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깨끗한 위생환경이 치매 위험을 높이는 '역설' 생명건강

00965446_P_0.jpg » 깨끗한 위생환경에서 사는 선진국 사람들이 개발도상국 사람들보다 알츠하이머에 노출될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이종근 <한겨레> 기자.

산업화와 기술 발달에 따른 소득 증가는 인간 환경의 위생 상태를 개선시킨다. 이에 따라 산업화된 나라의 사람들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및 기타 미생물들과 접촉하는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 그런데 이렇게 깨끗해진 위생 환경이 오히려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츠하이머병은 면역의 발달을 저하시키고 치매 위험을 증가시키는 질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몰리 폭스 박사 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 발병에 관한 기존의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에 힘을 실어줬다. 이 가설은 산업화된 국가들에서 위생이 좋아져 박테리아, 바이러스 및 미생물에 노출될 기회가 감소하면 면역 체계가 발달하지 못해 뇌가 알츠하이머와 연관된 염증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앞으로 개발도상국에 일어날 질병들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192개 국가를 조사한 결과, 수준 높은 위생 시설을 보유한 국가에서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높음을 확인했다. 예컨대 영국, 프랑스처럼 전국에 걸쳐 어느 곳에서나 깨끗한 음용수를 얻을 수 있는 나라에서는 케냐, 캄보디처럼 깨끗한 음용수 보급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나라에 비해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9% 높았다. 스위스와 아이슬란드처럼 전염성 질병 발병률이 낮은 지역에서는 중국, 가나와 같이 발병률이 높은 지역에 비해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12% 높았다.
도시화율이 높은 나라들의 알츠하이머 발병률도 높게 나타났다. 전체 인구의 4분의 3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는 영국과 호주에서는 방글라데시와 네팔처럼 인구의 10분의 1 이하가 도시에 사는 나라에 비해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10% 높게 나타났다.
위생, 전염성 질병, 도시화를 종합해 보면 한 국가의 위생 정도가 알츠하이머 발병률을 42.5% 변화시킬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현재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2012년 기준)은 9.18%다. 환자 수는 54만1천명(남성 15만6천, 여성 38만5천)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알츠하이머 치매가 71.3%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에는 약 127만 명, 2050년에는 약 271만 명으로 20년마다 약 2배씩 증가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215_검~2.JPG » 정상인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MRI 뇌영상. 네이버 백과 제공.

앞선 연구에서 산업화한 국가들에서의 치매율은 5.8년마다 2배 증가함을 보였다. 이는 소득이 낮고 산업화가 진행중인 국가들에서의 6.7년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또 라틴아메리카, 중국, 인도에서의 알츠하이머 발병률은 유럽에 비하여 낮았으며, 이 지역 내에서도 도심지역에 비해 외곽 지역에서의 발병률이 낮았다.
연구진은 미생물에 노출되는 것이 면역 체계를 조절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19세기 말부터 전세계적으로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부유한 나라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의 동물, 배설물, 토양 접촉 빈도가 줄어 면역 체계를 자극해주는 ‘좋은’미생물에도 적게 노출되었다. 또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항생제, 깨끗한 음용수, 잘 닦인 도로 등도 미생물들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였다.
미생물, 박테리아 접촉이 줄어들면 사람의 백혈구, 특히 티세포(T-cell) 발달도 저해된다. 티세포는 혈류 안에서 외부 침입자를 공격하는 면역 체계의 보병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런 소염 작용을 하는 티세포의 결핍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뇌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염증들과 연관되어 있다. 연구진은 특히 면역 체계가 발달하는 유년기가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개도국의 경우 앞으로 성인의 기대 수명 증가와 알츠하이머 유행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늘날, 알츠하이머 환자의 50% 이상은 개발도상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이 수치는 7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이번 연구는 기대 수명 증가라는 변수는 고려하지 않았다. 따라서 치매 유병률은 국민의 수명과 높은 상관성이 있는데 수명이 낮은 저개발국과 선진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몰리 폭스 박사의 알츠하이머 연구 결과 설명 동영상.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0969&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09-06     
      
원문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3/09/130904105347.htm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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