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개와 늑대의 차이-상명하복 vs 협동 생명건강

     
 sn-wolvesdogsH.jpg » 늑대들은 서로 먹이를 나눠 먹지만, 엄격한 상명하복에 길들여진 개들은 먹으라는 지시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sciencemag.org   

 

예상을 빗나간 개와 늑대의 차이


 반려견을 사랑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비교심리학자들에 의하면 개의 협동심이 늑대보다 부족하다고 한다.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이 늑대를 길들이는 과정에서 협동심이 강화되어, 개는 `야생의 이기적인 동물`에서 `인간과의 협동작업을 갈망하는 동물`로 전환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빈 수의과대학의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사육된 개와 늑대들을 비교해 본 결과, “늑대들 사이에서는 관용적이고 협동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데 반해, 개들 사이에서는 상명하복이 요구되는 엄하고 직선적인 서열관계가 형성됐다”고 한다. 이는 지난주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열린 동물행동사회학회 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연구진에 의하면, “늑대의 가축화 과정에서 명령을 따르는 형질이 선택되어, 주인에게 의존하는 성질이 강화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번 연구는 개와 늑대 각각 4집단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연구진은 식사 시간을 이용하여, 개와 늑대의 `동료에 대한 관용심(tolerance for their fellow pack members)`을 테스트했다. 즉, 서열이 높은 개와 서열이 낮은 개를 한 팀으로 묶되, 먹이는 한 그릇만을 주고 그들의 반응을 살폈다. (늑대에게도 동일한 방식으로 관용심을 테스트했다.) 테스트 결과, 개의 경우에는 서열 높은 개가 먹이를 독점하는 데 반해, 늑대의 경우에는 서열의 고하를 막론하고 함께 먹이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이를 먹는 동안 시종일관, 서열 높은 늑대는 서열 낮은 늑대에 대해 경미한 공격성을 보인 데 반해, 서열 낮은 개는 서열 높은 개와 한팀을 이루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여, 입도 감히 뻥긋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와 늑대는 집단 의사결정(예: 먹이 찾기) 과정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늑대들은 상호간에 매우 협조적이어서, 구성원들 간에 의견차이가 있거나 집단적인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 사전에 많은 의사소통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개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상하 간에 약간의 견해차이만 있어도, 곧바로 서열 높은 개가 서열 낮은 개에게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본질적으로, 인간과 반려견 간의 관계는 `지배-복종 관계`일뿐, `협동 관계`는 아니다. `인간과 반려견 간의 협동관계`라는 기존의 관념은 재고되어야 마땅하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또한 `가축화(domestication) 과정에서 개의 협동심이 강화되었다`는 가설도 기각되어야 한다. 우리의 조상들이 개를 사육한 이유는 `복종과 의존성`을 원했기 때문이지, `공동의 목표 추구`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인간이 개에 원했던 것은 `불평불만 없이 인간의 곁을 지키는 것`이었다. 우리가 뭔가를 지시하면, 말없이 지시를 따르는 식으로 말이다”라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개가 늑대보다 지배-복종 관계를 선호한다는 것은 분명히 맞는 말이지만, 개들 사이에도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푸들과 래브라도리트리버는 알래스칸 맬러뮤트나 독일산 셰퍼드보다 더 공격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고 펜실베이니아대의 제임스 서펠 교수(동물행동학)는 논평했다.
 이번 회의에 참가한 오리건 주립대학의 동물행동학자들도, 별도 논문을 통해 빈 수의과대학 연구진과 유사한 결론을 내렸다. 그들이 10마리의 애완견과 10마리의 늑대에게 `소시지가 든 상자`를 주고 뚜껑을 열 수 있는지 확인한 결과, 애완견들은 한 마리도 성공하지 못한 데 반해, 늑대들은 10마리 중 8마리가 2분 이내에 뚜껑을 열고 소시지를 먹었다고 한다. “애완견들은 주인이 명령을 내리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문제해결자(independent problem solvers)가 될 수 없다. 설사 약간의 독립심을 갖고 있는 애완견일지라도, 성장함에 따라 독립심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그러나 오리건주립대 연구진은 한 가지 의문점을 남겼다. 소시지 상자 뚜껑을 열지 못하고 쩔쩔매던 애완견들이, `열어!`라는 주인의 명령이 떨어지자 - 언제 그랬냐는 듯 - 보기 좋게 상자 뚜껑을 열어젖혔다는 것이다. 이는 애완견들이 `독자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기보다는, `능력은 있지만 억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문제해결 능력 부족`이 애완견의 본질적 속성인지, 단지 `학습된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후속연구가 요망된다고 하겠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n=GTB2014080690&service_code=03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8-25 
원문
http://news.sciencemag.org/brain-behavior/2014/08/wolves-cooperate-dogs-submit-study-suggests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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