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은 대부분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이다. 태양계 형성기에 천체간 충돌로 인해 우주로 튕겨져 나와 떠돌던 중 지구 중력에 이끌려 떨어진 것들이다.
작은 것들은 지구 대기권에 진입한 이후 마찰열로 인해 대부분 타버리지만 살아남은 것은 지표면에 큰 구덩이를 만든다. 지구의 경우 대개 운석 지름의 20~50배에 이르는 충돌구가 형성된다. 6600만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 근처에 떨어져 공룡 멸종을 야기한 운석의 크기는 10km 안팎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두터운 대기층이 제동장치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름 1m가 안되는 작은 운석은 대기권에 진입한 뒤 공기 저항을 받으면서 속도가 크게 떨어진다. 지면에 충돌하는 순간의 속도는 초속 90~180m(시속 320~640km)이다.
그러나 대기 밀도가 지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한 화성에선 이런 제동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우주를 떠돌던 때의 속도인 초속 11~72km(시속 4만~26만km)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떨어진다.
땅에 떨어진 운석은 지면의 암석과 충돌해 수많은 암석을 공중으로 분출하고, 이것들이 다시 떨어지면서 주변에 연쇄적으로 작은 구덩이들을 만든다. 현재 화성에는 지름이 1km가 넘는 큰 충돌구만 해도 수십만개에 이른다.
지구에선 풍화작용과 지각 활동 등으로 인해 충돌구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 많지 않지만, 화성에선 운석이 만든 충돌구들이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반도 6배 면적에 충돌 파편이 ‘우수수’
화성에 떨어지는 운석들은 표면에 얼마나 큰 흔적을 남길까?
미 항공우주국(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진이 약 230만년 전 화성에 떨어진 한 운석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구덩이 20억개를 찾아냈다. 연구진에 따르면 운석이 떨어지며 맨처음 너비 14km의 충돌구를 만들었고, 이때 생겨난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천문학적인 숫자의 작은 구덩이들이 생겨났다.
연구진은 화성 궤도를 도는 두 대의 우주선에서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코린토 충돌구의 파편들이 만든 2차 충돌구의 수가 약 20억개(최소 13억~최대 30억)로 추정된다고 최근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린 ‘달과 행성과학 학술회의’에서 발표했다. 이는 지금까지 화성에서 발견된 것 중 가장 많은 2차 충돌구다. 연구진이 파악한 2차 충돌구들의 크기는 최소 10m 이상이다.
충돌구들은 한반도 면적의 6배가 넘는 140만㎢의 넓은 지역에 걸쳐 분산돼 있다. 2018년 나사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가 착륙한 곳도 여기다. 이곳은 고대 화산 활동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따라서 충돌구의 암석들은 화성에서 가장 높은 산 중 하나인 엘리시움 몬스(높이 14km)에서 흘러내린 용암이다.
운석 충돌 후에 만들어지는 2차 운석 수는 충돌 지역의 지질과 충돌체 자체의 지질학적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제트추진연구소의 매튜 골롬벡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작은 충돌구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물질을 분출할 수 있었는지를 더 잘 이해하려면 2차 운석의 수를 정량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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