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한 잔의 커피에 든 기후 비용은? 미래이슈

co0.jpg » 커피 재배에서 운송, 최종 소비단계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커피 재배-수출-가공 전단계 분석 결과

커피콩 1kg당 탄소배출량 15.3kg 추정

치즈와 비슷한 ‘고고밀도’ 탄소배출산업


커피는 동서양을 통틀어 세계인이 공통적으로 가장 즐겨먹는 기호식품이다. 많은 현대인들이 커피와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기호식품이면서도 필수 영양식품 못잖은 반열에 올라 있다. 세계화와 함께 서구의 식문화와 식품 대기업 네트워크가 세계로 확산되면서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한 해 생산되는 커피는 950만톤, 국제 교역 규모는 309억달러에 이른다. 금액 기준으로 121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교역 품목이자, 70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농산물이다. 수요가 계속 늘어 2050년에는 커피 수요가 지금의 3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는 세계의 허파 노릇을 하는 열대지역의 숲이 그만큼 파괴돼야 한다는 걸 뜻한다. 이 수요에 맞추려면 코스타리카의 4배나 되는 땅을 커피 농장으로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오히려 열대 지역의 커피 농장들은 위기에 처해 있다. 30년 후에는 커피 농장의 절반이 재배 부적합지로 변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아라비카종의 경우 연간 강우량 1200~1800mm, 온도 15~25도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유지해줘야 하는데, 지구 온난화가 현재 재배지의 기후를 이 범위 밖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커피에서도 지속가능한 방식의 생산과 소비가 절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이 커피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계산한 결과를 12월30일 지리환경분야 국제 공개학술지 `지오'(GEO)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세계 1~2위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사웅파울루와 베트남 중부의 부온마투옷 농장에서 재배한 아라비카종 커피 생두가 영국으로 수출돼 소비되는 과정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그동안 커피 생산의 환경 영향에 대한 연구는 주로 생산 단계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번엔 생산국에서 소비국으로의 운송과 커피 가공 소비 단계까지 모든 과정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연구 결과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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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과 비슷한 배출량…대부분 항공 운송 과정에서 발생

 

연구진의 분석 결과 아라비카종 1kg을 재배해 이를 영국에 수출할 경우, 평균 15.33kg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의 탄소 배출량 규격인 ‘파스 2050’(PAS 2050)을 적용하면 ‘고고밀도’(very high intensity) 탄소배출산업으로 분류되는 수준이다. 원산지별로는 베트남 커피가 16.04kg, 브라질 커피가 14.61kg으로 계산됐는데, 이 차이는 운송거리에 기인한 것이다. 단위 중량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치즈(1kg당 13.5kg)와 비슷하다. 최고의 탄소배출 식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소고기(1kg당 27kg)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커피 생산량을 고려하면 한 해 1억4천만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셈이다. 이는 필리핀의 배출량과 비슷한 양이다.

커피가 이처럼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식품이 된 가장 큰 요인은 신선한 커피를 향한 욕구다. 애초 선박으로 운송되던 커피는 좀 더 신선한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요즘엔 항공기를 주로 이용한다. 항공 운송은 선박 운송보다 단위거리당 100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이는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그러나 커피 생산-소비의 각 단계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바꿀 경우 커피 1kg당 탄소배출량을 3.51kg으로, 최대 77%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커피의 핵심은 화학 비료를 덜 사용하고 가공과정에서 물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비행기가 아닌 선박으로 운송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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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1잔에 0.28kg…라떼 0.55kg으로 가장 많아

 

한 잔의 커피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한 잔의 커피 음료에는 평균 18g(스타벅스 레시피 기준)의 커피 생두가 들어간다. 커피 생두 1kg이면 56잔의 에스프레소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에스프레소 1잔의 탄소발자국은 약 0.28kg이 된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재배 방식으로 바꾸면 0.06kg으로 줄일 수 있다.

커피에 우유를 타면 탄소발자국이 추가된다. 얼마나 늘어날까? 연구진이 계산한 결과 라떼가 약 0.55kg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카푸치노가 0.41kg, 플랫화이트(에스프레소에 스팀우유를 섞어 만든 커피)가 0.34kg이다. 여기서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엔 탄소발자국이 각각 0.33kg, 0.2kg, 0.13kg으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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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커피를 만드는 네 가지 방법

 

연구진은 지속가능한 커피를 구현하는 방법으로 크게 네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비행기 대신 선박으로 운송하는 것이다. 배를 이용하면 커피 1kg당 배출량을 10.3~11.3kg 줄일 수 있다. 선박 운송은 저렴한 대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단점이다. 예컨대 브라질 커피를 영국까지 운송할 경우 비행기는 12시간이면 되지만, 배를 이용하면 2주가 걸린다. 베트남 커피는 14시간에서 3주로 운송 기간이 48배 더 길어진다. 대신 배를 이용하면 한 번에 훨씬 많은 양을 수송할 수 있다.

둘째는 화학비료를 유기성 퇴비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커피 1kg당 탄소 배출량을 0.95kg 줄일 수 있다. 농민들은 비료를 많이 줄수록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에 비료를 과다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 사례 연구를 보면 적정량의 약 2.5배를 뿌린다. 그러나 넘치는 비료는 커피나무에 흡수되지 못하고 토양에 남아 물을 오염시키고, 오존층을 파괴하는 아산화질소를 배출한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셋째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커피머신을 개발해 쓰는 것이다. 가공 단계 탄소배출량의 70%는 최종 소비 단계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주로 자동 커피머신에 쓰이는 에너지에 기인한다. 커피머신을 쓸 경우 커피 1잔당 탄소배출량은 60.27g이다. 드립 필터 커피나 프렌치 프레스 커피(10.04g)의 6배다.

co6.jpg » 커피를 볶으면 부피는 그대로지만 무게는 약 절반으로 줄어든다. 픽사베이

저탄소 커피를 위해 입맛을 자제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아예 원산지에서 로스팅해 수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원산지에서 커피 원두를 로스팅하면 커피 무게가 더 가벼워져 운송과정에서 화석연료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 로스팅된 커피는 무게는 절반 이상 줄어들지만 부피는 거의 같다. 커피 생두는 로스팅된 원두보다 유통 기한이 더 길다는 장점이 있지만, 로스팅된 원두도 밀폐된 용기와 10도 이하 온도에서 보관하면 최대 6개월까지 신선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다양한 방식의 로스팅으로 차별화한 맛을 추구하려는 커피 시장의 흐름과는 배치되는 것이 약점이다.

연구진은 위에서 제안한 지속가능 커피로 전환할 경우 커피산업의 탄소배출량을 덴마크(3330만톤)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커피에 포함된 문제는 탄소 배출만은 아니다. 수질 오염, 동물들의 서식지 파괴 같은 환경 문제도 있고 저개발국의 저임금 노동 착취 문제도 있다. 연구진은 "커피 산업이 성장하면서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며 "매일 섭취하는 기호품이 지구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우리가 제안한 기후친화적인 재배, 운송, 가공법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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