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행복감을 극대화하는 소득은 `1억원' 사회경제

money-shark-1673085_960_720.jpg » 돈을 얼마나 벌면 행복감이 극대화할까? 픽사베이

 

퍼듀대, 164개국 첫 국제 비교 조사

 

돈과 행복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있다는 건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가 정확히 어떤지는 그리 명확하지 않다. 지금까지 연구 성과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정서적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이상적인 소득 수준(소득 만족점)이 있다는 정도다.
이와 관련해 가장 잘 알려진 연구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앵거스 디튼 교수팀이 2010년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한 논문이다. 그는 미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갤럽의 일일 서베이 응답 45만개를 분석한 이 논문에서, 연간 소득 7만5천달러(2016년 기준 8만4천달러)를 행복의 분기점으로 꼽았다. 이 소득까지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행복감이 커지지만, 그 이상 많이 번다고 해서 행복감이 더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인에 한정된 연구 결과였다.
이번에 퍼듀대 연구진이 국제 비교를 통해 행복을 주는 소득 수준을 계량화해 내놓았다. 연구진은 164개국 17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갤럽 월드폴(Gallup World Poll)에서 나타난 데이터를 분석했다. 각자의 삶에 대해 0점(최악)에서 10점(최상)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하고, 이를 소득 수준과 비교했다. 그 결과는 카너먼 교수의 논문과 비슷했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은 사람이 행복감도 높지만, 일정 금액을 넘어서면 그렇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소득 만족점'(satiation point)이라고 불렀다. 논문 주저자인 퍼듀대 앤드류 젭(Andrew T. Jebb) 박사과정생은 보도자료에서 "우리가 TV에서 보는 것과 광고주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들을 보면 행복에 필요한 돈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이제 어떤 기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family-3043408_960_720.jpg » 4인 가족의 소득만족점은 2배을 더해야 한다. 픽사베이

 

주관적 웰빙 주는 소득만족점

선진국 더 높고 개도국 낮아

 4인 가족이면 2배 더 곱해야

 

심리학자들은 행복감(주관적 웰빙)을 두 가지 측면으로 구분한다. 하나는 정서적 웰빙, 다른 하나는 삶의 평가다. 정서적 웰빙은 일상 생활에서 겪는 감정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즉 기쁨, 스트레스, 슬픔, 분노, 애착 등 삶을 즐겁게 하거나 즐겁지 않게 하는 요소들의 강도와 빈도를 말한다. 삶의 평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곰곰 생각할 때 갖게 되는 생각, 즉 자신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말한다. 삶의 만족이라고도 한다. 이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나 더 높은 목표에 의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결과치를 종합한 결과 삶의 평가 측면에서 소득만족점은 연간 9만5천달러(약 1억원, 세계 평균)로 나타났다. 정서적인 웰빙이나 일상의 행복 측면에서는 연간 6만~7만5천달러(약 6400만~8000만원)가 소득만족점으로 나타났다. 6만달러에선 행복감과 즐거움, 기쁨 등의 긍정적 감정이 발현됐으며, 7만5천달러에선 스트레스와 걱정, 슬픔 등 부정적 감정이 발현됐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별 소득금액을 지칭하는 것이며, 가족 단위로 넓히면 액수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4인 가족의 경우 소득 만족 지점은 2배를 곱해야 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소득 만족감을 느끼는 지점은 지역별로 달랐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선 12만5천달러, 북미에선 10만5천달러, 서유럽에선 10만달러였다. 동남아시아에선 이보다 훨씬 낮은 7만달러였다. 동유럽은 더 낮아 4만5천달러, 중남미는 3만5천달러에서도 삶의 만족을 표현했다. 이는 각 나라가 얼마나 부유한지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의 경우 소득 만족점은 주관적 웰빙은 6만5천~9만5천달러, 삶의 만족에선 10만5천달러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여성(10만달러)보다 남성(9만달러)이 더 낮은 소득수준에서 삶의 만족을 표현했다는 점이다. 또 저학력자(7만달러, 수학기간 8년 이하), 중급학력자(8만5천달러, 수학기간 9~15년)보다 고학력자(11만5천달러, 수학기간16년 이상)들의 소득 만족점이 훨씬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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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점 넘어서면 행복감 감소 역효과도

업무량, 업무시간, 책임 등 증가한 영향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일단 소득 만족점을 찍으면 사람들은 그 지점에서 소득을 동결시켜도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어 "또다른 중요한 현상은 만족을 넘어서는 소득수준은 오히려 행복수준을 떨어뜨리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는 주관적 웰빙이 아닌 삶의 만족 차원에서만 분명히 드러나며, 9개 지역중 5개지역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이었다고 밝혔다. 그 5개 지역은 서유럽/북유럽, 동유럽/발칸반도, 동아시아, 중남미, 북미다. 연구진은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현상이 발견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확신할 수는 없지만 더 높은 임금에 대한 요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오히려 주관적 웰빙을 감소시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연구진은 이는 소득 자체가 아니라 비용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고소득자는 일반적으로 업무 시간, 업무량, 책임 등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요구에 직면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이들이 여가 활동 같은 긍정적 경험을 누릴 기회를 앗아간다. 물질에 대한 열망과 거기에 드는 비용이 증가하는 것, 또는 고소득층이 몰려 있는 동네에서 살면서 겪는 생활 변화 등도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최상층 소득의 부정적 효과는 최대 소득이 달성될 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얻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만약 이 말이 맞다면 돈은 그것을 즐길 여가가 있는 경우에만, 옳은 일을 하는 데 돈을 쓰는 경우에만, 그리고 돈을 시간보다 우선시하지 않는 경우에만 행복을 살 수 있다는 다른 연구결과들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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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번 조사는 몇가지 한계도 갖고 있다. 우선 소득금액을 객관적 데이터가 아닌 응답자의 자기평가 점수를 토대로 파악했다는 점이다. 이는 데이터의 신뢰성에 흠을 남긴다. 연구진은 또 일반적으로 부유층은 자신의 행복감을 잘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경향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삶의 만족도에  대한 점수는 응답자의 당시 감정 상태와 답변 시기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는 역대 최대 규모의 조사를 통해 기존 가설을 확인하고 처음으로 국제 비교까지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의를 둘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널 <네이처 인간행동> 1월8일 온라인판에 실렸다.

 

출처
https://qz.com/1211957/how-much-money-do-people-need-to-be-happy/?mc_cid=04e3f4c199&mc_eid=f400c949ac
https://www.sciencealert.com/how-much-money-you-need-be-happy-according-science-income-satisfaction-well-being

퍼듀대 보도자료
http://www.purdue.edu/newsroom/releases/2018/Q1/money-only-buys-happiness-for-a-certain-amount.html
https://www.livescience.com/61764-how-much-money-buys-happiness.html

갤럽 자료

http://www.gallup.com/analytics/213704/world-poll.aspx

http://news.gallup.com/opinion/gallup/228278/rich-hurt-chances-happiness.aspx?

논문 보기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2-017-0277-0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논문
http://www.pnas.org/content/107/38/16489

https://blog.naver.com/jysbw21/20190224806
http://www.segye.com/newsView/20100907001406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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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