국길에 올랐다.


 

 
 
 다른 나라들의 미래가족 시나리오(자료=여성정책연구원)
 

 유럽연합은 ‘FAMILY PLATFORM 연구’(2011)에서 2035년 가족 및 다양한 동거형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래 시나리오로 4가지를 선별해냈다.
 ○ 동등한 기회, 이주의 개방, 다양한 교육과 가치, 사적·공적 돌봄 서비스의 혼합(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
 ○ 불평등의 증가, 제한적인 이주, 사교육과 가치의 위태, 돌봄 서비스의 민영화 (최악의 시나리오).
 ○ 불평등의 증가, 제한적인 이주, 사교육/다양한 가치의 수용, 돌봄 서비스의 민영화.
 ○ 낮은 수준의 평등, 제한된 이주, 엄격한 공교육/다양한 가치 수용, 공적 돌봄 서비스.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만든 2025 미국가족 시나리오는 네가지다.
 ○ 일시적 파트너십(Mr. & Mrs. Right Now): 배우자 간의 일시적 관계와 동등한 경제적 파트너십을 특징으로 함.
 ○ 혼인시장(The Marriage Marketplace): 남녀간의 계약과 입증된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혼인, 재생산, 자녀양육을 함께 할 파트너십이 결정됨.
 ○ 21세기 ‘월튼네 사람들’(The New WALTONS for the 21st Century): 중매혼, 일부다처제가 여성의 자율성 위협, 가족생계를 확대가족이 책임.
 ○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 여성들은 재생산의 자유, 경제활동 참여, 이혼에 대한 권리를 위협받는 명시적 가부장제 사회임.
 
 독일 역시 4개의 미래가족 시나리오를 작성해 놓고 있다.
 ○‘평등가족’ 시나리오: ‘남성=생계부양자, 여성=돌봄노동자’라는 전통적 성별노동 분리 사라지고 평등한 부부관계가 가족생활의 주 흐름을 형성함.
 ○‘가족 내 가부장적 관계 부활’ 시나리오: 가족 내 전통적 성별노동 분리가 다시 고착/강화됨.
 ○‘남성적 역할을 접수하는 여성’ 시나리오: 여성 교육 수준 향상으로 취업시장에서 뿐 아니라 가족 내 남녀역할 관계가 변화됨.
 ○‘가족생활의 양극화’ 시나리오: 성별 차이 뿐 아니라 계급/계층 차원을 더한 가족생활의 양극화를 예측함.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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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