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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사람의 인상에도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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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의 보컬 마이클 스타이프 사진 출처 R.E.M 공식 홈페이지

http://www.remhq.com/photo_gallery_detail.php?id=1632&gallery_id=118

‘잇츠 디 엔드 오브 더 월드 애즈 유 노우 잇’ 노래 동영상 출처

www.youtube.com/watch?v=Z0GFRcFm-aY

 

“허리케인의 눈, 네 자신의 휘감아도는 소리를 들어라

세상은 제 자신의 필요에 봉사한다. 네 자신의 욕구를 잘못 대하지 말라“

 

-미국의 록밴드 알.이.엠(R.E.M)의 노래 ‘잇츠 디 엔드 오브 더 월드 애즈 유 노우 잇’(It's 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 중에서

 

“저 얼굴 좀 보십시오. 누가 저 얼굴에 투표하고 싶겠습니까?”라는 말로 칼리 피오리나 전 휼렛 패커드 회장을 깎아내려 비판의 대상이 됐던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엔 미국의 전설적 록밴드 R.E.M의 히트곡 ‘잇츠 디 엔드 오브 더 월드 애wm 유 노우 잇’(It's 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을 선거 유세에서 무단 사용했다가 망신을 당했습니다.

트럼프가 자신의 선거 유세에서 히트곡을 저작권자의 허락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사용한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닌 데요. 트럼프는 지난 6월에도 캐나다 출신 가수 닐 영의 노래 ‘록킹 인더 프리 월드’(Rockin'in The Free World)를 유세 때 틀었다가 닐 영에게서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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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영 한겨레 자료사진

‘록킹 인더 프리 월드’ 노래 동영상 출처

www.youtube.com/watch?v=PdiCJUysIT0

 

그렇다면 트럼프는, 더 나아가 정치인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선거 유세에서 유명 가수들의 히트곡들을 틀어대는 것일까요? 히트곡을 틀면서 유세를 하면 투표권자들이 자신의 얼굴이나 이미지를 좀 더 좋게 볼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요?

영국 런던대학 골드스미스 칼리지 심리학과 니드야 로지스워런 교수와 조이딥 바타카리아 오스트리아과학아카데미 과학적시각화 위원회 연구위원의 ‘음악에 의한 감정의 이중감각적 전이’ 연구를 보면 그런 기대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기쁜 음악을 먼저 듣고난 뒤 보게 된 표정이 없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기쁜 표정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슬픈 음악을 먼저 듣고난 뒤 표정이 없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슬픈 표정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습니다. 한마디로 음악에 의해 형성된 감정이 얼굴 감정을 판단하는 시각적 인지과정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인 것이죠.

로지스워런 교수와 바타카르야 연구위원팀은 이 연구에서 먼저 30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각각 15초 분량의 슬프거나 기쁜 음악들을 들려주었습니다. 각각의 음악을 들은 뒤에 실험 참가자들에게 기쁘거나, 슬프거나, 무표정한 사람의 얼굴 사진들을 보여주었는 데요. 실험 참가자들은 스크린에 1초 동안 비춰진 그 표정들을 보고 7단계의 등급 중에서 하나의 등급을 매기도록 했죠. 1은 극도로 슬픈 등급, 7은 극도로 기쁜 등급이었습니다.

모든 실험 참가자들은 스크린에 비춰진 사람의 얼굴 표정을 정확하게 판단했는 데요.

그러나 기쁜 음악을 먼저 듣고 기쁜 얼굴 표정을 본 실험 참가자들은 슬픈 음악을 먼저 듣고 기쁜 얼굴 표정을 본 실험 참가자들보다 더 높은 등급을 그 기쁜 얼굴 표정에 매겼다고 합니다. 기쁜 음악을 먼저 듣고 기쁜 얼굴 표정을 본 실험 참가자들은 그 기쁜 얼굴 표정이 실제보다 더 기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라 느꼈던 것입니다.

반대로 슬픈 음악을 먼저 듣고 슬픈 얼굴 표정을 본 실험 참가자들은 기쁜 음악을 먼저 듣고 슬픈 얼굴 표정을 본 실험 참가자들보다 더 낮은 등급을 그 슬픈 얼굴 표정에 매겼다고 합니다. 슬픈 음악을 먼저 듣고 슬픈 얼굴 표정을 본 실험 참가자들은 그 슬픈 얼굴 표정이 실제보다 더 슬픈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라 느꼈던 것이죠.

기쁜 음악을 들은 실험 참가자들은 무표정한 얼굴 표정을 보고 슬픈 음악을 듣고 무표정한 얼굴을 본 실험 참가자들에 비해 무표정한 얼굴에 대해 더 높은 등급을 매겼습니다. 다시말해 기쁜 음악을 들은 실험 참가자들은 무표정한 얼굴 표정을 보고 기쁜 표정이라고 느낀 비율이 더 높았고, 슬픈 음악을 들은 실험 참가자들은 무표정한 얼굴 표정을 보고 슬픈 표정이라 느낀 비율이 더 높았다는 것입니다.

먼저 음악을 듣게 하고 나중에 얼굴 표정을 판단하게 하는 ‘음악 먼저 듣고 판단하기’ 효과는 무표정한 얼굴 표정을 판단하게 했을 때가 다른 경우들, 즉 슬픈 얼굴 표정, 기쁜 얼굴표정을 판단하게 할 때보다 거의 두배나 컸다고 합니다.

로지스워런 교수와 바타카르야 연구위원팀은 또 15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전기생리학적인 실험도 진행했는 데요.

감정을 자극하는 음악을 먼저 들려주고 표정 없는 얼굴의 감정 상태를 판단하게 하는 동안 EEG(뇌전도. electroencephalography 腦電圖) )를 통해 실험 참가자들의 뇌파를 기록했습니다

특정한 자극에 대하여 발생하는 대뇌의 전기적 반응을 두피 부위에서 기록한 뇌파 기록인 ERP(event-related potential. 사건 관련 전위)를 분석한 결과, 얼굴을 인식하는 데 특화되어 있는 N170 요소가 음악을 먼저 듣고 표정 없는 얼굴을 본지 0.05초~0.15초 만에 측정되었다고 합니다. 이 시간은 뇌 속 뉴런의 정보처리가 아주 초기 단계에 있는 시간인 데요. 다시 말해 기쁜 음악을 듣고 표정 없는 얼굴을 보자마자 0.05~0.15초 만에 그 표정이 기쁜 표정이라고 인지했다는 얘기인 것이죠. 물론 슬픈 음악을 먼저 들었을 땐 그 표정을 슬픈 표정이라 인지했다는 얘기이구요.

음악을 들은 뒤 보여진 얼굴 표정에 대해 0.05~0.15초 만에 그 감정 상태를 판단했다는 얘기는, 얼굴 표정을 보고 그 감정이 어떤지를 의식적 지각의 범위 바깥에서 판단했다는 얘기와도 같은 것인데요. 다른 말로 하자면 의식적 사고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판단이라는 것입니다. 기쁜 음악을 듣고 그 기쁜 감정 상태에서 자동적으로 표정 없는 얼굴을 기쁜 감정의 얼굴이라 판단했다는 말인 것이죠. 기쁜 음악을 틀으면서 선거 유세를 하면 선거에 나온 후보의 이미지도 투표권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기쁘게 또 밝게 느껴질 수 있다는 얘기인 것입니다.

이 연구는 음악에 의해 촉발된 감정이 나중에 보여진 얼굴 표정과 같은 시각물의 감정적 내용에 대한 지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첫 결과물인 데요.

긍정적이거나 개인이 좋아하는 음악 발췌물에 대해서는 왼쪽 전두, 측두엽이 주로 반응하고, 부정적 음악 발췌물에 대해서는 오른쪽 전두, 측두엽 부분이 주로 활성화 되는 것을 보여준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 심리학 정신의학과 교수 R.J. 데이비슨 등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영향이 주어지는 동안에 나타난 전두엽과 두정엽의 뇌전도 비대칭’ 연구.

또 청각 자극이 시각 자극과 동시에 일어날 때, 청각 자극은 시각 자극이 발생시키는 감정의 지각에 영향을 끼친다는 네덜란드 틸부르그 대학 W. E. 한세르 인지신경심리학과 교수팀 등의 ‘음악은 시각적 자극의 영향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 등과 함께 종합해서 살펴보면 음악이 시각적 판단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누가 인간의 얼굴을 가장 정확하게 볼까? 사진가? 거울? 아니면 화가?”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인간의 얼굴을 어떻게 보는 것이 좋은 것인 가에 대해 위와 같은 질문을 던졌는 데요.

피카소가 만약 로지스워런 교수와 바타카르야 연구위원팀의 연구결과를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다음과 같이 질문을 바꿀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인간의 얼굴 표정을 가장 많이 바꿀까? 철학자? 과학자? 화가? 아니면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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