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숲에서 만난 팔색조

새가 번식할 곳이라면 들어가지 않았던 숲이 없었습니다. 대나무 숲, 딱 한 곳을 빼고는 말입니다. 숲이야 기본적으로 울창하기 마련이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먹이를 물고 분주히 둥지를 드나들어야 하는 일정이 번식인데, 바람도 스며들기 힘겨운 빽빽한 대나무 숲을 번식 장소로 선택할 새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탓이었습니다. 생각이 그러하니 번식의 계절에 대나무 숲으로 눈길을 준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나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자연이 우리가 생각한 그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예단은 보기 좋게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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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지 않는 날개는 날개가 아니다

<알을 품고 있는 팔색조 암컷> 지구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생명들이 더불어 살아갑니다. 이미 학술적으로 이름이 부여된 종만 해도 170만 종에 이릅니다. 하지만 지구상의 생명을 모조리 찾아내었다 할 수 없고, 또한 그리 할 수도 없을 것이므로 아직 만나지 못한 종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는 숫자일 수 있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생명을 나름의 특징에 따라 분류하는 것은 학자마다 차이가 있으나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미생물, 식물, 그리고 동물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미생물은 너무 작아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든 생명체를 말합니다. ‘보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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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색조의 여름나기

<팔색조의 목욕 모습> 장맛비가 오락가락 하는 사이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낮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무더위가 밤까지 식을 줄 모르고 이어져 잠 못 이루는 밤도 많습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후텁지근한 날씨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니 불쾌지수도 어지간히 오릅니다. 그런데 땀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모릅니다. 땀은 체온 조절에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땀샘에서 분비되는 땀은 99% 정도가 물이며, 사람의 몸에는 약 200~400 만 개의 땀샘이 있습니다. 대략 6.5㎠ 당 77개 땀구멍이 분포하는 셈인데 체온이 상승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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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쩍새와 국화꽃

▲ 둥지를 막 떠난 어린 소쩍새의 모습입니다. 가을이 깊어지며 들녘과 산기슭 여기저기에 들국화가 만발입니다. 이즈음이면 떠오르는 시 중에 「국화 옆에서」가 있습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로 시작하지요. 서정주 선생님으로 인해 그 이름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만 소쩍새의 실제 모습을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새를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거니와 낮에는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다 어둠에 기대 움직이는 야행성이 것도 이유일 것입니다. 소쩍새는 이른 봄 우리나라를 찾아와 여름을 지나며 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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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수리의 계절

10월 하순, 물수리의 계절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맹금류는 곤충, 조류, 포유류 그리고 그들의 사체까지 다양한 먹이를 취합니다. 그런데 물수리는 오로지 물고기만을 사냥합니다. 물고기를 잡는 매라 하여 한자 이름은 어응(魚鷹)이며, 언제나 ‘물고기 킬러’라는 별명이 따라 붙습니다. 실제로 물고기를 사냥하는 새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새들이 부리로 사냥을 하는 반면 물수리는 크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을 하기 때문에 훨씬 더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검독수리, 참수리, 흰꼬리수리 등도 발톱을 이용해 사냥을 할 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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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비로 산다는 것

동고비에 대한 글 약속을 해를 넘겨 이제야 지킵니다. 지난 해, 딱따구리의 둥지를 제 둥지로 삼으려는 동고비 이야기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동고비는 버려진 딱따구리의 둥지 입구에 진흙을 발라 좁혀서 번식을 치르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딱따구리가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둥지에 진흙을 발라 좁히려는 동고비 이야기였습니다. 딱따구리는 이른 아침 둥지를 나서 먹이 활동을 하다가 어두워지면 다시 둥지로 돌아와 잠을 자는 습성이 있습니다. 번식 일정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면 날이 밝은 시간부터 어둠이 내리기까지 둥지는 비는 셈입니다.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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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에 사는 목련, 함박꽃나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어떠한 관계가 가장 좋은 관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날마다 부대껴도 서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상처는 남기지 않으려 애쓰는 좋은 사람들과 전라남도 광양에 위치한 백운산에 올랐습니다. 며칠 전, 봄비로는 꽤 많은 비를 내려주신 터라 그렇지 않아도 깊은 계곡에는 풍성한 물줄기가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너울너울 춤사위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한동안은 급할 것도 없이 천천히 이동하며 풀과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곤충 이야기도 듣고, 계곡에 앉아 쉴 때면 물고기 이야기도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우리의 자연을 어떻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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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없는 두루미 1K4, 1K5

▲ 철원 두루미 겨울이면 일주일의 반은 집을 떠나 강원도 철원에서 지냅니다. 이유는 하나, 전라북도 남원 땅에서는 두루미를 만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흑두루미(Hooded Crane)와 재두루미(White-naped Crane)와 다르게 두루미(Red-crowned Crane)는 철원 주변의 민간인 통제구역이 유일한 월동지며 다른 지역에는 분포하지 않습니다. 하여 두루미를 만나려면 누구든, 어디에 살든 무조건 철원 쪽으로 향해야 합니다. 왕복 1,000Km의 거리를 매주 오가는 것은 어쩔 수도 없거니와 감내할 만합니다. 하지만 영하 20℃를 장난처럼 넘나드는 철원의 혹독한 추위를 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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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수리 떠난 강가에서

<숭어를 사냥한 물수리> 일반적으로 맹금류들은 곤충, 조류, 포유류 그리고 그들의 사체까지 다양한 먹이를 취합니다. 그런데 오로지 물고기만을 사냥하는 맹금류가 있습니다. 물수리라는 친구입니다. 물고기를 잡는 매라 하여 한자 이름은 어응(魚鷹)이며, 언제나 ‘물고기 킬러’라는 별명이 따라 붙습니다. 실제로 물고기를 사냥하는 새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새들이 부리로 사냥을 하는 반면 물수리는 크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을 하기 때문에 훨씬 더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검독수리, 참수리, 흰꼬리수리 등도 발톱을 이용해 사냥을 하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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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에서 떨어진 새

아무래도 큰오색딱따구리와는 인연이 깊은가 봅니다. 몇 해 전, 동고비와 함께 했던 80일이 지난 바로 다음 날이었습니다. 건강한 모습의 동고비 8남매가 꼬리를 물며 줄줄이 둥지를 떠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가슴 벅참만큼이나 허탈함도 그만큼이어서 첫째부터 막내까지 둥지를 떠나던 사진만 반복해 보고 있을 때 동료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큰오색딱따구리 어린 새가 둥지에서 떨어져 날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점심식사를 위해 학교 밖으로 나가다 정문 근처에서 발견하고 연락을 한 것이었습니다. 한 걸음에 달려 가보니 분명 큰오색딱따구리 어린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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