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절하기/육태안의 우리무예 2 육태안의 우리무예

큰절하기/ 육태안의 우리무예 2

 

'큰절하기'는 육태안 선생이 고안한 수련법으로, 절하는 동작을 통해 몸을 한껏 펴보기도 하고, 때로는 한 점으로 수렴하듯 작게 접기도 하면서 온 몸을 골고루 풀어주는 매우 효율적인 운동이다. 또한 마음을 다스려주는 깊이 있는 내적 수행법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음악을 듣거나 풍경을 바라볼 때 그 행위로부터 이끌어지는 고유한 정조(情調)가 있듯이, 몸짓 수련에서도 어떤 동작을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기질, 마음의 상태를 얻을 수 있다. 절하기와 같은 예법(禮法)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다른 신체움직임에서는 쉽게 얻어질 수 없는 독특한 마음의 상태에 진입할 수 있다.

 

큰절하기를 하다보면 종교적 경건함에 상당부분 근접하게 되지만 그렇다고해서 종교적 행위는 결코 아니다. 큰절하기는 어떤 대상을 향한 절이 아니요, 나 자신에게 절하는 것이다. 격렬한 수련 이후에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나 자신의 내적 중심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무도적(武道的) 수행법이다.

 

육태안 선생은 90년대와 2000년 초반까지 여름방학, 겨울방학 시즌에 대학생 무예수련캠프를 열었다. 두세 시간 정도의 야외수련을 마치고 실내로 들어오면 누구나 그렇듯 빨리 자리에 앉아서 쉬거나 눕고 싶어진다. 바로 이 때 어김없이 사범님으로부터 "큰절하기 10회!"라는 말이 들려온다.

사람들은 무거운 몸을 힘겹게 일으켜 세워 처음에는 마지못해 따라하다가 곧 큰절하기의 효능(?)을 깨닫게 되고, 캠프가 중반 이후로 접어들게 되면 굳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들 큰절하기를 열심히 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캠프 마지막 날 오전에는 아침밥을 먹은 후 큰절하기 100회에 돌입한다. 혼자서는 사실상 실천하기 어려운 횟수다. 100회를 다 하는데 약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며칠 동안 함께 수련했던 도우(道友)들과 큰절하기를 하면서 수련회를 마무리하는 그 장면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큰절하기 실천 방법◆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3~5회 가량 반복하면 하루의 피로를 풀고 마음을 평온하게 다스릴 수 있다. 동작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10회 또는 30회로 반복횟수를 늘려보자. (30회 반복에 1시간 정도가 소요)

    

 

◆동작 상세 설명◆

 

준비: 발등을 펴서 엄지발가락이 맞닿도록 한 뒤 무릎을 꿇는다. 이때 발바닥을 포개지 않도록 주의한다. 손아귀 부분을 마주 끼워잡으면 위에서 보았을 때 태극의 모습이 된다. 이것을 읍(揖)이라고 한다. 손바닥을 오목하게 하여 아랫배를 덮고, 팔꿈치가 옆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옆구리를 가볍게 조여준다. 이 때 자연스럽게 허리가 펴진다. 이렇게 앉은 자세를 ‘정좌’라고 한다.

100.jpg     

      

①앞으로 허리를 숙이며 손바닥에서 팔꿈치까지를 바닥에 붙이고 이마를 땅에 댄다. 이 때 팔꿈치가 무릎에 살짝 닿도록 한다(즉 손을 너무 멀리 짚지 않는다).

몸을 접었을 때 그 모습을 옆에서 보면 '새 을(乙)' 자가 된다. 이 동작이 절하기의 모든 단계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것은 태극의 형상이고 우리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의 모습이다.

101.jpg               102.jpg

 

   ②자세를 유지한 채로 구부렸던 팔을 앞으로 뻗어서 짚은 다음, 엉덩이를 들어 몸 전체를 앞으로 움직이면서 배를 깔고 엎드린다. 이 때 허벅지→배→이마 순으로 땅에 닿도록 한다. 가슴은 땅에 대지 않고 약간 띄운다.

103.jpg 104.jpg  

     

③고개를 들어 허리를 젖히며 몸이 활처럼 휘게 만드는데, 이때 무릎을 띄워서 손바닥과 발등으로만 몸을 지탱한다. 

 

105.jpg

 

  ④엉덩이를 뒤로 빼어 앉으며 제2동작으로 돌아온다. 이 때 손목을 손등 쪽으로 바짝 꺾어준다.

 

106.jpg 107.jpg

 

  ⑤주먹을 살짝 쥐었다가 손톱으로 바닥을 밀치며 ‘정좌’ 자세로 되돌아오고, 손은 합장하여 가슴 앞에 세운다. (손톱으로 바닥을 밀치지 않으면 앞으로 엎드린 상체를 회수할 동력을 구할 수 없다)

 

108.jpg

 

 

⑥몸을 일으켜 세워 허벅지가 땅에서 수직이 되게 한 다음, 발목을 꺾어 발앞축을 땅에 꽂는다. 다시 엉덩이를 발뒤꿈치 위에 얹고 바닥에 닿아있던 무릎을 들어 몸 쪽으로 당기면서 천천히 일어선다. 합장한 손을 이마 앞 쪽 45도 즈음에 세우고 손가락 사이를 벌린다. 이를 두고 ‘뼘을 살린다’라고 표현한다. 뒤꿈치를 바짝 들고 두 발이 좌우로 벌어지지 않도록 하고(이것만 신경쓰면 다리 전체가 벌어지지 않는다) 발앞축 중에서도 엄지발가락 쪽에 의식을 집중하여 몸 전체에 꼿꼿한 강기(剛氣)를 유지하도록 한다. 약 5초간 자세를 유지한다.

109.jpg  110.jpg   111.jpg    

 

 

⑦다시 천천히 주저 앉으며 손바닥 사이에 공간이 생기도록 하여 이마 앞에 모은다. (이 손모양을 공심(空心)이라 한다) 이 때 뒤꿈치가 들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팔꿈치가 벌어지지 않도록 다리에 밀착한다.

 

112.jpg      

    

⑧무릎을 땅에 대고 허벅지가 바닥에서 수직이 되도록 엉덩이를 들어 올리면서 꺾었던 발목을 곧게 편다. 이 때 합장한 손은 가슴 앞에 둔다. 그리고 다시 발 위로 엉덩이를 포개고 앉으면서 무릎을 살짝 들어주어 발등을 펴준다. 들었던 무릎을 내려놓으며 합장한 손을 아랫배로 내려서 읍한다. 

 

113.jpg 114.jpg115.jpg     

 

 

⑨읍한 손을 손등이 앞을 향하도록 유지하면서 가슴 높이까지 수직으로 들어올린다. 거기서 다시 이마 앞쪽 45도 지점을 향하여 손등으로 밀어내듯이 세운다. 이 때 양 손의 손가락 부분만 겹치도록 하고 팔꿈치까지 삼각형 모양을 이루도록 한다.

 

116.jpg      117.jpg

 

 

⑩그대로 허리를 숙이며 손등을 땅에 대고 이어서 손바닥에 이마를 댄다. 이 때 엄지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살짝 짚어준다.

 

118.jpg119.jpg120.jpg          

  ⑪고개를 들고 허리를 바로 세우면서 손을 안쪽으로 말듯이 읍하여 이마 앞 45도 지점으로 들어 올린다. 읍한 손을 이마로 당긴 후 손바닥의 오목한 부분으로 내리누르듯이 수직으로 아랫배까지 내려온다. 다 내려와서는 손바닥으로 아랫배를 덮어누르고 팔꿈치를 가볍게 조여준다.

 

121.jpg 122.jpg

 

(여기까지의 동작을 반복한다)

 

     글  사진 동영상  육장근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