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특이점이 온다면?…준비는 돼 있는 걸까 미래이슈

mam_291937_482286_Fancybox-de.jpg » 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IFA의 최대 주제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스마트홈이었다. 사진은 엘지 전시관. IFA 제공

가전의 최대 화두가 된 인공지능

 

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17'의 화두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었다. 참가 업체들은 다양한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한 인공지능 기기들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모든 가전제품에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적용하는 스마트홈 구상을 발표했다. 예컨대 냉장고를 스마트홈의 허브로 삼아 주방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로봇청소기, 온도조절기, 실내조명, 세탁기, 현관문 등 집안 내의 모든 장치들을 작동시킨다는 청사진이다. 2020년이면 불과 3년 후다.

 

 

"인간은 더 이상 상대가 안된다" 알파고가 준 충격


요즘 인공지능 붐이 한창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연구 성과가 발표될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빨라졌다. 일반인들의 관심도 급상승했다. 아마도 지난해 3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에서 받은 충격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구글트렌드를 보면 당시 ‘인공지능’ 검색빈도는 평소의 10배, ‘특이점’은 7배로 치솟았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알파고는 올해 세계 바둑 1위인 중국의 커제까지 완파하고는 아예 은퇴선언을 했다. 최소한 바둑에서만큼은 이제 인간과의 대결이 의미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goo1.jpg » 구글트렌드로 본 인공지능(파란색), 특이점(빨간색) 검색 빈도 추이. 2016년 3월 이후 검색빈도가 급증했다.

 

인간보다 뛰어난 기계지능 45년내 출현 확률 50%

 

인간 최고수마저 가볍게 제압하는 인공지능의 막강 능력은 사람들에게 로봇과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일으켰다. 1956년 '다트머스 회의(Dartmouth Conference)'에서 처음 인공지능 용어가 등장한 이후 60여년 만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와 미국 예일대 정치학부 연구진은 지난 5월 그 시점을 예측하는 자료를 냈다. 세계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에게 각 직업 부문별로 고도기계지능(High-level machine intelligence=HLMI)이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는 시점을 예측하도록 했다. 고도기계지능은 기계가 사람의 도움 없이 모든 작업을 사람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잘 처리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연구진은 답변의 신뢰성을 위해 2015년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IPS)와 국제머신러닝학회(ICML)에 논문을 발표한 1634명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352명이 답변을 보내왔다.
답변을 분석한 결과, 전문가들은 50%의 확률로 45년 안에 모든 부문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고도기계지능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9년 안에 나타날 확률은 10%로 보았다. 특이한 것은 아시아권 전문가들은 30년, 북미 전문가들은 74년으로 크게 차이가 났다는 점이다.

 

 

 godo1.jpg » 전문가들이 예측한 고도기계지능 출현시기.


직업별로 고도기계지능이 출현하는 시기는 빨래 개기(2021년), 번역(2024년), 고교 에세이 작문(2026년), 트럭운전(2027년) , 유통매장 점원 일(2031년)과 베스트셀러 집필(2049년), 외과수술(2053년) 순으로 내다봤다.
물론 고도기계지능이 출현했다고 해서 곧바로 인간의 모든 일자리를 점령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들이 사회경제 시스템에 적용되려면 그 뒤에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응답자들의 답변을 평균한 결과, 모든 직업이 자동화하는 시기는 50%의 확률로 122년 후였다.

물론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다.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예측의 유효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기술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설문 당시 인공지능이 바둑게임에서 인간을 물리치는 시기를 2027년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들이 설문에 답한 다음해인 2016년에 이 일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영국 세필드대의 로봇 및 인공지능 전문가 노엘 샤키(Noel Sharkey)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래 예측 설문의 유효성은 5~10년 정도에 그쳐야 한다. 그 범위를 넘어서면 억측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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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지능과 인공지능이 융합하는 특이점 올까


시기야 그렇다치고, 인공지능은 과연 어디까지 발전해갈까?

인공지능 기술의 정점으로 특이점(Singularity)이란 개념이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들이 발전해 인류가 극적이고 불가역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 가설적 순간”(A hypothetical moment in time whe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other technologies have become so advanced that humanity undergoes a dramatic and irreversible change)이다.
이 생소한 단어가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05년에 출간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라는 책이었다. 미국의 발명가이자 미래연구자인 레이 커즈와일(현 구글 이사)이 집필한 책이다. ‘인간이 생물학을 초월할 때’(한국 번역서의 부제는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서 그는 2020년대 말이면 인공지능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해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을 구별할 수 없게 되고, 2045년에는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이 융합하는 특이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도 그는 확신에 차 있다. 커즈와일은 인터넷언론 <퓨처리즘>과의 인터뷰에서 “특이점의 순간이 오면 인간의 지능은 우리가 창조한 지능과 통합돼 10억배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컴퓨터가 뇌에 이식되고 클라우드와 연결되면서 인간 존재를 확장시킬 것”이라며 “이건 미래 시나리오가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ray.jpg » 2005년 출간된 <특이점이 온다> 표지와 저자 레이 커즈와일. 유튜브 갈무리

 

과학기술자들과 인문학자들의 상반된 견해 

 

그의 말대로 특이점이 과연 올까? 온다면 언제 어떻게 올까? 

세계 최대 전기전자부문 전문가 단체인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가 커즈와일, 닉 보스트롬 등 인공지능 부문의 권위자 9인에게 “언제 컴퓨터가 인간 뇌와 같은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인지” 물었다. ‘곧, 2029년, 20~50년 후, 21세기 이내, 수백년’ 등 다양한 답이 나왔지만, 특이점이 언젠가 닥칠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인문학자들까지 논의의 장에 들어올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매년 세계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토론 주제를 던지고 그에 대한 의견을 소개하는 지식토론 사이트 엣지(www.edge.org)는 지난 2015년 올해의 질문으로 `생각하는 기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선정한 적이 있다.
지식인들의 견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공계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특이점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인문계 사회과학자와 철학자 등은 이에 회의적이었다. 전자는 과학적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한 유물론적 관점을, 후자는 좀 더 철학적 접근법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이 질문을 대하는 두 집단의 근본적 차이는 사람의 두뇌를 기계 장치로 볼 수 있느냐 여부에 있다. 인공지능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인식을 정형화하면, 인간의 두뇌는 유한하므로 계속 연구하다 보면 결국엔 그 기본 작동 메카니즘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과 자금만 있다면 진짜 사람같은 지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인문 지식인들은 초지능은 말할 것도 없고 지능의 실체조차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김상환 서울대 철학과 교수의 네이버 열린연단 에세이 ‘특이점이 올까’는 이 문제에 대한 인문학자의 인식을 잘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공지능이 아무리 가공할 능력을 지녔어도 지능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욕망을 비롯한 정서적 자극”이라며 “인공지능이 욕망을 지니게 되어 자기 주도적 실천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원리상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아직은 아득한 먼 미래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정서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소식이 있기 전까지 기술적 특이점이 온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artificial-intelligence-2167835_960_720.jpg » 특이점을 바라보는 이공계 학자들과 인문학자들의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 픽사베이

 

인공지능은 지구 생명역사의 제3단계?

 

 그래도 언젠가는 특이점이 온다면?

물리학자이자 인공지능 전문가인 미 MIT 맥스 테그마크(Max Tegmark) 교수는 최근 펴낸 <라이프3.0:인공지능시대의 인간>(Life 3.0: Being Human in the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서 특이점이 인류에게 갖는 의미를 '지구 생명 역사의 제3단계'로 파악했다. life-30-cover.jpg » <라이프3.0> 표지. 그의 이런 인식은 생명의 개념에 대한 접근 방식을 달리한 데서 비롯된다. 그에게 생명이란, 복잡성을 유지하고 복제할 수 있는 ‘자기 복제 정보 처리 시스템’(self-replicating information-processing system)이다. 그가 세포의 구성 형태 같은 기존 생명 개념들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지적 기계나 외계생명 등 다른 방식 생명체 존재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서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던 종으로 생명의 미래를 제한하지 말고 대신 좀더 폭넓게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명이 복제하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원자의 배열 방법을 특정하는 정보다. 박테리아가 자신의 디엔에이를 복제한다는 것은 어떤 새로운 원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것과 똑같은 패턴으로 원자 세트를 배열하는 것이다. 즉 정보를 복제하는 것이다. 결국 생명이란 자신의 행동과 그 하드웨어의 청사진을 결정하는 정보 소프트웨어가 된다.
그는 이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생명 역사를 3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원시 생명체의 탄생, 2단계는 인간의 탄생, 3단계는 인공지능의 탄생으로 시작된다. 1단계인 라이프1.0은 생물학적 단계다. 이 시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서서히 진화해간다. 박테리아가 좋은 사례이다. 2단계인 라이프2.0은 문화적 단계다. 이 단계에선 하드웨어는 서서히 진화하고, 소프트웨어의 상당수는 스스로 설계해낸다. 인간이 대표적 사례다. 소프트웨어란 인간이 감각기관을 통해 얻는 정보를 처리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하는 모든 알고리즘과 지식을 가리킨다.
소프트웨어를 설계해내는 능력을 통해 라이프2.0은 라이프1.0보다 환경에 더 영민하고 유연하게 적응해간다. 환경이 변하면 라이프1.0은 여러 세대를 거치며 서서히 적응해 간다. 반면 라이프2.0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거의 즉시 적응할 수 있다. 예컨대 항생물질에 자주 노출되는 박테리아는 여러 세대를 거치며 약물내성을 키워간다. 그러나 개별 박테리아들은 절대 그럴 수 없다. 반대로 인간은 땅콩 앨러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때부터 즉시 땅콩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라이프3.0은 기술적 단계다. 이 시기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스스로 만들어낸다. 생명체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인이 돼 진화적 족쇄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는 “라이프1.0은 40억년 전, 라이프2.0인 우리 인간은 10만년전 시작됐다”며 “많은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이 향후 100년 안에 라이프3.0 시대를 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이점이 온다 안온다, 언제 어떻게 온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만약에’라는 질문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도 없다. 특이점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따라 특이점 이전과 이후의 인류사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등의 경고처럼 종말도 배제할 수 없다. 준비된 자와 준비되지 않은 자의 미래가 얼마나 다를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Leutze,_Emanuel_—_Storming_of_the_Teocalli_by_Cortez_and_His_Troops_—_1848.jpg » 1520년 아즈텍 원주민을 정복하는 스페인 코르테즈 장군의 군대. 위키미디어 코먼스

자연종 인간과 로봇종 인간이 공존하는 길은?


최근 국내에서도 이런 논의가 일기 시작했다. 정대현 이화여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철학회가 발행하는 <철학> 2017년 여름호에서 특이점에 대한 철학적 고민의 일단을 피력했다.
‘특이점 인문학’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서 그는 16세기 멕시코 아즈텍 종족이 신으로 믿었던 백인 스페인 장군 코르테즈에게 정복당했던 역사적 사례를 들며 '인류는 도우미로 개발한 특이점 로봇에게 정복당할 것인가'라는 도발적 질문을 제기했다. 특이점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특이점 로봇이 인간사회의 성원이 된다는 건 아직은 현실적 가능성보다 논리적 가능성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만일 그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면 준비되지 않은 인간 문화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들 수 있다. 따라서 특이점 로봇의 가능성은 회피할 문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다.”
정 교수는 그래서 특이점 로봇이 인간의 재앙이 되지 않으려면 자연종 인간의 덕목에 대한 분석과 성찰을 토대로 로봇종 인간이 갖춰야 할 덕목을 체계화하는 선제적 인문 주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런 주체성의 한 형식으로 “로봇이 인간을 해치지 못하도록 ‘자살 세포’ 같은 장치를 장착하면서도 인간을 돕거나 협동하는 조건 하에서 자연종 인간과 로봇종 인간이 공존하는” 질서체계를 제안했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미래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래는 과거와 오늘의 연장선상에서 발현된다. 따라서 인공지능 연구 성과가 쌓일수록 특이점에 대한 논란도 거세질 것이다. 문제는 논란만 벌이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경우다.

man-2546107_960_720.jpg » 픽사베이.

 

한편으른 기회, 다른 한편으론 위험

 

행동의 양식은 다양하다. 2030년대 특이점 시대를 예상하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엄청난 기회를 잡기 위해 5년 안에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분야에 1천억달러 투자 계획을 세웠다. 인공지능에 의한 인간 파멸을 경고하는 일론 머스크 등은 파국을 막기 위해 오픈에이아이(OpenAI)라는 업체를 10억달러를 들여 설립했다. 목적은 인간에게 이로운 인공지능을 연구 개발하는 것이다. 여기엔 장래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 수준을 넘어설 수 있으며, 인류에 적대적으로 대항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특이점 가설의 선도적 주장자인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에 맞선 인류의 생존 확률을 50%로 본다. 대신 그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융합을 제안한다. 반면 노엄 촘스키(Noam Chomsky) 등 유력 지식인들 몇몇은 특이점 가설을 공상과학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art-school-of-athens-1143741_960_720.jpg » 올 수도 있는 특이점에 대비한 특이점 인문학을 정립하자는 논의가 일기 시작했다. 라파엘로의 아테네학당. 위키미미디어 코먼스

 

빨라지는 기술 발전…준비된 자에겐 두려움이 없다

 

무엇을 믿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할까?
머스크는 인공지능의 인간추월 시기를 2060년으로 본 옥스퍼드대 연구 결과에 대해 , 자신은 2030~2030년 사이에 컴퓨터가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추월할 것으로 본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2060년은 선형 외삽법(linear extrapolation)의 결과이며, 실제 기술 발전은 기하급수적(exponential)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옥스퍼드대의 전문가 조사에서도 응답자 352명의 3분의 2 이상이 자신의 연구경력 후반기에 들어 머신러닝의 발전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 기술이 적용돼 인간 사회에 영향을 끼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고도기계지능이 출현하고 2년 후에 모든 업무에서 인간보다 일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본 확률은 고작 10%였다. 이는 고도기계지능에 대응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걸 뜻한다.

그 대응법을 기술적 접근으로 찾기는 어렵다. 기술 지향적인 인공지능 개발자들에겐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의 부정적 영향은 작게, 긍정적 영향은 크게 부각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설문에서도 고도기계지능이 궁극적으로 인간 사회에 이익을 줄지, 해악을 끼칠지에 대해 각각 45%, 15%로 전자를 꼽은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응답자들의 약 절반(48%)은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것에 대한 연구를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려면 정치, 경제, 사회, 심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고려들이 어우러져야 한다.

 특이점이 오느냐 아니냐, 언제 오느냐에 대한 특이점 기술학을 넘어 미래 어느 순간의 특이점을 가정한 특이점 인문학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준비된 인류에게 특이점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나 미래는 오지만, 밝은 미래는 준비된 자의 몫이 아닐까?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건초더미의 공룡(Dinosaur in a Haystack)>(1995)에서 중요한 과학 혁명들의 특징은 공통적으로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기존 신념을 차례로 부숨으로써 인간의 교만에 사망선고를 내린 점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특이점도 이 대열에 들어갈까? 설령 특이점이 오지 않더라도 특이점 인문학 논쟁은 최소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성찰하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이점 논쟁을 통해 확인하고 다져진 인간의 덕목체계는 인간에게 더욱 강한 생존력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지 않을까?

 

인공지능 권위자 9인에게 던져진 세가지 질문

 

세계 최대의 전기전자부문 전문가 단체인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 ‘아이트리플이’라고 발음)가 발행하는 학술지 <스펙트럼>은 2017년 6월 인공지능 특집을 발행했다. 이 특집에는 인공지능 연구분야의 권위자로 통하는 9인의 견해를 소개했다.

 

s1.jpg » 왼쪽부터 로버트 핸슨, 마틴 로스블랫, 루치르 푸리. IEEE 스펙트럼


컴퓨터는 언제 인간 뇌와 같은 능력을 갖게 될까

 

이들에게 던져진 첫번째 질문은 “언제 컴퓨터가 인간의 뇌와 같은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인가”였다. 신경모방 칩 연구의 선구자인 캘리포니아공대 카버 미드(Carver Mead) 명예교수를 제외한 8명이 답변을 보내왔다.
레이 커즈와일은 자신의 소신대로 2029년이라고 시기를 콕 집어 말했다. 스위스 달르몰 인공지능연구소(IDSIA) 소장 유르겐 슈미트후버(Jurgen Schmidhuber) 박사는 곧 일어날 일이라고 답변했다. 뉴욕대 심리학 교수인 개리 마커스(Gary Marcus)는 20~50년 후로 좀 더 멀리 내다봤다.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 교수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은 “수십년 이내”라고 다소 애매하게 말했다. 미 조지메이슨대 경제학 교수인 로빈 핸슨(Robin Hanson)과 제약회사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의 최고경영자(CEO)이자 트랜스휴머니즘 단체인 테라셈 무브먼트(Terasem Movement) 설립자인 마틴 로스블랫(Martine Rothblatt)은 “21세기 이내”라고 답했다.
협업로봇 제조업체 리싱크로보틱스의 회장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는 가장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질문 내용을 “컴퓨터/로봇은 언제 사람만큼 지적이고 의식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로 스스로 수정한 뒤 이런 답을 보내왔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특히 커즈와일이 살아 있는 동안은 아니다. 그의 강렬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십년 안에 죽을 것이다. 우리와 같은 수준의 기계를 만나려면 족히 100년 이상은 지나야 할 것이다. 아마도 수백년은 걸릴 것이다.” 브룩스 회장은 특히 개 수준의 지능과 의식을 갖추는 데도 앞으로 50~100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진짜 개와 거의 근접한 코를 갖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비엠(IBM) 인공지능 왓슨의 책임설계자인 루치 푸리(Ruchir Puri)는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인간의 뇌는 체스, 퀴즈쇼(Jeopardy), 바둑의 챔피언이 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인간 뇌에는 보살핌, 공감, 공유, 독창성, 혁신 같은 특성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인간의 뇌가 작동하고 학습하는 놀라운 형태와 에너지 효율은 논외로 치더라도, 이런 인간의 특성을 기계가 갖추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더 가속화하더라도 이런 질문에 전체적으로 대답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s2.jpg » 왼쪽부터 레이 커즈와일, 카버 비드, 닉 보스트롬. IEEE 스펙트럼

 

인간 뇌와 같은 컴퓨터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전문가들에게 주어진 두번째 질문은 “인간의 뇌처럼 작동하는 컴퓨터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였다. 전문가별로 답변 내용에 차이가 컸다. 핸슨은 인공지능은 인간을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인간 뇌 수준의 능력을 갖춘 컴퓨터는 뇌보다 저렴할 것이고 따라서 거의 모든 업무에서 뇌를 대신할 것이다. 컴퓨터는 공장에서 빠르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경제도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아마 매달 두배씩 성장할지도 모른다. 인간은 은퇴해야 하지만 자본은 대부분 갖고 있을 것이며, 이 자본은 경제와 같은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마커스는 특히 과학과 의학의 커다란 발전을 예상했다. 로스블랫과 커즈와일은 뇌 속 정보들을 모두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은 불멸의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이미 뇌를 확장시켜 문제 해결 능력을 확대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드니 브룩스는 컴퓨터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합리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100년 이상은 인간 수준의 지적 컴퓨터가 나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100년 후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는 “질문을 컴퓨터/로봇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나가게 될 것인지로 단순화하면 베이비붐 세대는 20년 안에 로봇기기들을 집 안에 두고 로봇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답변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엔, 여전히 불멸의 삶을 얻지 못할 커즈와일도 있을 것이라고 비꼬듯 덧붙였다.

s3.jpg » 왼쪽부터 로드니 브룩스, 게리 마커스, 유르겐 슈미트후버. IEEE 스펙트럼

 

인간을 뛰어넘는 컴퓨터가 올 미래가 두려운가

 

마지막 세번째 질문은 “컴퓨터가 인간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지능을 갖게 될 미래가 두려운가?”였다. 미드 교수는 “기술이 진보할 때마다 사람들은 세상의 종말이 올 것으로 예측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며 “오늘날의 세상은 100년 전 세상보다 모두에게 훨씬 나은 세상”이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기술은 세상의 번영을 촉진해온 유일한 힘”이라며 “기술은 언제나 선과 악 양쪽에서 모두 이용해 왔지만 100년을 돌아보면 선이 큰 차이로 악을 이겨왔다”고 덧붙였다.
핸슨은 지금 이 순간 변화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 사람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블랫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로봇 시장이 진화해 갈 것이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커즈와일은 인류는 인공지능과 결합해 위험을 피하고 최적의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트롬은 인공지능에 대한 통제 문제를 우려했다. 브룩스는 전혀 두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미래의 우리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향후 100년 동안 세상은 진화해 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미래를 상상할 수 없으니 불안해 할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마커스는 불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불안은 기계가 너무 똑똑해질 경우에 대한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힘을 가질 경우에 대해서다. 예컨대 당신의 아이큐가 무엇이든 당신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경우를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출처
<IEEE>의 특이점 9인 전문가 견해 특집
http://spectrum.ieee.org/computing/software/humanlevel-ai-is-right-around-the-corner-or-hundreds-of-years-away
https://futurism.com/experts-weigh-in-on-ai-and-the-singularity/
http://www.ndsl.kr/ndsl/search/detail/trend/trendSearchResultDetail.do?cn=GTB2017002332
2015년 엣지 특집
https://www.edge.org/annual-question/what-do-you-think-about-machines-that-think
https://www.edge.org/responses/q2015
http://techcrunch.com/2016/02/29/is-singularity-near/
김상환 교수 네이버 열린연단 에세이
http://openlectures.naver.com/contents?contentsId=119625&rid=253

인공지능이 인간을 추월할때 논문
https://singularityhub.com/2017/07/25/when-will-ai-be-better-than-humans-at-everything-352-ai-experts-answer/
http://www.bbc.com/news/technology-40345188
논문 보기
https://arxiv.org/pdf/1705.08807.pdf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3.0'
http://www.kurzweilai.net/will-ai-enable-the-third-stage-of-life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2017/sep/16/ai-will-superintelligent-computers-replace-us-robots-max-tegmark-life-3-0

 

손정의의 인공지능 투자
https://singularityhub.com/2017/08/29/japans-softbank-is-investing-billions-in-the-technological-future/

일론 머스크이 인공지능 경고
http://www.foxnews.com/tech/2017/06/07/elon-musk-says-artificial-intelligence-will-beat-humans-at-everything-by-2030.html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
https://www.wired.com/story/do-we-need-a-speedometer-for-artificial-intelligence/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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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