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두통에서 벗어나는 약발 안광욱 상생약발

안광욱 상생약발교실 3/뻣뻣한, 지끈거리는 머리를 위한 약발 

20년 전 병원 임상에서의 에피소드다. 담당 환자 중 요통과 좌골신경통으로 치료받았던 중년의 여성 환자가 있었다. 이 여성은 3개월 동안이나 내게서 치료를 받았지만 꼭 필요해서 묻는 말에만 겨우 대답할 뿐 한 세션에 해당하는 50분 내내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이 없는데다 표정도 항상 어둡고 잔뜩 굳어 있어 혹시 치료가 불만스러운데도 억지로 참고 다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를 전담한 필자의 입장에선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어서 어느 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저한테 치료받을 때 항상 불만스러워 하시는 것 같은데, 무엇 때문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 제가요?” 그녀는 눈을 둥그렇게 뜨더니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아니, 전혀.” 그녀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다시 말했다. “선생님이 큰 오해를 하셨군요. 치료가 불만족스러워서가 아니라 두통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결혼하고 나서 얼마쯤 뒤부터 지금까지 줄곧 지속되어온 두통 얘기를 꺼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내내 지속되는 두통으로 인해 불면증으로 고생한 지도 십여 년이 넘어 수면제를 자주 복용해왔고, 판피린을 하루에 서너 병씩 복용해 이제는 판피린 중독이라 할 만한 상태이며, 머리가 아파 친구 만나는 것도 귀찮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싫고, 노상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짜증스러운 상태만 지속된다고. 그녀는 자신의 그런 증상이 필자의 전문치료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굳이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그날부터 그녀의 두통치료 방법으로 약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수십 년간 이런저런 물리치료를 다 받아봤어도 큰 효과가 없었고, 약발은 최소한 부작용은 없는 것이니 시험 삼아 한번 해보자는 내 말에 그녀가 흔쾌히 동의했기 때문이다. 시험 삼아 해보는 것인 만큼 비용은 무료로 해주기로 했다. 한데 약발을 시작하자마자 그녀는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내가 발을 움직일 때마다 연신 우후”, “아아”, “으음하는 탄성을 나직하게 토해냈다. 그것은 마치 하루 종일 추위에 꽁꽁 얼었던 몸이 따듯한 물에 들어가면서 세포 하나하나가 다 녹아내려가기 시작할 때 나옴직한 소리들이었다.

 

나는 너무나 편안하고 환해진 얼굴에서 그녀가 생전 처음으로 진정한 휴식과 깊은 이완 상태에 들어가 있음을 감지했다. 과거에 쓰다 달다 말 한 마디 없이 시종일관 골난 사람처럼 뚱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 물리치료가 끝나자마자 건조한 인사말만 남기고 훌쩍 가버리던 환자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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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의 효과

두통은 크게 혈관성 두통과 긴장성 두통으로 나눈다. 혈관성 두통은 뇌혈관의 지나친 수축이나 확장, 긴장성 두통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자세불량에 의한 목 근육 긴장이 통증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두통 환자의 비율로 볼 때 긴장성 두통이 혈관성 두통보다 훨씬 많다. 긴장성 두통은 머리 자체가 두통의 발생 원인이 아니기에 두통 부위를 자극해봐야 소용없고 진통제를 먹어도 그때뿐이다. 그 원인인 목의 옆, 뒤 뭉친 근육을 완벽하게 이완시켜야만 비로소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런데 목 주위 근육을 손으로 주물러도 목의 통증과 두통이 여전히 가시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치료 부위를 제대로 선택하기는 했으나 손으로 자극했을 때 그 자극에 반응할 수 있는 것은 표층의 근육뿐이기 때문이다. 목은 여러 겹의 근육으로 덮여 있다. 두통이 매우 격렬하고 머리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발생했다면 그 원인이 되는 근육은 겉 근육이 아니고 속 근육이다. 그리고 속 근육은 손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자극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오래 지속되어온 지독한 긴장성 두통을 해소해주려면 목의 겉을 덮고 있는 표층 근육뿐 아니라 속 근육 깊숙이까지 자극을 전달해줄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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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이 깊은 호수 표면에서 요란하게 물장구를 쳐도 호수 밑바닥은 고요하듯이 손으로 목의 속 근육까지 충분히 풀어주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약발이 짧은 시간 안에 긴장성 두통에 큰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목의 표층, 중간층, 심부층 근육 모두를 통째로 이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소개할 목 근육 스트레칭 약발들은 만성 경부(), 무슨 방법으로도 낫지 않아 거의 체념하다시피 한 고질적인 만성 두통, 자고 일어났을 때 심한 통증과 함께 목이 돌아가지 않는 증상 등에 큰 효과가 있다. 두통에 의한 불면이나 수면 장애로 밤이 오는 것이 무서운 분들은 저녁에 시행하면 숙면을 취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래의 세 가지 약발을 모두 시행해도 좋지만 개인에 따라 효과가 있다고 여겨지는 한두 가지 약발만 선택해서 활용해도 좋다.  

약발 원리

근육의 생리적 특성상 외부의 거친 자극에는 더 움츠러들고 긴장하기 쉽다. 그러므로 긴장한 근육이 안심하고 이완해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부드러운 압력을 가한 상태로 일정 시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육이 약발의 자극을 수용하여 스스로 늘어나기를 허락할 때까지 기다려줘야지 시술자가 욕심을 부려 억지로 근육을 늘이려고 불필요한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 또 근육을 늘이기 위해 가하는 압력은 반드시 시종일관 균일해야 한다. 부드러운 강도의 동일한 압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술자가 취하는 자세의 안정성이 중요하다. 목과 의자와의 거리, 방향 등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 부드러워야 할 약발이 강하고 거칠어질 수 있으니 의자의 적절한 위치를 잘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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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방법

약발 받는 이를 쿠션을 안고 옆으로 눕게 한 뒤 머리 위에 의자를 놓고 앉는다. 하는 이는 한쪽 발바닥을 측두에 가볍게 내려놓고 다른 한쪽 발바닥은 아픈 쪽 어깨에 가볍게 밀착시킨다. 어깨에 댄 발을 아래로 살짝 밀어 목근육이 가볍게 스트레칭 되는 것을 확인한다. 이때 측두에 올린 발은 머리가 어깨와 함께 아래로 따라가지 않도록 부드러운 압력으로 머리를 고정시킨다. 1회 실행 시에 20초 유지하여 2회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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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사람이 쿠션을 안고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 하는 사람은 그의 어깨를 한 발로 고정하고, 다른 한 발의 뒤꿈치는 지면에 댄 채 발등을 들어 올려 받는 이의 후두골 아래 약간 함몰된 부위에 가볍게 밀착시킨다. 발등을 얼굴 방향으로 가볍게 밀어 목 뒤 근육이 스트레칭 되도록 한 뒤 그 상태를 유지한다. 20초씩 2회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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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받는 이가 천정을 보는 방향으로 똑바로 눕게 한다. 하는 이는 한 발의 발등을 머리 측면에 대고 다른 한 발의 발바닥 전체를 어깨에 가볍게 밀착시킨다. 어깨에 댄 발로 어깨를 아래로 밀어 목의 옆 근육이 가볍게 늘어나는 느낌이 있도록 한 뒤 자세를 유지한다. 이때 고개가 내리는 어깨 쪽으로 따라가지 않도록 반대쪽으로 약간 압력을 준다. 20초 씩 2회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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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안광욱(안광욱 걷기 약발연구소 소장)

(참고: 안광욱 저, <발로 주고받는 상쾌한 건강혁명-상생약발>다빈치,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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