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종교인은 비종교인보다 착하게 살까? 사회경제

03232633_P_0.jpg »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 부도덕한 행동을 하는 성향에서 종교인과 비종교인 사이에 별다른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봉규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벤저민 프랭클린은 매일 밤 잠자기 전 쓰던 일기장에서 자신의 오만하고, 엉성하고, 탐욕스러운 행동들을 일일이 지적한 후, 모든 도덕적 결함에 검정 잉크로 방점을 찍었다고 한다. 이제 과학자들은 일기장 대신 작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1,200여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상에서 행하는 선행과 악행을 추적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실험실 밖에서 수행된 인간의 도덕적 행동에 대한 대규모 조사로는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는데,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심리학자들이 오랫동안 품어 왔던 생각, 즉 “종교인이나 비종교인이나 부도덕한 행동을 하는 성향은 똑같다”는 생각이 맞는 걸로 판명됐다고 한다.
 실험실 연구에서는, 피험자들에게 짤막한 글을 해석하게 하거나 속임수 게임을 해 보게 함으로써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도덕적 수준은 매한가지”라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예컨대 2008년 Science에 실린 총설논문에서, 뉴욕대의 조너선 하이트 교수(사회심리학)는 “신앙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속해 있는 종교집단 안에서 자기들끼리만 도덕적으로 행동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http://www.sciencemag.org/content/322/5898/58). 하이트 교수에 의하면, 이 같은 이율배반적 행동은 진화적 관점에서 말이 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만일 종교가 사회적 결속을 증가시키기 위해 진화되었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선행을 베풀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이 동일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때만 미덕을 발휘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많은 연구자들은 실험실 연구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실험실 연구에는 한계가 있다. 연구자들이 작성한 인위적 시나리오로는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일상생활을 제대로 분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피험자들의 도덕적 고려가 실제 행동과 부합하는지도 분명치 않기 때문”이라고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세인트피터스 대학교의 대니얼 위스네스키 교수(도덕심리학)는 말했다.
 위스네스키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크레이그리스트,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이용하여, 미국과 캐나다에서 18~68세의 성인 1,252명을 동원했다. 피험자들은 `추첨을 통해 아이팟 터치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현혹되어 스마트폰에 앱을 하나 다운받았는데, 연구진은 이 앱을 통해 매일 다섯 번씩 피험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피험자들은 메시지를 열 때마다, 링크를 클릭하여 직전 한 시간 동안 목격하거나 (타인에게) 전해듣거나 자신이 직접 행한 도덕적·비도덕적 행동들을 솔직히 입력했다. 또한 그러한 일들을 겪을 때 느꼈던 감정의 강도를 0~5점의 척도로 평가했다. 물론 피험자들의 익명성과 비밀은 철저히 보장되었다.
 연구진에게 있어서 3일 동안 접수한 13,240개의 답글을 읽고 분석하는 것은 흥미진진한 작업이었다. 피험자들은 이성과 불륜을 저지르거나,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사향쥐를 살해하는 등 온갖 엽기적이고 추잡한 행동들을 실토했다. 물론 피험자들이 이런 부정적 행동만 털어놓은 건 아니었다. 피험자들의 진솔한 답글에는 간간이 연구진의 심금을 울리는 선행도 섞여 있었다. 예컨대 어떤 피험자는 노숙자에게 특별히 만든 샌드위치를 건네줬다고 했고, 또 다른 피험자는 지인으로부터 `우리 속에 감금된 비글(Beagles)을 풀어주는 단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노라고 했다.
 모든 답글을 분석해 본 결과,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그들이 행하는 선행과 악행의 빈도는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피험자들은 자신이 직접 선행을 하는 것보다, 선행의 수혜자가 되는 경우에 더 큰 감동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누군가의 선행으로 은혜를 입은 사람은 후에 타인에게 선행을 베푸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소위 도덕의 전염(moral contagion) 현상이 실재(實在)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또 하나의 사실은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중점적으로 추구하는 도덕적 가치도 다르다`는 것이었다. 피험자들이 보고한 선행은 주로 `타인에게 해(害)가 가지 않도록 막아 주거나, 약한 사람을 억압에서 구출하는 것`에 관한 것이었지만, 그밖의 다른 선행들도 있었다. 연구진은 몇 주 간의 분류작업을 거쳐, 피험자들이 추구하는 도덕적 원칙을 여섯 가지로 분류했다: ① 타인에 대한 배려, ② 공정성, ③ 자유, ④ 충성, ⑤ 권위 존중, ⑥ 존엄성. 그리고 이를 이용하여 정치적 견해와 도덕적 가치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니, 보수주의자들은 존엄성과 권위를 중시하는데 반해, 진보주의자들은 공정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선행연구들의 결과와 일치한다.
 “이번 연구의 명백한 약점은 `피험자들의 답변에 그들의 자아의식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의 전염`과 같은 현상이 발견된 것은 연구의 신빙성을 더해 준다. `도덕의 전염`은 많은 실험에서 관찰되었고 일상생활에서도 반복적으로 재현되는 현상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연구는 그 동안 행해졌던 실험실 연구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일종의 성적 통지표(report card)라고 할 수 있다”고 하버드 대학교의 피어리 쿠시먼 교수(도덕심리학)는 논평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0694&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9-19    
※ 원문정보: Daniel C. Wisneski,“Morality in everyday life”, Science 12 September 2014: Vol. 345 no. 6202 pp. 1340-1343, DOI: 10.1126/science.1251560.
원문
http://news.sciencemag.org/brain-behavior/2014/09/religious-or-not-we-all-misbehave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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