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미래의 인류는 외계인을 닮아갈까 생명건강

evol5.jpg » 수백만년에 걸쳐 진행돼온 인간 체형의 진화 과정. 미래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갈까? 출처 http://ieet.org/index.php/IEET/more/pernar20130807

 

문명은 생활양식을, 생활양식은 인간의 몸을 변화시킨다

 

모든 생명체는 환경의 변화에 최적으로 적응해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진화해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수렵채집 생활을 시작한 초기 인류는 척박한 자연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선 상체 근육 대신 다리 근육을 늘렸다. 또 몸 속 지방 저장량을 늘려 기근 시기의 생존력을 높이고, 피부 두께를 줄여 땀을 원활하게 배출시킴으로써 야외 활동력과 이동능력을 높였다. 이 과정은 수백만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돼 왔다. 

미래엔 어떤 형태로 진화해갈까? 지구는 더워지고, 기계는 지능을 갖추고, 인간은 우주로 나아가는 미래에도, 지금까지의 진화 흐름은 이어질까? 아니면 새로운 유형의 진화 흐름이 형성될까?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들은 너무나 많다. 그리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건 섣부를 뿐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개연성 차원에서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지금까지의 진화 흐름을 미래에까지 확장해 적용해보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볼 만한 근거가 있다. 인간은 직립 보행을 시작한 이후, 넓은 세상을 활보하면서 인간만의 독특한 문명을 발명하고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그 문명은 인간을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체형으로 진화시켜 왔다. 기하급수적 발전 양태를 보이는 과학기술은 문명 변화의 속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문명의 변화는 생활양식을 변화시키고, 생활양식의 변화는 인간의 몸을 변화시킬 것이다.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의 신체구조는  지금의 우리와 얼마나 달라질까?  미국의 온라인 미디어 <리스트버스>(Listverse)와 몇몇 블로그에 소개된 것들을 토대로 하나씩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명심할 것은 진화는 단시일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래의 인간 진화는 수십년, 수백년, 수천년이 아닌 수만년, 수십만년에 걸쳐 서서히 구체화해갈 것이다. 여기서 풀어내는 인간 진화의 미래는 그 중 하나의 개연성에 불과하다. 

homo1.jpg » 인간의 머리는 뇌는 커지고 턱과 치아는 작아지는 쪽으로 진화해왔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http://global.britannica.com/science/human-evolution)

 

근육과 치아의 퇴화는 어디까지 진행될까

 

우선 지금까지 퇴화돼 온 인간의 신체 부위는 계속해서 퇴화과정을 밟아갈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근육은 문명의 발전에 따른 생활편의의 향상과 함께 퇴화돼 왔다. 이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힘이 필요한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 기계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리라는 건 쉽게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다양한 로봇의 등장이 이런 전망을 강력하게 뒷받침해준다. 근육을 퇴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 있다. 우주 개척에 따른 인간의 우주 진출이다. 중력이 미약한 우주 공간에선 일상 활동을 하는 데 굳이 힘을 쓸 필요가 없다. 만약 우주가 인간의 새로운 활동공간이 되고, 인간이 우주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면 인간의 근육량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구 환경 파괴가 가속화할 경우, 인간은 생존을 위해 우주에 눈을 돌리지 않을까?

 치아의 역할도 줄어들고 있다. 각종 식품들은 이제 굳이 질겅질겅 씹지 않아도 먹기 좋게 가공돼 나온다. 이미 사랑니는 오랜 세월에 걸쳐 퇴화돼 쓸모없는 치아가 되고 말았다. 인류 진화사를 통틀어 치아는 점점 더 작아지는 경향을 보여 왔다. 지난 10만년 동안 인간의 치아 크기는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큰 치아를 갖고 있을 이유가 없으니 인간의 턱 역시 작아졌다.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고, 또 그럴 만한 능력을 갖췄으니 치아의 퇴화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미래엔 더 작고 갸름한 턱이 미인형의 표준이 되지 않을까?

 체모의 퇴화 역시 더 진행될 것이다. 머리카락을 제외하면 인간의 체모는 이미 많이 사라진 상태이다. 현대인들은 털이 없는 매끈한 피부를 선호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엔 이런 경향이 짙다. 따라서 남성보다는 여성의 체모 퇴화가 상대적으로 빨리 진행되지 않을까?

 발가락의 퇴화도 빼놓을 수 없다. 인간의 발가락은 직립보행하기 전엔 다른 영장류와 마찬가지로 손가락처럼 물건을 잡는 데 쓰였다. 그러던 발가락은 인간이 나무를 타지 않게 되면서 점차 퇴화돼 갔다. 이제 다섯번째 새끼발가락은 거의 있으나마나한 지경에 이르렀다. 다른 발가락은 균형을 잡고 걷는 데 필요하지만, 새끼발가락은 신발 안에서 뭉그러지거나 뾰족 튀어나온 물건에 부딪치는 등 말썽만 일으키기 일쑤다. 장래 어느 시기에 다다르면 인간이 네 발가락 동물로 진화해가는 것은 아닐까? 손가락, 발가락을 잃는 것은 동물 진화사에서 흔히 보는 모습이다. 예컨대 말은 발가락이 2개만 남았다.

 

evol4.jpg » 새끼발가락은 퇴화 과정에 있다. pixabay.com

 

우주시대가 현실화하면 진화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퇴화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해가는 것도 있다. 바로 인간의 키다. 인간의 키는 산업화 이후 빠른 속도로 커졌다. 지난 150년 동안에만 평균 10센티미터 늘어났다. 문명 발전과 함께 영양 섭취량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미래에도 이어질 것이다.  지구 중력이 끌어내리는 힘을 더 이상 못이겨낼 정도의 높이까지는 커지지 않을까?

 
반면 우주 시대는 인간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진화의 경로로 이끌 수도 있다. 미국의 그래픽디자이너인 니콜라이 램(Nickolay Lamm)이 유전과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미래의 인간 얼굴을 보면, 우주시대의 인간은 지금보다 이마가 훨씬 넓고, 눈은 훨씬 크다(10만년 후의 얼굴 보기 http://plug.hani.co.kr/futures/984563).  공상과학 영화에서 흔히 보는 외계인의 얼굴 특징을 닮은 듯하다. 이마가 넓은 건 문명 고도화에 따른 뇌의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눈이 큰 건 지구보다 빛이 희미한 우주 식민지에 적응한 결과이다. 또 유해한 우주 방사선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피부는 까무잡잡해진다. 강한 햇볕에 노출돼 사는 아프리카인의 피부가 검은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무중력이나 저중력 상태에서 눈을 보호하기 위해 눈꺼풀은 두꺼워지고 눈썹은 진해진다. 우주시대엔 빛을 더욱 효율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동공은 기괴하리만큼 커져 눈 뒤쪽 반사판으로부터 안광을 발한다. 덧붙여 인류 진화와 함께 퇴화됐던 반월추벽(제3의 눈꺼풀)이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100000-Years_feature.jpg » 10만년 후 인간의 얼굴 상상도. 니콜라이 램 웹사이트(http://nickolaylamm.com/)
 

글로벌화와 디지털화가 인간 진화에 끼칠 영향력

 

글로벌화, 디지털화가 형성할 생활환경도 장기간에 걸쳐 인간의 외모에 큰 영향을 끼쳐갈 것이다. 한 사회 내에서의 ‘다문화’ 확산은 글로벌사회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예컨대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단일민족사회라고 굳게 믿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다문화가정 인구가 2020년 74만명에서 2050년엔 216만명으로 높아진다. 갈수록 확산될 글로벌화는 새로운 단일 혼합인종의 탄생 가능성을 높인다. 먼 훗날 인류는 단일 종족, 단일 문화로 진화해갈 수도 있지 않을까? 혼혈이 확산되면 종족별 고유 특징이 설 자리는 그만큼 좁아진다. 대신 유전자의 새로운 조합으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특징들이 나타날 수 있다. 그날이 오면 인종 차별은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런 일이 일어나려면 모든 인류가 대대로 다문화 결혼을 해야만 가능한데, 과연 수십억의 다양한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디지털시대의 인터넷은 뇌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 세대에겐 정보 그 자체보다 정보가 어디에 저장돼 있는지를 기억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예컨대 굳이 책의 내용을 기억장치에 담을 필요 없이 그 책이 어디에 있는지만 기억하고 있으면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인터넷에 연결해 꺼내 쓸 수 있다. 다른 모든 생물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뇌 역시 효율성을 추구한다. 인터넷 시대의 뇌는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적응해갈까? 기억력의 퇴화일 수 있다. 기억력의 퇴화는 그동안 줄곧 커지기만 해온 인간의 뇌 진화과정을 멈추게 할 가능성이 있다. 문명 고도화가 오히려 개인 차원의 뇌 발달을 퇴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는 다른 측면에서 뇌 확장의 중단을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신체구조상 현재의 신생아 머리 크기는 이미 현대 여성이 출산할 수 있는 한계점까지 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연선택 측면에서 인간의 머리는 앞으로 점점 작아지는 쪽으로 진화해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제왕절개라는 편리한 수단을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신생아의 뇌 크기가 위헙 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evol3.jpg »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선호하는 유전자를 선택해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인간 진화의 방향은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pixabay.com

 

유전공학은 진화의 방향도 선택 가능하게 할까

 

마지막으로 자기 개선(Self Improvement)을 통한 자가 진화의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생명공학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이 스스로 진화의 방향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치열한 윤리적 논란이 벌어지겠지만, 선호하는 유전자만을 간직한 이른바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ies)가 현실화하면, 인간 진화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또 하나 잊어서는 안될 대목이 있다. 첨단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구나 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혜택의 첫번째 수혜자는 그 사회의 엘리트층이다. 만약 그 혜택이 확산되지 못하거나, 엘리트층이 혜택의 확산을 막는다면 인간의 진화는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될 수도 있다. 엘리트와 그 나머지들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진화의 세계에서도 1%와 나머지 99% 그룹이 나뉘는 것이다. 만약 그런 방식으로 인간 진화가 진행된다면, 그 진화의 끝은 무엇일까?

출처
http://listverse.com/2012/11/26/top-10-possible-next-steps-in-human-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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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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