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로봇시대에도 살아남을 직업은 로봇AI

513-e716cf58.jpg » 아이비엠의 슈퍼컴퓨터 왓슨은 2011년 미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열린 인간과의 퀴즈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장기대결, 퀴즈대결에서 컴퓨터에 진 인간

 

일본장기연맹은 올 봄 장기 프로기사 5명이 장기 소프트웨어와 대결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결과는 프로기사들의 패배로 끝났다. 일본장기연맹의 다니가와 고우지 회장은 5명의 프로 기사가 컴퓨터에 진 원인으로 집중력을 꼽았다. 예컨대 경우의 수가 100개인 경우 컴퓨터는 이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에 넣을 수 있지만, 인간은 기껏해야 3~5개의 수를 생각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선입관과 경험에 좌우되기 쉬운 인간의 특성이 패배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사실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판단을 내리는 데는 컴퓨터의 연산능력을 따라갈 인간은 없을 것이다. 표준화, 자동화가 가능한 일에서도 인간은 컴퓨터를 이길 수 없다.
미국에서는 2011년 퀴즈 프로그램 ‘제오파디(Jeopardy)’에서 아이비엠의 슈퍼컴퓨터 왓슨과 인간 퀴즈왕이 대결을 펼친 바 있다. 이 대결에서도 이긴 쪽은 컴퓨터다. 이 컴퓨터는 지금 의사를 대신하려 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의료 관련 데이터, 문헌 등의 빅데이터를 토대로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

 

경험칙에 좌우되는 인간의 특성이 경쟁력

 

하지만 거꾸로 보면 인간의 경험과 감이야말로 로봇이 가질 수 없는 인간만의 특성이다. 일본 경제경영전문지 <닛케이 비즈니스>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제약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실적이 줄어들자 컴퓨터를 이용한 신약 발굴에 나선 바 있다. 신약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은 후보화합물 발굴인데 성공확률이 3만분의 1에 그칠 정도로 효율이 낮은 데 대한 대응책으로, 그동안 수작업으로 해오던 화합물 발굴을 로봇으로 대체한 것이다. 로봇을 활용해 화합물을 무수히 자동합성하는 방식으로 초고속 스크리닝을 한다면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인간 기술자는 휴식과 수면이 필요하지만 로봇은 쉬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로봇 투입의 이점이었다. 그러나 업계의 큰 기대를 받았던 이 방식은 좋은 결과를 맺지 못했다. 오히려 1990년대 후반 신약개발 주역으로 등장한 것은 종래의 제약업계에서 실시해온 방식을 고수한 바이오벤처들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직업들이 로봇시대에도 당당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03049433_P_0.jpg » 기온 등에 맞춰 조리와 가공시간을 그때그때 바로 조절하는 요리사는 로봇시대에도 인간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직접 육수를 만드는 평양냉면 김태원 장인. 박미향 한겨레신문 기자

 

로봇대체가 불가능한 직업군 4가지

 

<닛케이 비즈니스>는 지난 8월 12~19일 합본호에서 전문가 5명(라면 요리사, 호텔운영자, 투자 전문가, 목수, 마케팅 전문가)과 로봇을 실제로 대결시켜본 뒤 그 결과를 분석해 로봇 대체가 불가능한 직업군 4가지를 뽑아냈다.
수십년 후에도 기계화되지 않을 이 4가지 직업의 첫번째 특성은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경험과 육감이 중요한 직업. 미래의 히트상품에 대한 감각,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가 이야기하는 ‘6번째 감각’이 여기에 해당한다. 제약업체의 신약개발 로봇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
다음으로는 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처가 필요한 직업. 예컨대 기온과 습도 변화에 맞춰 조리와 가공시간을 그때그때 바로 조정하는 감각적 행위를 로봇한테 기대하기는 어려우리라는 것.
또 규격 통일이 어려운 일도 로봇이 하기엔 어렵다. 천연소재를 기호에 맞춰 가공하거나 그것을 모아서 별도의 물건을 만들거나 하는 일도 이에 속한다. 목수나 고급 스시 장인, 소믈리에 등은 자동화하기 어려운 직업군이다.
03025816_P_0.jpg » 창작을 하는 예술가들, 미묘한 힘 조절이 필요한 도예가들의 작업도 로봇이 감당하기에는 벅차다.도예가 전성근. 정상영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묘한 힘 조절이 필요한 직업도 로봇에겐 벅차다. 도예가나 공예가들은 아주 작은 힘의 차이로 작품을 만든다. 로봇은 사람보다 강한 힘을 쓰는 건 쉽게 할 수 있지만, 이런 미세한 힘을 마음대로 부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간의 감정을 읽어야 하는 일이 로봇에게 가능할까. 영화감독, 작가 등의 창작 일을 하는 사람들은 물론 호텔운영, 코미디언, 종교인 등의 일도 로봇으로서는 손을 내저을 일이다.

 
job.jpg » 로봇 대체가 불가능한 직업군. 그래픽=SERI CEO

미래에도 살아남을 직업군의 두번째 특성은 ‘자동화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스모나 모험가, 아이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같은 이유로 경영자나 정치가도 자동화하기 곤란하다. 이런 유형의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것이지 로봇한테 시키면 흥미가 없어진다.
세번째 특성은 ‘기계화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일’이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조직하는 컴퓨터기술자와 로봇 정비 기술자가 없다면 기계화 사회는 작동하지 않는다. 로봇 디자이너, 엔지니어, 수리공에서부터 전용트레이너, 나아가 로봇용 패션션디자이너까지 엄청난 거대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토머스 프레이도 말한다. 한마디로 로봇을 만들고 조종하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04597046_P_0.jpg » 간호사를 감정이 없는 로봇으로 대체하면 사람들이 좋아할까. 김태형 한겨레신문 기자.

나아가 미래에 살아남을 직업의 또하나의 특성은 ‘로봇이 하면 사람이 싫어할 일’이다. 의사, 미용사, 간호사 등의 케어 비즈니스나, 배우 등의 일은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는 로봇을 멀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제3의 실업시대 시작…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도 인간의 특성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의 이우광 연구위원은 “슈퍼컴퓨터 의사 왓슨이 등장하더라도 환자의 거짓말을 간파하고 미묘한 표정이나 마음도 읽을 수 있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으므로 왓슨은 명의의 보조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며 “사람의 특성이나 경험, 육감이 부가가치를 좌우하는 직업은 로봇 이후에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고베대학 우주물리학자인 마쓰다 명예교수는 “지금 인류는 제3의 실업시대를 맞고 있다”고 말한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농민들의 대량 실업이 제1의 실업이었고, 1960년대 이후 자동화로 인한 노동자들의 대량 실업이 제2의 실업(블루칼라 실업)이었으며, 이제 컴퓨터의 진화로  제3의 실업(화이트칼라 실업)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우광 연구위원은 “미래 직업에 대한 예측을 재미거리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라며 “제3의 실업시대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 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