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지구 기온이 오르면 아기가 줄어든다 지구환경

sperm.jpg » 지구 온난화가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방해한다. pixabay.com

 

인류에게 전방위적으로 영향 미치는 지구온난화

 

오는 30일부터 파리에서 열리는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를 앞두고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끼칠 영향을 경고하는 보고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세계은행은 신속하고 포괄적인 기후변화 대책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2030년까지 1억명이 더 극빈층으로 전락해 유엔의 빈곤퇴치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수, 가뭄 등의 이상기후가 한순간에 재산을 앗아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은 지금 이대로 두면 인류는  지구기온 상승폭을 섭씨 2도 이내로 묶기 위한 탄소배출 한도 1조톤의 75%를 2030년까지 소진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북극해 해빙 등 미래의 이상기후 상황을 전하는 가상 일기예보 동영상 시리즈를 제작해 온라인에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은 기상 이변을 일으키거나 빙하를 녹이고 해수면을 높이는 데만 있지 않다. 지구 온난화가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은 전방위적이다. 인간의 질병과 부의 불균형 확산에서 사회 소요, 전쟁에 이르기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후변화는 출생률(한 해 동안 인구 1천명당 출생하는 아이 수)에도 영향을 미칠까? 장기간의 통계를 바탕으로 이 문제를 파고든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결론은 지구 온난화로 고온 현상이 뚜렷해질수록 출생률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baby1.jpg » 미국 독일 호주의 월별 출생자 분포. 7~9월에 정점을 이룬다. 호주에서 3월 출생자가 많은 것은 남반구에선 이때가 여름이기 때문이다. nber


 baby8.jpg » 우리나라의 2014년 월별 출생자 분포. 미국이나 독일에 비해 경향성은 다소 약하지만, 7~9월에 출생자 수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다른 해에도 비슷한 패턴이다. 통계청

 

사실 출생률이 기온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출생률의 계절적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의 월별 출생자 분포를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나라마다 약간의 정도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여름철인 7~9월엔 출생자 수가 증가하고 봄철인 3~5월엔 출생자 수가 줄어드는 패턴을 보인다. 계절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이 기온의 변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온과 출생률의 상관관계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7~9월에 연중 최고점을 찍는 북반구 서구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한겨울인 1월 출생자가 가장 많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는 서유럽은 가을철, 한국은 봄철 임신자가 훨씬 많다는 얘기다.

 

adult-17329_1280.jpg » 섭씨 26.7도가 넘는 날로부터 9개월 후 출생률이 떨어진다. pixabay.com


기온 26.7도를 넘는 날로부터 9개월 뒤다

 

미 국립경제조사국(NBER)이 조사보고서 형태로 발표한 이번 연구는 평균기온이 화씨 80도(섭씨 26.7도) 이상인 날이 기온이 화씨 60~70도(섭씨 15.5~21도)인 날과 비교해 출생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 지역은 미국이다. 연구진은 평균기온이 26.7도를 넘으면 그로부터 9개월 후의 출생률이 의미있게 감소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더운 날이 난자와 정자의 수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걸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논문 제1저자인 앨런 바레카(Alan Barreca) 툴레인대(Tulane University) 경제학과 조교수가 자신의 친구 대부분이 8~9월생이라는 데 의문을 품게 된 것이 발단이 됐다. 연구진은 1931년부터 2010년까지 80년간의 월별 기온 자료와 출생률을 살펴봤다. 오로지 기온이 끼친 영향만을 들여다보기 위해 계절별 고용 패턴이나 이주민의 증감 같은 요인들은 제거했다.

baby2.jpg » 1970년대 이후 정도가 약해지기는 했지만, 월별로 보면 7~9월의 출생률이 가장 높다. NBER

 

봄에 크게 떨어지고 여름에 정점을 맞는다

 

그 결과 평균기온이 26.7도 이상인 날이 하루 늘어날 때마다, 9개월후 출산율이 0.4%씩 줄어든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인원 수로 계산하면 미국 전역에서 하루 약 1165명이다. 다음해에는 출생률이 회복됐으나 회복 정도는 감소분의 32%에 그쳤다. 회복의 대부분은 감소한 지 몇달 뒤에 일어났다. 이를 계절별로 보면 봄에 출생률이 크게 떨어지고, 여름에 정점에 이르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가을과 겨울에 임신하는 비율이 높다는 걸 뜻한다. 출생률 감소와 회복 뒤에 있는 메카니즘, 즉 기온이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는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다. 성교 횟수 때문일 수도 있고 생식건강 때문일 수도 있다고 연구책임자인 바레카는 말한다. 그 자신은 생식건강이 좀더 큰 요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운 날씨가 수정 능력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1970년대부터는 기온과 출생률의 관계가 다소 약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몇가지 추가 실험을 통해, 이런 현상이 에어컨 보급 확산 때문이라는 걸 알아냈다. 에어컨이 출산율 저하를 어느 정도 막아준 셈이다.
 baby3.jpg » 섭씨 26.7도를 넘은 날로부터 8~10개월 후에 출생률이 낮아진다. NBER
미국 신생아 수를 한 해 10만명 줄인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미래엔 더운 날이 얼마나 늘어날까? 현재 전국적으로 미국에서 평균기온이 섭씨 26.7도가 넘는 날은 한 해 약 30일이다. 기후변화 모델에 따르면 이 숫자는 이번 세기말 3배로 늘어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모델을 이용해 미래의 출생률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추정했다. 그 결과 섭씨 26.7도 이상인 날이 1990~2002년엔 한 해 31일에서 2070~2099년엔 64일 이상으로 늘어나 미국의 한 해 출생아 수(2000년 기준 400만명)는 10만7천명 줄어들고, 출생률은 2.6%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baby7.jpg » 화씨 80도(섭씨 26.7도)를 넘는 날씨가 2070년 이후엔 지금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nber


이번 연구는 오로지 미국 데이터만을 토대로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가 곧바로 다른 나라에도 통용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연구진은 그러나 기후변화가 출산에 미치는 영향은 출생률이 더 높고 기후가 온난한 개도국에서 더 클 것이라고 믿는다. 임신이 어려워지면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늘어난다. 우선 가정 차원에서는 스트레스가 늘어난다. 감정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출생률 감소에 따른 노동력 감소,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우려된다. 이는 또 사회 전체적으로 고령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경제 여력이 줄어든다는 걸 뜻한다.

 

baby4.jpg » 에어컨 보급이 확산된 1970년대 이후로 기후변화와 출생률의 상관관계가 다소 약해졌다. NBER

 

여름철 출산은 신생아 건강에도 악영향

 

지구 온난화로 가을~초겨울 임신이 늘어 여름철 출산이 많아지면 신생아 건강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연구진은 대체로 여름에 태어나는 아기의 건강은 다른 계절 출생아에 비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한다. 아직 학문적으로 더 규명할 필요가 있지만, 일단 임신 제3기(3번째 3개월)에 더운 날씨에 노출되면 태아의 체중이 줄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선 미 유타대 연구진의 최근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9월 유타대 연구진은 1986~2010년 아프리카 19개국의 출산 통계와 강수량, 기온 등의 기후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기온이 100℉(37.8℃) 이상인 날이 늘어나면 출생시 체중이 줄어드는 사실을 알아냈다. 반면 강수량이 많으면 출생시 체중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아프리카에선 강수량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더운 날은 늘어나고 비오는 날은 줄어드는 기후 변화 상황이 저체중아를 늘리는 셈이다. 저체중아는 질병에 취약하고 장애 가능성이 커 사회적 비용을 늘린다.

 

baby9.jpg » 열이 나는 지구. 지구를 식힐 대책이 시급하다. 유튜브 갈무리. 동영상은 https://www.youtube.com/watch?v=PqxMzKLYrZ4

 

에어컨 보급이 출생률을 안정화시킬까

 

연구진은 기후변화에 따른 출생률 영향을 완화시키는 하나의 방법으로 에어컨 시스템 보급의 확산을 추천했다. 하지만 에어컨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에어컨을 틀수록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난다. 출생률이 줄어들면 오히려 지구 환경의 미래에는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그러나 출생률 감소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라는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이는 옳지 않은 방식이라고 말한다. 원하는 가족계획을 짜고 실천할 기회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인구증가라는 고민을 해결하고 싶다면 좀더 효율적이고 공정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연구진은 덧붙인다. 그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가족 계획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예컨대 개도국 여성들의 교육과 경제활동 참여 기회를 대폭 늘리고, 피임 교육을 확대하는 것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한마디로 양성평등의 실천이다.
  

출처 및 참고자료
http://mashable.com/2015/11/07/global-warming-birth-rates-sex/?utm_medium=email&utm_campaign=daily&utm_source=newsletter&utm_cid=mash-prod-email-topstories&utm_emailalert=daily
NBER 논문 보기
http://www.nber.org/papers/w21681
유타대 논문 보도자료
http://unews.utah.edu/climate-change-negatively-affects-birth-weight-u-study-finds/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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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