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롤에 얽힌 이야기들 기본 카테고리

 <크리스마스 캐롤에 얽힌 이야기들>
   
 길거리 여기저기서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려오는 걸 보니 벌써 성탄절이 다가오는 모양입니다.귀에 익은 목소리의 혹은 새로운 선율의 캐롤들이 연말연시 인파로 북적이는 도심 곳곳에 울려퍼지는 걸 들으니 슬픈 일이 많았던 한 해 그래도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안받는 것을 느끼게 되는 데요. 형형색색의 음색과 리듬과 멜로디로 우리 귀의 달팽이관을 들썩거리게 만드는 이 캐롤에 관련된 여러가지 사연들을 알고 들으면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캐롤은 중세시대 노래를 부르며 둥글게 무리지어 춤추는 춤이라는 뜻의 프랑스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데요.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 지날 무렵 ‘태양의 재탄생’을 축하하는 로마 이교도(태양을 숭배하는 미트라교)들의 동지절 축제(12월24일~이듬해 1월6일)와 농업신을 모시는 제의가 기독교 문화와 융합하는 과정에서 캐롤이 생겨나 불려지기 시작했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14세기에는 ‘더 보어스 헤드 캐롤(The Boar‘s Head Carol)’과 같은 단순한 형태의 캐롤들이 영국에서 불리워졌고, 15세기에는 좀더 복잡하고 여러 개의 음들로 이뤄진 캐롤들이 수도원과 교회 예배당에서 노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6세기 종교개혁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크리스마스 캐롤들이 등장했고, 17세기에는 궁전의 왕 앞에서 또 아주 특이하게 법정에서 불리워지기도 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17세기 초 엄격한 청교도 교풍이 지배적이던 영국에서는 12월25일을 축제일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하며 속죄하는 엄격한 날로  여겨 의회에서 법령까지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금식을 하게 했다고 합니다.금식기간 중에 캐롤을 부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겠죠. 그러다가 17세기 후반 들어 왕정복고 시대가 오면서 캐롤이 인쇄되고 널리 전파되어 교회 아닌 집에서도 마음껏 부를 수 있게 되었다고 하네요. 18세기에는 캐롤 인쇄물이 더욱 광범위하게 퍼지게 되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구절과 그 구절에 대한 반복이라는 중세시대 캐롤의 구조는 18세기에도 그대로 이어졌는데요.19세기에는 캐롤 악보가 상업화 되어 영국에서는 서너개의 캐롤이 인쇄된 것을 0.5페니 또는 1페니에 팔기도 했다고 합니다.             

 20세기 들어서면서 캐롤은 더욱 더 사랑받게 되었는데요. 특이한 점은 선호도 최상위권의 3분의 2 가량이 1941년~1958년 사이에 만들어진 캐롤들이라는 점입니다.
 저작자 및 음반 제작자들로 구성된 미국 음악계의 대표적 저작권 단체인 ASCAP(American Society of Composers, Authors, and Publishers)에서  2012년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데이터를 모아 뽑은 ‘역대 최고 인기 캐롤 30’에 1940년대와 1950년대 창작된 곡들이 19곡이나 선정된 것이지요.
 ‘크리스마스 송 (The Christmas Song)’(1946), ‘썰매타기(Sleigh Ride)’(1948), ‘렛잇 스노우, 렛잇 스노우, 렛잇 스노우(Let It Snow! Let It Snow! Let It Snow!)' (1945) 등이 바로 그 노래들인데요.  우연하게도 이 시기는 2차 세계대전의 비극이 광풍처럼 몰아닥치던 때를 앞뒤로 한 시기입니다. 가장 사랑받는 캐롤 3위에 오른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 (1941 아래 동영상 참조)는 당시 나치 독일에 의해 핍박받던 유대인들과 같은 종교를 가진 어빙 벌린이 쓴 노래인데요. 이 노래는 잘 알려져 있듯 흰 눈 쌓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꾼다는 가사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바람 부는 전쟁이 하루 빨리 끝나고  포근하게 흰 눈처럼 쌓인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의 염원이 상징적으로 담겨있는 것이지요. 2차 세계대전때 전쟁터의 군대방송에서 울려퍼지던 이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가진 수많은 참전용사들과 그들이 낳은 7천6백만명의 아이들이 이 노래 인기의 밑바탕이 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한편으론 알든 모르든 캐롤을 듣고 즐기는 사람들의 무의식엔 사랑과 평화를 원하는 마음이 있어 그 영향으로 이 노래가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인기를 모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입니다.
 
어빙 벌린 화이트 크리스 마스.jpg
어빙 벌린이 작곡하고 빙 크로스비가 부른 캐롤 ‘화이트 크리스마스’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GJSUT8Inl14)
 

  어릴 때 ‘루돌프 사슴코’ 캐롤을 들으며 큰 과학자들은 ‘왜 루돌프 사슴의 코가 빨간 것일까’ 하는 어린 시절 의문을 어른이 되어 과학적으로 풀어보기도 하는데요.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연구진이 ‘영국의학저널’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루돌프 사슴코가 빨간 이유는 사람보다 25% 많은 미세한 혈관들이 코에 밀집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미세한 혈관들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들을 공급하여 루돌프 사슴코의 온도를 24도 정도에 맞춘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에 얽힌 다른 재미난 얘기들도 많은데요. ‘틀림없이 산타일 거야(Must be Santa)’라는 캐롤은 독일의 ‘음주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또 캐롤로서는 유별나게 제목에서부터 ‘록’ 장르임을 알리며 발표된 노래도 있는 데요.1957년 세상에 나온 ‘징글벨 록(Jingle Bell Rock)‘은 미국 대중음악 조류가 컨트리 스타일의 록앤롤과 비음 섞인 리듬 앤 블루스 풍의 록앤롤 시기를 지나 ‘로커빌리’(로큰롤과 힐빌리(hillbilly, 컨트리송의 다른 명칭)가 결합된 것으로서 초창기 형태의 록 음악)라는 새로운 사운드의 시대를 향한  ‘신호탄’임을 선포하며 나온 캐롤인 것이지요.       
 1952년 발표된 ‘엄마가 산타와 키스하는 걸 봤어요 (I Saw Mommy Kissing Santa Claus)’라는 캐롤은 크리스마스 트리의 겨우살이 덩굴 장식 밑에 있는 소녀에게는 아무나 키스해도 좋다는 풍습의 내용을 왜곡했다고 하여 미국 보스턴 카톨릭 교회에서 비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철에 가장 사랑받는 캐롤 중의 하나인 ‘렛 잇 스노우’는 아이러니하게도 한 여름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이때 이 캐롤을 만든 새미 칸과 줄리 스타인은 헐리우드에 있었는데 1945년 7월 헐리우드에서 가장 더웠던 날로 기상청 기록에 남아있는 것이죠. 1944년 러시아 유대인 후손 멜 톰이 작곡한 ‘크리스마스 송’도 여름철에 너무 더워서 머리를 식히기 위해 45분만에 작곡한 캐롤이라고 하네요.
‘루돌프 사슴코’ ‘록킹 어라운드 더 크리스마스 트리’를 비롯해 많은 크리스마스 캐롤을 만든 조니 마크스는 기독교 축제일을 챙기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유대인이었다고 합니다. 
 또 처음으로 우주에서 울려퍼진 캐롤도 있는 데요. 1965년 미국 우주선 제미니 6호의 비행사였던 톰 스태포드와 월리 스키라가 광활한 우주공간에서 ‘징글벨’을 불렀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정전 최종.jpg  
캐롤 ‘사일런트 나이트’에 얽힌 이야기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ujJD122Yd9U)
 

그리고 인류사적으로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을 장식한 캐롤도 있는데요. 1차 세계대전 와중에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잠시 전투를 멈추었던 1914년, 벨기에 이프레스 지역에서 적으로 만나 싸우던 독일, 영국, 프랑스 군대가 함께 불렀던 ‘사일런트 나이트’(위 동영상 참조)가 바로 그 노래입니다.
 빗발치는 총탄과 포탄 속에 비정하게 생사가 엇갈리던 전장 속에서 잠시나마 울려퍼졌던 ‘캐롤’이 품은 사랑과 평화의 의미가 지금까지도 가슴 한 구석을 저릿하게 울리는 2014년 겨울입니다. 다들 아주 짧은 시간만이라도 캐롤의 선율과 가사 속에 담긴 사랑과 평화를 만끽하시면서 크리스마스와 새해 맞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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