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은 놀라운 에너지를 가져온다 고수를 찾아서

신무 전인 장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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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간단하다. 복잡한 동작이 없다. 단지 세가지 동작이다.

일본에서는 ‘무술 중의 무술’이라는 뜻으로 ‘황무’(皇武)로 불렸고, 한국에 넘어와선 ‘신비로운 무술’이라는 뜻의 ‘신무’(神武)로 불린 이 무술의 수련 동작은 낯설었다.

먼저 두 팔을 벌려 중심을 잡는다. 발의 모양은 기역자로 놓는다. 어깨를 돌려 손의 끝은 진행 방향을 가리킨다. 뒤쪽의 발과 팔을 순간적으로 앞으로 옮기며 다시 두 팔을 쭉 뻗는다. 손끝에는 힘을 준다. 두번 전진한 뒤에는 몸을 틀어 방향을 바꾼다. 움직일 때마다 몸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누구나 설명을 들으면 곧 따라할 수 있다. 점차 속도를 높인다. 움직일 때마다 몸의 중심이 바뀌는 바람에 균형을 완벽하게 유지하긴 쉽지 않다.

 지난해 12월 말 광주에 사는 신무의 전인 장성일(66)씨를 만나 이 동작을 배우곤, 한달 남짓 이 단순한 동작을 틈이 날 때마다 해 보았다. 복잡하고 화려한 무술에 익숙한지라, 저렇게 단순한 동작이 과연 무술로서 어떤 의미가 있고,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직접 체험하고 싶었다. 처음엔 1분을 하기가 힘들었다. 우선 지루했고, 인내가 필요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 단순한 동작에 빠져들었다. 손끝에 기(氣)가 많이 생기는 느낌과 함께, 몸이 민첩해지는 것을 느꼈다. 몸이 반복 회전을 하며 마치 팽이가 균형을 잡아 힘차게 돌듯이, 온몸의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장씨는 이 수련을 하면 신체의 균형이 발달하며 질병을 없애주는 것은 물론이고, ‘초감각’적으로 몸이 각종 자극에 반응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믿기 힘들었지만’, 공격과 방어 동작이 자신이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된다고 장씨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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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시절 태권도 4단에 중국 무술, 차력, 합기도, 요가, 봉술 등 각종 무술을 섭렵한 ‘종합무술인’ 장씨가 신무를 접한 것은 일본에서 황무를 익혀 1943년 귀국한 스승 설송 최기현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에 유학한 최씨는 중학생 때부터 유도를 배워, 메이지대 의예과를 다닐 때는 유도 4단의 고단자였다. 최씨의 일본인 친구 호시 데쓰신 역시 유도 고수였는데, 그 일본인 친구가 어느 날 동네 불량배로부터 참을 수 없는 굴욕을 당했다. 불량배는 좁은 공간에 그를 몰아넣고 배에 칼을 들이대며 “피할 수 있으면 피해보라”고 위협했다. 심한 조롱을 당하고 풀려난 그는 그 뒤 3년간 일본 전역을 돌며 그런 위기의 순간을 극복할 수 있는 무술을 찾았다. 각종 무술의 고수를 찾았지만 해결책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 허름한 사찰 입구에 쓰여 있는 만(卍) 자를 보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맨 것이 바로 저것이구나” 하고 문득 깨쳤다고 한다. 갈고리 모양의 교차된 부분에 몸의 중심을 실은 채 팔다리를 빠르게 회전시킬 수 있다면, 사방으로부터의 공격을 쉽게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회전 무술이 탄생한 것이다.

 그는 4년간 이 무술을 수련한 끝에 황무를 완성했다고 한다. 그 이전엔 최씨와 대련하면 지곤 하던 그는 이 무술을 몸에 익힌 뒤에는 손쉽게 최씨를 제압했다. 그와 대련을 해 몸이 부딪치는 순간 번번이 나가떨어진 최씨는 곧바로 그의 제자가 됐고, 1년6개월 동안 수련을 했다고 한다. 결국 최씨는 응용 동작 120가지를 익혀 귀국했다. 귀국한 뒤 최씨는 금강산의 기암괴석을 바라보며 더 깊이 수련해 황무를 발전시킨 신무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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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전남 장흥에서 접골사로 20여년간 가난한 이들에게 무료로 치료를 해주는 틈틈이 자신이 닦은 무술을 선보였다. 손가락으로 대나무를 도끼로 자르듯 조각내는가 하면, 동전 3개를 겹친 채 엄지와 검지만으로 엿가락처럼 늘이고, 통나무에 손가락으로 대못을 박는 괴력을 보이기도 했다는 것. 또 일본 형사가 그를 불령선인으로 몰아 몽둥이로 고문하다 포기했다고 한다. 최씨는 정형외과가 없던 당시 뼈가 부러진 환자를 치료하다가 붕대가 떨어지면 자신의 이불보를 찢어 상처를 묶어 주기도 했다고 한다. 약을 전혀 쓰지 않고 손의 기운으로만 치료를 했던 최씨는 자신이 설립한 중학교와 소유한 땅을 사망하기 전 나라에 헌납했다.

 제자를 찾던 최씨(당시 65살)는 1974년 자신의 동생과 알고 지내던 장씨가 세차례 찾아와 간절하게 제자로 받아주길 원하자 수제자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장씨는 제대 후 뛰어난 무술 솜씨로 한-중 합작 무협영화 <협기>에도 출연했다. 최씨로부터 4년여 동안 신무를 수련한 장씨는 ‘무의동술’(武醫同術: 무술과 의술은 한가지)이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접골술을 비롯한 각종 의술을 배워 무료로 환자들을 치료해주었다.

 장씨는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태어나서 걷는 데 1년가량이 걸리는 이유는 균형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걸음걸이는 손과 발이 척추를 중심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가능하다. 즉, 팔다리가 이루는 수평적 중심과 척추가 이루는 수직적 중심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여기에 회전을 가하면 놀라운 에너지가 발휘된다”고 신무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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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팔다리 회전 동작을 수련하면, 비록 단순한 동작이긴 하나 좁은 공간에서도 초감각적으로 방어와 공격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손과 발을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단단한 균형’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균형은 오장육부의 균형으로 이어져 육체의 건강을 가져온다고 한다.

 “마치 사람이 자전거를 배우면 평생 다시 배우지 않아도 자전거를 탈 수 있듯이, 이 무술을 한번 익혀 수련하면 평생 쉽게 혼자 익힐 수 있어요. 사실 무술을 수련해도 평생 일반인들이 무술을 타인에게 쓰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이제 무술의 개념을 바꿔야 합니다. 무술이 어떻게 우리의 건강에 도움을 줄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장씨는 자신에게 신무를 배운 제자들은 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창의력과 통찰력, 직관력 등 정신적인 감각도 크게 향상된다고 자랑한다.

 “단순한 동작이 모든 무술 동작을 통합한다”고 말하는 장씨의 손끝에서 공간이 ‘쫙’ 하고 갈라진다.


글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동영상 박종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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