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가난한 코스타리카인들이 장수하는 이유 생명건강

1_13663.jpg » 중미의 개도국 코스타리카인이 세계 최장수국가군에 속하는 것은 자연과 가까운 전통적 생활방식, 가족간 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nature.com서 재인용.

선진국 미,유럽보다 긴 수명…원인 무엇일까

자연과 가까운 전통적인 농경사회 생활 방식

강력한 사회적·가족간 연대가 장수 비결 꼽혀

각종 개발 따라 미래에도 이어질진 장담 못해

 

3면이 태평양으로 둘러싸인 길이 120km의 땅 덩어리에 열대우림이 우거져 있는 중앙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 그 북동부에 있는 니코야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니코야반도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가난한 이곳 주민들이 세계 어느 부자나라 사람들보다 오래 산다는 것이다.
 코스타리카는 1인당 GDP가 9500달러(2012년 IMF 기준)인 개발도상국으로, 1인당 보건의료비 지출이 매우 적다. 그럼에도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장수한다. 60살 코스타리카 남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22년으로,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의 남성들보다 약간 길다.
코스타리카는 지난 2009년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이 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기대 수명, 삶의 만족도, 탄소발자국(환경오염 지표) 등을 평가해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HPI)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코스타리카 평균 수명은 78.5살이었고, 행복지수 68위를 차지했던 한국의 평균 수명은 77.9살이었다.
코스타리카 안에서도 장수에 관한 한 왕중왕은 니코야반도이다. 2010년 미국 지리학협회(NGS) 후원으로 실시된 ‘세계의 장수마을 조사 프로젝트’는 니코야반도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2012년 코스타리카대의 루이스 로세로-빅스비 박사(역학)가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니코야반도의 노인들은 다른 코스타리카인들보다 2~3년 더 오래 산다고 한다.
costarica.jpg » 니코야반도 주민들은 코스타리카 사람들 중에서도 평균수명이 더 길다. 네이버 제공.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미국 스탠퍼드 의대의 데이비드 레코프 박사(역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60살 이상의 니코야반도 거주자들로부터 DNA를 채취해, 염색체의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을 보호하는 모자 형태의 부분으로, 세포가 한 번 분열할 때마다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텔로미어는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표지로 사용되며, 텔로미어가 길수록 오래 산다고 말할 수 있다.
분석 결과, 니코야반도 주민들의 텔로미어 길이는 코스타리카 전역의 주민들보다 긴 것으로 나타났다. 니코야반도 주민들과 코스타리카 국민의 텔로미어 길이 차이는 평균 81bp(base pairs)로, 운동이나 금연 같은 행동요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변화에 맞먹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결과는 특정인들이 아니라 니코야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서 나온 것이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텔로미어 길이의 차이를 초래한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연구진은 니코야 주민들로부터 19개의 생물학적·행동학적 요인들(예컨대 비만, 혈압, 교육, 식습관 등)을 조사해 코스타리카 국민 전체와 비교했다. 그 결과, 니코야 주민들의 식습관은 국민 전체의 식습관과 유의하게 다르지 않았으며, 비만이나 혈압 같은 건강지표들은 오히려 안 좋았다. 일반적인 위험 요인으로는 니코야 주민들의 텔로미어 길이가 길어진 이유를 설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니코야 주민들의 텔로미어 길이가 길어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이렇게 설명했다. “통념과 달리, 가난이 주민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주민들은 여느 코스타리카인들보다도 특히 가난해, 전통적인 농경사회 생활방식을 영위하고 있다. 전기 같은 기본적 문명 혜택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사람들은 부자들보다 훨씬 오래 산다.”
연구진은 또 하나의 장수 비결로 강력한 사회적·가족간 연대를 꼽았다. 니코야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으며, 혼자 사는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보다 텔로미어 길이가 짧았기 때문이다. 앞선 연구들에서는, 텔로미어의 길이와 심리학적 요인, 예컨대 스트레스나 사회적 관계 간에는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사회적 연대는 수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특히 결핍감을 느끼는 노인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에스토니아 인구연구소의 미셀 풀랭 박사는 말했다. 풀랭 박사는 2007년 니코야를 방문해 95살 이상 노인 35명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들의 지독한 가족 챙기기(terrific family support)에 놀랐다고 한다.
레코프 박사와 풀랭 박사가 공통으로 강조하는 것은 “장수를 설명하는 한 가지 비결은 존재하지 않으며, 장수마을 거주자들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행운아”라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니코야반도의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이곳 주민들을 대상으로 장수의 비결을 알아낼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들 전망이다. “니코야 주민들의 사회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 미래에도 이들이 장수를 누릴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다”고 풀랭 박사는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실험노인학>(Experimental Gerontology) 최근호에 실렸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n=GTB2013090065&service_code=03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09-05     

원문
http://www.nature.com/news/poorest-costa-ricans-live-longest-1.13663

※ 참고논문:
1. Rehkopf, D. H. et al. Exp. Gerontol. http://dx.doi.org/10.1016/j.exger.2013.08.005 (2013).
2. Rosero-Bixby, L. & Dow, W. H. Popul. Health Metrics 10, 11 (2012).
3. Epel, E. S.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101, 17312?17315 (2004).
4. Uchino, B. N. et al. Health Psychol. 31, 789?796 (2012).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