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도시 교통의 미래 '모듈카 군단' 자동차교통

car2.jpg » 도시의 미래 교통 수단으로 제안된 넥스트 모듈카. 유튜브 갈무리

 

차들이 서로 붙었다 떨어졌다 한다

 

도시 교통을 이야기할 때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는? 바퀴 네 개가 달린 승용차나 대형 버스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차선을 따라 도로를 달리는 장면일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엔 어떤 교통 시스템이 도로를 지배하게 될까? 상상력의 날개를 활짝 펴려면 무엇보다 고정관념을 버리는 게 상책이다. 고정관념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기는 하지만, 대신 상상력을 제한한다.

car11.jpg » 모듈이 결합돼 있을 땐 칸 사이를 오갈 수 있다.

 

미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새싹기업) 넥스트(NEXT)가 색다른 상상력으로 미래의 도시교통 시스템을 제안하고 나섰다. 투명한 박스형 모듈카들이 도로 주행을 하면서 필요에 따라 서로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탑승자들을 각각의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시스템이다. 넥스트가 구상한 모듈카의 겉모습은 작은 네 바퀴 위에 박스를 얹어 놓은 모양새다.  모듈의 길이는 2.7미터. 모듈 안에는 6개의 좌석이 있고, 4명이 서서 갈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있다. 무게는  2.5톤, 높이는 충분히 서서 가도 될 정도이다. 친환경 전기를 동력원으로 하는 이 모듈카는 운전자 없이도 시내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완벽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췄다.

 

 car16.jpg » 앱으로 넥스트를 부르면, 도착 상황이 실시간으로 앱에 표시된다.

 
개인형 교통수단과 대중교통의 결합

 

122fa5_58c47c2b4e2c4a7e92a883490d36f898.jpg » 토마소 게첼린 이런 구상을 내놓은 이는 이탈리아 출신 엔지니어 겸 산업디자이너인 토마소 게첼린(Tommaso Gecchelin). 물론 아직까지는 아이디어 단계일 뿐이다. 시제품 제작도 해보지 않은 상태다. 그가 구상하는 미래 도시교통의 핵심은 개인별 주문형 교통과 대중교통의 결합이다. 스마트 맞춤형 택시 서비스 우버와 기존의 시내버스 대중교통 체계를 융합한 방식이라고나 할까?  넥스트가 구현하려는 교통의 미래는 이런 것이다.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내 스마트워치 앱에 목적지를 입력한 뒤, 집 앞으로 차를 부른다. 현재의 내 위치는 GPS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전송된다. 몇분이 지난 뒤 자율주행 모듈카가 제 스스로 내 집 앞으로 와 나를 기다린다. 다음 블록에서 이웃이 합승한다. 시내에 들어서니 다른 모듈카들도 줄을 잇는다. 모듈카들은 기차 객차칸처럼 서로 결합해 긴 행렬을 이룬다. 모듈카 행렬 중간에는 식당모듈칸, 화장실 모듈칸이 별도로 있다. 이곳에선 커피나 가벼운 브런치 식사를 하거나 볼 일을 볼 수 있다. 푸드칸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스마트워치가 ‘10분 안에 몇번 모듈로 이동하라’고 알려준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을 나와 같은 모듈칸에 탑승시키기 위해서다. 커피를 후루룩 마시고 그쪽 모듈칸으로 옮겼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내가 탄 모듈칸이 다른 칸과의 결합을 풀고 주행 방향을 바꿨다. 5분 후 모듈카는 정확히 내가 일하는 건물 앞 정류장에 도착했다.”


 

  

교통의 미래, 움직이는 삶을 구현한다


디자인 업체에서 일하던 게첼 린은 미래형 버스와 관련한 프로젝트 작업을 하는 동안 이 넥스트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특히 베니스에서 버스 탑승객들을 인터뷰하면서 한 여성과 나눈 이야기가 결정적이었다. 그 여성은 미래의 대중교통수단은 단순히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 이상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에서 영감을 얻은 게첼린은 자신의 구상을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한다. “교통의 미래는 ‘움직이는 삶’(Life in Motion)이다.” ‘움직이는 삶’에서는 이동은 차가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이동 중에도 우리는 일상적인 생활과 활동을 할 수 있다.

 

car15.jpg » 모듈카 사이는 슬라이딩 도어가 있다.

 

아이폰과 앱스토어 관계처럼...아직은 개념 단계

 

넥스트를 출퇴근 대중교통 수단으로만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듈마다 자율주행 기능이 갖춰져 있으니 온가족이 함께 이용하는 승용차로도 쓸 수 있다. 업체들의 다양한 비즈니스용으로도 가능하다. 예컨대 식료품이나 커피 배달 같은 데 이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공항 이용객의 짐을 집으로, 아니면 공항으로 배달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넥스트가 구현하려는 교통의 미래를 아이폰과 앱스토어의 관계에 비유해 설명한다. 적절한 하드웨어(넥스트)를 공급해줄 수만 있다면, 누구나 그것을 새로운 비즈니스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틀로 이용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좀더 정교하게 시스템을 만든다면 스타벅스 커피나 맥도널드 햄버거도 당신이 있는 바로 그곳으로 배달할 수 있지 않을까? 갖가지 상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지만 당장의 수익을 고민해야 하는 회사가 현실과 멀리 떨어진 영역에까지 손을 대기는 어려운 일. 그래서 그는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넥스트는 현재로선 개념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살린다면, 자신이 구상하는 모듈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게첼린은 IT 전문매체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주요 업체와 하드웨어 제작을 협상중”이라고 말했다. 업체의 이름은 거명하지 않았다. 또 독일의 몇몇 도시들과 리투아니아의 한 도시가 잠재적인 파트너라고 덧붙였다.

 

car.jpg » 넥스트 모듈카의 공간 효율성 비교.

 

공간 효율성, 도시가 복잡해질수록 빛난다

 

넥스트의 이점은 무엇보다 공간 효율성이다. 공간 효율성은 세계의 대도시에서 갈수록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은 가치이다. 공간 효율이 높아지면 교통 정체가 완화되고 덩달아 통근 시간과 교통 비용, 대기오염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넥스트는 나홀로 승용차에 비해 도로공간 점유율이 비교할 수 없으리만치 낮다. 모듈을 결합할 경우 길이 1.9미터 공간에 10명이 탑승할 수 있다. 넥스트는 현재의 카풀이나 카셰어링, 개발중인 자율주행 전기버스는 물론 구글이 구상중인 자율주행 택시 시스템에 비해 공간 효율성과 서비스 질에서 훨씬 앞서 있다고 자부한다. 넥스트의 떼차(swarm vehicle) 개념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car13.jpg » 왼쪽은 넥스트 1.0버전(2012), 오른쪽은 넥스트2.0 버전(2014).

 

꿈은 '5년 후'...실제론 15~30년 기다려야

 

게첼린은 2020년까지는 넥스트 모듈 시스템이 구현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자동주행차기술-당국을 위한 가이드>의 공동저자인 코스타 사마라스(Costa Samaras)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15년에서 30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자율주행차는 아직 개발단계에 머물러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완전한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려면 적어도 10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더구나 그가 생각하는 모듈카는 주행을 하는 동안 다른 모듈카와 어울려 여러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자율주행차와는 또다른 새 기술을 필요로 한다.
 

 car12.jpg » 넥스트 모듈카 내부.


기술 문제 해결 이후에 남는 문제들

 

5년후, 10년후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실질적 문제들이 또다시 앞길을 막을 수 있다. 도로 위에는 넥스트 모듈카만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차들과 아무 문제없이 넥스트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을까? 지금의 버스 중앙차로처럼, 별도의 넥스트 전용로가 추가로 필요한 건 아닌가? 음식, 음료, 화장실 같은 것들은 장거리 여행에는 필요하지만 일상의 출퇴근시에는 그다지 필요가 없는 것들 아닌가? 장거리가 아닌 짧은 시내 주행중에도 이런 서비스를 받고 싶어할까?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투입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넥스트가 현실화하려면 이런 문제들에 명확한 해답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버리고, 상상력을 조합해 끌어낸 그 아이디어만큼은 높이 살 만하다.

 

 

출처 및 참고자료
넥스트 홈페이지

http://www.next-future-mobility.com/
관련 기사

http://www.wired.com/2015/11/this-guy-wants-us-to-commute-in-autonomous-on-demand-pods/

http://www.popsci.com/car-future-may-look-nothing-like-car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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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