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고양이는 언제부터 인간의 친구가 됐을까 생명건강
2013.12.22 14:41 곽노필 Edit
» 고양이는 쥐를 잡아주는 조건으로 인간과 함께 살았다른 증거가 나왔다. 자신은 남아프리카동물원의 고양이, 오른쪽 위는 중국에서 발견된 5300년전 고양이 추정 뼈 조각들. PNAS.
중국 농촌마을에서 발견된 5300년전 고양치 뼈들
고양이는 언제부터 인간의 친구가 되었을까?
고양이는 약 1만년 전부터 인간 사회의 일원이 되었지만, 그때부터 사람 앞에서 장난을 치거나 무릎 위에 앉아 재롱을 떨었던 것은 아니다. 고대의 고양이는 초기 농경민들을 위해 (곡식을 축내는) 쥐를 사냥해 주고, 그 대가로 식량과 보금자리를 제공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막연히 생각해 왔던 내용이다.
마침내 과학자들의 추론을 입증할 자료가 발견되었다. 5000년 된 중국의 농촌 마을에서 출토된 고양이 뼈를 분석한 결과, 고양이는 설치류를 잡아먹었으며, 인간의 보살핌을 받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과 고양이 간의 호혜적 관계(mutually beneficial relationship)를 확실히 입증하는 가장 오랜 증거로 평가된다.
고양이의 가축화를 다룬 역사책에는 몇 페이지가 누락되어 있다. 인간 사회에 최초로 발을 들여놓은 고양이의 흔적은 지중해에 있는 키프로스섬 남동쪽 해안 실로우코람보스(Shillourokambos)라는 마을에서 발견됐다. 2001년 장-드니 빈 박사(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가 이끄는 연구진은 실로우코람보스 마을에 있는 고대 가옥의 지하에서 인간과 고양이의 공동무덤을 발견했다. 9500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양이의 뼈는 부장품(무늬가 새겨진 조개)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는 고양이가 그 마을에서 특별한 지위에 있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그 마을에는 곡식이 많아 설치류의 표적이 되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고양이는 설치류로부터 곡식을 지켜주므로, 마을 전체의 생존에 중요한 영물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하여, “일단 인간에게 길들여진 고양이는 수천 년 동안 인간과 가까워지는 과정을 밟아왔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이후 고양이는 인류 역사에서 사라졌다가, 약 4000년 전 고대 이집트의 무덤 벽화에서 다시 나타났다.
수수농사 짓던 농민들의 곡식을 지켜준 고양이
그러나 이번에 5500년의 공백 중 일부를 메울 수 있는 귀중한 증거가 발견되었다. 중국 중부의 콴후쿤이라는 고대 마을에서, 중국의 고고학자들은 8개의 고양이 뼈를 발견했다. 이 뼈들은 골반뼈, 하악골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5300년 전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뼈들은 유적지 주변 쓰레기 구덩이에서 다른 동물의 뼈, 도자기 조각, 석기 사이에 흩어져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수수농사를 꽤 많이 지었는데, 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곡식이 저장된 구덩이 주변에서는 많은 쥐구멍이 발견되었고, 구덩이 주위는 - 아마도 쥐의 침입을 막기 위해 - 커다란 화분 모양의 도자기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쥐로부터 곡식을 지키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화분 모양의 도자기가 아니라 고양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고양이 뼈에서 검출된 탄소와 질소(또는 그 동위원소들)를 분석하여, “그 고양이는 작은 동물을 잡아먹었으며, 그 동물의 먹이는 곡식이다. 유적지에서 발견된 다른 뼈들을 감안할 때, 고양이가 잡아먹은 동물은 설치류로 보인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12월16일자에 기고했다. 이번에 발견된 고양이의 종이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유해의 크기와 형태로 보아 고양이 속(genus Felis)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고양이속은 다양한 작은 고양이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에는 오늘날 집고양이의 조상으로 믿어지는 근동 야생고양이(Felis silvestris lybica)도 포함된다.
쥐 잡아주고 인간으로터 성대한 대접 받아
이번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고양이들이 쥐로부터 작물을 보호해 주는 대신, 마을 주민들은 그들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중 한 마리가 다량의 곡식이 포함된 진수성찬을 대접받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고양이의 식성(절대 육식)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연구에 참가한 워싱턴대의 피오나 마샬 교수는 “그것은 고양이가 인간의 음식을 먹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또 한 마리의 고양이는 - 치아의 마모 상태로 추정할 때 - 약 6살의 늙은 고양이었는데, 빈 박사에 의하면 야생 고양이의 경우 그렇게 심하게 마멸된 치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이는 그 고양이가 인간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상의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5000년 전 중국에서는 인간과 고양이 간에 밀접한 유대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고 빈 박사는 말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야생 고양이가 맨 처음 인간에게 다가온 것은, 초기 농경사회에서 벌어졌던 인간과 설치류 간의 알력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증거는 지금껏 발견된 적이 없다. 이번 연구가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우리는 마침내 고양이의 가축화 과정 뒤에 숨어 있는 메커니즘을 찾아냈다”고 마샬 교수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초대박 사건이지만, 어디까지나 서론에 불과하다. 첫째로, 콴후쿤의 고양이는 (화려하게 매장된) 키프로스의 고양이와 달리, 쓰레기 구덩에서 발견되었다. 이는 그 고양이가 애완동물이 아니라, 식용으로 잡아먹히거나 모피를 위해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카를로스 드리스콜 박사(인도 야생동물연구소)는 말했다.
고양이를 가축화시킨 건 농경 문명
“또한 고양이의 종에도 문제가 있다. 만일 콴후쿤의 고양이가 리비카종이라면, 그들은 지금껏 생각됐던 것보다 수천 년 전에 - 아마도 고대 무역로를 통해 - 근동에서 중국으로 전해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이는 ‘고양이가 이미 길들여져 있었으므로, 중국의 농부들이 구태여 고양이를 길들일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콴후쿤 고양이는 정글 고양이(Felis chaus), 삵(Prionailurus bengalensis)같은 다른 종일 수도 있다. 이 고양이들은 중국에서 별도로 길들여진 것들인데, 현대 집고양이들과 DNA가 다르며, 근동의 고양이들에게 밀려 멸종되거나 압도당했다”고 드리스콜 박사는 말했다.
빈 박사는 현재 중국의 과학자들과 함께 고양이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있다. “만일 콴후쿤의 고양이가 야생 고양이라면, 고양이의 가축화에 결정적인 요인은 농경이며, 인류 역사상 고양이의 가축화가 한 번 이상 일어났다는 것을 뜻한다. 즉,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고양이의 가축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인간과 고양이 간의 밀접한 유대관계를 초래한 요인이 무엇인가?’에 관한 우리의 견해를 뒷받침해주며, 보다 근본적인 사실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보다 근본적인 사실이란 ‘인류 문명의 발생은 운명적으로 집고양이의 탄생을 초래한다’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3508&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12-20
원문
http://news.sciencemag.org/archaeology/2013/12/when-cats-became-comrades
※ 참고
1. http://news.sciencemag.org/2004/04/early-origin-purrfect-pet
2. http://www.pnas.org/cgi/doi/10.1073/pnas.1311439110
3. http://www.sciencemag.org/content/317/5837/519.abstr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