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을 끓여 만드는 음양탕을 아시나요? 김인곤의 먹기살기

징글징글했던 더위가 마치 꼬리를 자르고 도망친 도마뱀처럼 흔적도 없다. 올 것 같지 않던 가을이 완연하다. 하긴 하얀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도 지났고 추분(秋分)도 머지않다. 옛 사람들은 백로부터 추분까지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었다. 초후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에는 국화꽃이 노랗게 핀다고 했다. 다음 절기는 찬이슬이 내린다는 한로. 우리소리인 사철가에는 “예부터 일러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상풍(寒露霜楓)요란해도 제절개를 굽히지 않은 황국단풍은 어떠헌고”라는 구절도 있다. 이슬의 사촌인 서리(霜)도 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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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의보감에는 물의 성질과 기운의 특성을 무려 33가지로 구분했다. 얼핏 물은 그저 물인 것 같지만 음양학에 정통했던 우리의 선조들은 물이 제각각 다른 기운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다시말해 물에는 화학성분 외에 천지자연의 정신이나 감정 그리고 인간의 미세한 마음까지도 기운으로 녹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용도에 맞추어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먼저 생기(生氣)를 듬뿍 머금은 물 그래서 말그대로 살아있는 물을 예를 들면 정월에 내린 눈 중에서 남향받이에 쌓였던 눈 녹은 물인 납설수(臘雪水)는 숙취와 황달치료에 썼고, 가을에 백가지 풀잎에 맺힌 이슬을 모은 추로수(秋露水)는 목이 마르는 소갈증을 낫게 하고 몸을 가벼워지게 한다고했다. 그런가하면 늦가을 서리가 녹은 물은 동상(冬霜)이라 하여 과음 후 얼굴이 벌겋게 되거나 화끈거리는 현상에 특효가 있고 감기로 인한 코막힘 등에도 좋다고 했다. 서리를 모으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해 뜰 무렵에 닭의 깃으로 서리를 쓸어 모아서 사기그릇에 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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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을 뿐만아니라 활기(活氣)가 넘치는 물도 있다. 감란수(甘爛水)다. 맑은 개울물을 떠다가 항아리에 붓고 바가지로 그 물을 퍼올렸다가 쏟기를 반복한다.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래서 물 위에  거품방울이 가득 생기면 완성된다. 옛사람들이 산소포화도를 알았을까. 급체로 인한 토사곽란에 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아예 물로만 만든 보약도 있다. 끓인 물과 생수를 섞은 생숙탕(生熟湯)은 ‘활력을 되찾게하는 물약’이다. 만성 소화불량을 비롯해 신경성 위염·과민성 대장증상· 변비·습관성 설사 같은 증상을 가진 허약체질에는 탁월하고 예방차원의 효과도 크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먼저 컵에 끓인 물을 절반쯤 붓고 여기에 차가운 생수를 보충한다. 단 반드시 순서를 지켜야 한다. 양기가 넘치는 뜨거운 물을 먼저 음기를 머금은 차가운 물을 나중에 부어야 한다. 생숙탕의 다른 이름이 음양탕(陰陽湯)인 이유다. 대류현상에 의해 물이 급격하게 섞이면서 와류(渦流)를 일으켜 물의 활성도가 최대한 높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현대적 용어로 이를 물분자 클러스터(Cluster)라고 하는데, 이것은 세탁기 통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물에 의해 때가 잘 빠지는 것처럼 클러스터가 활성화된 음양탕이 위장관의 청소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음양탕은 특히 아침 식전 공복에 마시면 효과가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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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막연히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가 아니다. 우리의 문화유산에 감추어진 첨단과학. ‘우리 것은 다아 통하는 것이여’
 

 김인곤(수람기문 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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