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 후 두통의 원인으로 기존에 알려진 알코올 대사 산물 외에 스트레스 호르몬이라는 좀 더 근본적인 경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Towfiqu barbhuiya/Unsplash
숙취 후 두통의 원인으로 기존에 알려진 알코올 대사 산물 외에 스트레스 호르몬이라는 좀 더 근본적인 경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Towfiqu barbhuiya/Unsplash

알코올은 기본적으로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알코올 섭취가 갑자기 중단되면 신경이 과잉 활성화하는 숙취 현상이 나타난다. 숙취의 대표적인 증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이 두통이다.

술을 마신 다음날 느끼는 두통은 알코올이 간에서 분해될 때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아세트알데히드가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뇌 신경을 자극하면서 두통이 일어난다.

술을 마시고 난 뒤 일어나는 두통은 알코올을 다시 섭취하면 약해지는 특성이 있다. 이는 알콜의존증이 있는 사람들이 알코올 섭취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미국 샌안토니오 텍사스대 김유신 교수 연구팀이 알코올 대사 산물에 의한 두통 경로 외에도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에 따른 좀 더 근본적인 두통 경로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국제학술지 뉴런에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김 교수는 “알코올 대사산물이 일으키는 두통은 잠깐 동안이며 이번에 발견한 것이야말로 숙취 두통의 핵심 메카니즘”이라고 말했다.

알코올 금단에 따른 두통은 ‘스트레스호르몬 분비→비만세포 수용체 결합→화학 신호 물질 방출→혈관 확장 및 말초신경 자극’이라는 4단계 과정을 거친다. 샌안토니오 텍사스대 제공
알코올 금단에 따른 두통은 ‘스트레스호르몬 분비→비만세포 수용체 결합→화학 신호 물질 방출→혈관 확장 및 말초신경 자극’이라는 4단계 과정을 거친다. 샌안토니오 텍사스대 제공

4단계로 진행되는 두통 유발 경로

연구진은 3~8주간의 생쥐 알코올 섭취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CRF(corticotropin-releasing factor,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방출 인자)가 뇌 척수액을 감싸고 있는 두개골 아래쪽 경막에서 면역세포인 비만 세포(mast cells)를 활성화해 두통을 유발하는 일련의 과정을 확인했다. 경막은 말초혈관과 말초신경섬유가 밀집해 있는 곳이다.

이 과정은 크게 네 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알코올 섭취가 중단(금단)되면 뇌의 시상하부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말초혈관을 통해 경질막에 도달한 뒤 혈관 밖으로 빠져나와 비만세포 수용체(MrgprB2)와 결합한다. 호르몬의 자극을 받은 비만세포는 안에 있던 화학 신호 물질을 밖으로 내보낸다. 이어 마지막으로 이 화학 신호 물질은 말초혈관을 확장하는 것과 동시에 감각 뉴런인 3차신경절의 말초신경섬유를 활성화해 두통을 일으킨다.

김 교수는 “말초신경섬유가 알코올 금단으로 인한 혈관 확장에 관여한다는 건 알려져 있었지만, 그 시작점이 스트레스 호르몬과 비만세포 수용체의 결합에 있다는 점은 이번에 처음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알코올장애 등으로 인한 증상을 완화하는 핵심 도구로 비만세포 수용체(사람의 경우엔 MrgprX2)의 활성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16/j.neuron.2023.09.039

Mast cell-specific receptor mediates alcohol withdrawal-associated headache in male m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