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약발’ 보급하는 안광욱씨

물리치료사 시절 손으로 하다 보니

온몸이 쑤시고 아프고 속병도

 

일 그만두려다 옛날 ‘밟기’ 떠올라

어르신 환자들 경험 듣고 정리

 

의학적 지식과 임상경험 보태

20년만에 ‘발 처방’ 완성

 

손이나 침보다 자극 광범위하고

압력은 삽과 포클레인 같은 차이

 

흔들기 늘이기 으깨기 당기기…

몸 근육 자극하면 장기도 활성화

100.jpg » 상생약발 시범 보이는 안광욱씨

 

할아버지는 사랑스러운 손주를 불렀다. “애야, 이리 와서 허리 좀 밟아주련.” 어린 손주는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평소 근엄하기 짝이 없는 할아버지를 ‘버르장머리 없이’ 발로 허리를 밟았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아이고, 귀여운 놈” 하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곤 했다. 비가 오려고 날씨가 흐려지면, 만성 허리 통증에 시달리던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손주를 불러 발로 밟아달라고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알고 있었다. 발로 몸을 자극하는 것이 손으로 하는 것보다 힘들게 하지 않으면서도 통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사실 손가락으로 아픈 데를 주물러주는 것은 매우 힘들다. 가족 간에 마음먹고 안마를 해주려고 다가앉아도 5분을 넘기기 어렵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 곧바로 손힘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물리치료사를 했던 안광욱(58)씨는 손으로 환자를 만져 치료하면 할수록 자신의 몸이 망가졌다. 하루 30명 이상의 환자를 대하다 보니 체력도 고갈되고, 고열과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모든 뼈마디와 근육이 아팠고, 장기들은 제 역할을 못해 여러 질병이 찾아왔다.

101.jpg » 앉아서 약발을 하면 하는이도 피곤하지 않다

 

너무 강한 자극은 피부 빨리 노화

 물리치료사를 포기하려는 순간 ‘밟기’라는 예부터 전해오던 치료법이 떠올랐다. 자신을 찾아오던 노인 환자들에게 일일이 물어 그분들의 희미한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대답을 적어 그 방법 하나하나를 가족과 지인들에게 직접 시행했다. 그리고 자신의 의학적 지식과 임상 경험을 더해 20년 만에 ‘상생약발’이란 결과물을 만들었다. 상생이란 용어를 붙인 것은, 하는 이나 받는 이 모두 고통스럽거나 힘들지 않다는 의미이고, 약발은 약손에 대응하는 의미이다.

 “발로 하는 자극은 손이나 침으로 하는 자극에 비해 범위가 광범위하고, 두꺼운 근육 속 골막까지 자극이 침투할 수 있어요. 발의 적용 면적은 손의 세배가량이기에 짧은 시간에 많은 부위를 자극할 수 있어요. 체중을 실을 수 있어 큰 압력을 가할 수 있죠. 마치 삽과 포클레인에 비유할 수 있어요.”

 그는 오랫동안 강한 지압과 마사지를 받은 이들은 예외 없이 피부에 탄력이 없고, 뻣뻣하기만 한 것을 느꼈다. 돌처럼 굳어 있는 속근육을 풀어주려고, 피부를 화나게 했기 때문이다. 몸속의 근육을 풀어주려면 부드럽고 은근한 자극이어야 한다고 한다. 지나치게 강한 자극은 피부만 빠르게 노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 몸의 근육을 자극하면 대부분의 장기와 기관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한다. “척추와 갈비뼈 등 튼튼한 골격으로 보호되고 있는 심장, 폐, 간장 등 모든 장기는 활성화시키는 치료점을 외부 기관에 배치해 놓았어요. 외부 기관은 근육과 힘줄, 인대, 피부로,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해요. 근육을 자극한다는 것은 근육이라는 몸의 발전기를 돌려 장기 기능을 활성화해 전신에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충전해주는 필수적인 건강 수단인 셈이죠.”

102.jpg » 서서하면 체중을 이용해 자극을 줄 수 있다

104.jpg » 발 뒷꿈치로 근육을 으깨듯 자극을 준다

 

 부부끼리 번갈아 하면 금실은 덤

 그가 개발한 약발의 기술은 서서 하거나 앉아서 한다. 서서 하면 체중을 실어 깊숙하게 자극을 줄 수 있고, 앉아서 하면 하는 이가 편하게 오랫동안 자극을 줄 수 있다. 발 기술도 다양하다. 흔들기, 늘이기, 흔들어 으깨기, 밀어 으깨기, 당기기, 말기 등등.

 먼저 흔들기를 보자. 흔들기는 몸에 발을 올려놓고, 일정한 리듬에 따라 움직여 근육과 관절에 흔들림을 유도한다. “흔들기의 파동은 기능이 떨어진 세포 조직에 제 할 일을 일깨워요. 그래서 전신이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이 들게 되고, 무력해진 장기 기능을 활성화해줍니다.” 엉덩이와 복부 흔들기는 척추 전체의 긴장을 해소해주고, 제자리를 벗어난 장기가 제 위치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파동에너지는 열에너지로 바뀌어서 근육과 각 기관에 열을 공급해 혈액 순환에 도움을 준다.

 으깨기는 속근육의 뭉침을 풀어주고, 허약한 근육을 강화하는 데 효과가 있고, 늘이기는 근육의 유연성을 높이고 통증을 줄여준다. 어깨와 허리가 굽은 자녀를 눕히고, 부모가 머리 쪽에 의자에 앉아 양발로 두 어깨를 지그시 누르면 위축된 어깨가 펴진다. 만성적인 두통을 치료하려면 엎드리게 한 뒤, 어깨를 한발로 고정하고 다른 한발로는 귀 뒤쪽 머리 부분을 가볍게 밀어주면 된다. ‘부부 약발’도 있다. 부부끼리 번갈아 가며 서로의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 가슴 등을 발로 눌러주면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인체를 밀고 누르는 자극은 팔보다는 발이 해야 합니다. 손과 팔은 집어 올리고 당기는 근육이 주인공이고, 발과 다리는 밀고 내딛는 근육이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103.jpg » 발로 하는 자극은 깊고도 은근해 속근육이 뭉친 것을 효과적으로 풀 수 있다

 

 은근하고 묵직한 자극이 더 깊게

 안씨는 약발은 해주는 이의 다리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한다. 발을 적절히 사용하지 않으면 다리에 내려온 혈액은 쉽게 올라가지 못하고, 심장의 피도 내려오지 못해 많은 양의 혈액이 상체와 머리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무겁게 된다고 한다. 이는 건강을 유지하려면 머리와 상체는 시원하게 만들고, 배와 다리는 따듯하게 한다는 한방의 이론과 부합된다는 이론이다.

 ‘상생약발’을 완성하기 전부터, 잘 걸어야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해진다며 올바른 걷기 운동을 펼쳐온 안씨는 자신이 질병에서 벗어나 건강한 육체를 되찾은 경험을 살려 ‘한국발사랑연합회’와 ‘안광욱 걷기약발연구소’를 세웠다.

 안씨는 “피부가 유용하다고 판단하는 자극은 강하지만 은근하면서 묵직하게 들어오는 자극입니다. 발바닥으로 느긋하게 자극하면 피부에 저항 없이 압력을 원활하게 침투시킬 수 있어요”라며 “완전한 근육 자극 방법은 침·뜸·지압·부항 등의 치료보다 적절한 생활”이라고 강조한다. 지압과 침 등의 치료가 지엽적이고 국소적인 것에 비해, 일상생활에서의 노동과 운동, 걷기 등에 의해 발생하는 근육 자극은 입체적이고 종합적이기 때문이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