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큰 기운 휘몰아 굽이치니 고수를 찾아서

국선도 수행 백운찬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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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의 지저귐이 정겹다. 새벽이다. 떠오르는 태양의 햇살이 부끄러운 듯, 검붉은 암벽은 비단결 같은 운해로 낯을 가린다. 발을 내딛는 소리가 경쾌하다. ‘사박 사박’. 소리뿐 아니라 몸놀림도 가볍다. 함께 관악산 산행을 시작한 지 30분이 지났지만 그는 거친 숨소리를 내지 않는다. 아니 숨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땀도 흐르지 않는다. 평온한 숨소리는 몸 깊숙한 곳에서 시작되는 듯하다.

 날렵하게 바위를 올라타고, 흐르는 물을 건너뛴다. 매우 산길에 익숙하다.

 “매일 아침 관악산을 올랐어요. 오르내리면서 할 일을 정리하고, 아이디어도 떠올리고.”

산 정상에 못 미쳐 좀 너른 공터가 나온다. 군데군데 대들보를 지탱했던 바위의 흔적이 있다. 아마도 옛 절터인 것 같다.

 “여기서 수련을 했어요. 혼자만의 즐거움이었지요.”

 백운찬(57) 관세청장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의 치료제로 선택한 것이 국선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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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끔한 도복으로 갈아입은 백 청장은 가부좌를 틀었다. 허리를 세우고, 턱을 잡아당긴다.두 눈의 눈꺼풀은 가볍게 내려앉아 있다. 순간 정적에 빠져들었다. 몸 안에서 발산되는 기운이 자연의 정기와 부딪친다. 도복 속 단전에서 강한 에너지가 꿈틀거린다. 손을 모으고, 다리가 교차된 자세는 마치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보여준 자연스럽고 평온한 모습 같다.

 “다리를 접는 것은 모든 욕망을 끊는다는 의지입니다. 욕망의 집착에서 벗어나면 마음이 편해지고, 고요해집니다.”

보이진 않지만 새벽의 맑은 공기가 코를 통해 몸 깊숙이 전달되는 느낌이 온다. 가슴이나 복부로 하는 호흡이 아닌, 배꼽 아래 단전으로 하는 호흡이다. 부드럽고, 고르고, 깊고, 완만하게 들이쉰다. 그리고 유연하고, 조용하게, 천천히, 길게 내쉰다.

 ‘아! 이런 수련을 15년간 했으니 산에 올라올 때 숨소리가 안들렸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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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청장은 산에 올라오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일반인들은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숨을 내쉬고 들이쉬지만, 호흡 훈련을 하면 3-3-3 호흡을 합니다. 세 걸음 가는 동안 들이쉬고, 세 걸음 가는 동안 숨을 멈추고, 세 걸음 가는 동안 내쉽니다. 물론 4-4-4, 5-5-5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호흡하면 일반 호흡보다 5~6배의 산소량이 몸에 들어오니 숨이 찰 수가 없어요. 숨이 차서 헐떡거리는 것은 곧 몸에 산소가 부족하다는 반응이지요.”

눈을 뜨고 일어난다. 얼굴에 윤기가 돈다. 입가에는 미소가 감돈다. 충만한 아침의 기운을 가득히 품었기 때문이리라.

 손과 발, 허리와 어깨, 목을 움직인다. 서두르지 않고, 두터운 동작이다.

 ‘입단행공’이다. 기운을 돌게 하고(운기), 기운을 축적하는(축기) 동작이다. 내공을 키워 근력과 기력을 강하게 하고,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버들가지처럼 유연하고 탄력 있다. 힘을 빼긴 했으나 온몸을 흐르는 기운의 기운참이 느껴진다. 두 손과 두 발로 하늘을 단단히 들어올리는가 하면, 십리 밖의 과녁도 맞출 듯, 기운차게 활을 당긴다.

 “하늘의 큰 기운 휘몰아 굽이치니 은하수가 활처럼 휘고/구름을 헤쳐 광명을 펼치며 거친 소용돌이를 잠재운다.” 입단행공 수련을 하며 수없이 읊조린 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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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는다. 그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행정고시를 통해 공무원이 됐다. 하동 ‘촌놈’이 출세의 길로 들어섰다. 일선 세무서에서 경험을 쌓다가 재무부 관리가 됐다. 증권국과 세제실, 대통령 비서실에 근무하며 금융실명제와 현금영수증제 도입의 주역이 됐다. 2000년대 초반 재정경제부 조세지출예산과장, 소득세제과장을 거쳐 세제실 조세정책과장을 역임하는 동안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죽기 살기로 일했다. 몸은 시들기 시작했다. 가끔 검도와 등산을 하긴 했지만 몸에 활기를 넣어 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국회에 파견 근무하게 됐다. 마침 국회에는 국선도 동호회가 있었다. 수련하면서 깨달았다. ‘정신은 몸에서 나온다’는 것을. 피곤하면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지 않을뿐더러 짜증만 쌓였다. 결론은 체력이었다.

억지로 시간을 내서 운동을 했다. 지리산 종주도 했고, 설악산 가을 단풍도 즐겼다. 그리고 하루 한 시간씩 국선도 수련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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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결정을 해야 했어요. 그중에 국선도를 선택한 것은 아주 잘한 결정으로 꼽고 있어요. 몸과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지난 3월 직원 4500명의 관세청장에 취임한 그는 청사의 빈 공간에 국선도장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국선도를 소개했다. 본인은 그 수련장에 가지 않는다. 직원들이 불편해 하기 때문이다. 그는 고차원 수련을 위해 기본 체력을 다지는 단계인 정각도 3단계 수련을 마쳤다. 지금은 9단계 가운데 4단계인 진기단법 단계다. 서울과 대전을 오고 가는 차 안에서는 호흡 수련을 한다.

 “국선도는 전통무술인가요?”

 “오랫동안 한민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구전심전(말로 마음으로 전해오는)의 심신건강법이죠. 청산 선사가 20년 동안 스승으로부터 전수를 받아 1967년부터 속세에서 전하기 시작했어요. 기록은 없지만 마음으로 느껴져요.”

 숨 고르기, 몸 고르기, 마음 고르기 과정과 기혈순환 유통을 통해 강하고 편한 몸과 마음을 만드는 국선도는 호흡에 중점을 둔다. 특히 ‘하늘 기운과 땅 기운이 만나는’ 하단전에 집중한다. 단전호흡을 하면 횡경막이 6~8㎝ 아래로 내려가 공기 유입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복부 근육이 단련되면서 내장이 골고루 자극된다고 한다.

 “초로 비유를 해 봅시다. 생명력을 뜻하는 정(精)은 하복부이고 초의 몸체입니다. 정신활동의 원동력인 기(氣)는 머리에 있고 초의 불꽃입니다. 마음의 기운인 신(神)은 가슴에 있고, 초의 빛입니다. 몸통인 초가 튼튼하고 건실해야 초의 불빛이 더욱 강하고 널리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몸을 튼실한 초로 만드는 백 청장은 미끄러지듯 산을 내려간다. 금세 보이지 않는다.


 글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동영상  박종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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