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영국 변이는 아주 위험한 국면의 전조 가능성” 경고 생명건강

en1.jpg » 영국(빨간색 선)과 유럽연합(파란색 선)의 코로나19 확진자(인구 100만명당 1주일 평균) 수 추이. 9월 이후 급증세를 타고 있다. 사이언스 제공

런던 감염의 80% 차지...33개국서 발견

“조기 경보로 인식하고 대비 시작해야”


새해 들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다른 한쪽에선 바이러스 변이 공포가 또 다시 확산되고 있다. 주인공은 영국에서 급속하게 번지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 `B.1.1.7'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5일 과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 변이 바이러스가 새롭고, 특히 위험한 대유행의 전조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9월 처음 발견된 이 변이 바이러스는 이후 영국 남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른 변이들을 제치고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한달 전부터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B.1.1.7은 이미 런던 신규 감염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웃나라인 아일랜드에서도 신규 감염자의 4분의1에서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현재 유럽 다수 지역과 미국, 일본, 한국, 터키 등 33개국에서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영국의 연구지원기구인 웰컴트러스트의 전염병 전문가 제레미 파라(Jeremy Farrar) 박사는 `사이언스' 인터뷰에서 “B.1.1.7이 이제 더 높은 전파를 통해 세계의 지배적인 변종이 돼서 아주 아주 나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의 유행 흐름은 예측 가능했지만 이제는 예측 불가능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영국 변이 바이러스까지 가세하면서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부 국가는 백신 승인을 서두르거나 더 효율적인 백신 접종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새로운 변종이 여러 국가로 번지고 있는 점을 들어 기존의 확산 억제 조처부터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사이언스'는 전했다. 예컨대 영국이 1월4일부터 학교를 폐쇄하고, 국민들에게 특별히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외출을 하지 말라고 요청한 것이 그런 사례다.

하지만 많은 유럽 나라들은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같다고 바젤대 바이러스학자 엠마 호드크로프트 교수는 비판했다. 그는 "이것이 조기경보라는 걸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래야 이 변종보다 앞서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N3.jpg » 코로나 바이러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17군데 돌연변이…전염력 50~70% 강해진 것으로 추정

 

9월20일 처음 전체 게놈 구조가 밝혀진 영국 변이 바이러스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것과 비교해 총 17군데에 돌연변이가 생겼다. 이전에 나타났던 변이들과 비교해 변이 위치가 다양해졌다. 17군데 변이 중 8군데는 바이러스 겉면에 솟아 있는 돌기단백질에 있다. 돌기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갈 때 사용하는 도구 단백질이어서, 이곳의 변이가 전염력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영국 정부가 밝힌 것을 보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이전보다 50~70% 더 높다. 영국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이 정도로 더 높다는 것은 영국 공중보건국의 분석에 기반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B.1.1.7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 중 양성반응을 보인 사람은 약 15 %인 반면, 다른 바이러스 감염자와의 접촉자 중 양성반응자는 10%로 다소 낮았다.

만약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면 새로운 대유행의 시작으로 볼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영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영국 변이 바이러스(B.1.1.7) 감염 사례가 급증했다는 보고는 없는 상황이다. 유럽의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을 주도하고 있는 덴마크 자료를 보더라도 영국 변이의 검출 빈도는 12월 초 0.2%에서 3주 후 2.3%로 조금 증가한 정도라고 `사이언스'는 전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다른 나라들도 영국과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호드크로프트 교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스스로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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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진 전파력이 병원성 높아진 것보다 더 위험

 

과학자들은 영국 변종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감염자의 증상을 더 악화시킨다는 증거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강해진 전파력은 병원성이 높아진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애덤 쿠차스키 교수는 ‘사이언스’ 인터뷰에서 “치명률은 1%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된다면, 치명률 2%에 소수의 사람들이 감염되는 경우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자를 줄이면 또다른 바이러스 변이가 출현해 확산될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 파라 박사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본질적으로 숫자 게임"이라며 "바이러스가 더 많이 퍼질수록 돌연변이가 나타날 가능성은 더 높다"고 말했다. 변이가 많아지면 장기적으로 백신의 효능을 위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감염자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과학자들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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