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세계 첫 무소음 이온풍 항공기 뜨다 우주항공

air1.jpg » MIT 연구진이 개발한 이온풍 추진 비행기. MIT 제공

프로펠러도, 터빈도 없는 비행기

MIT 개발자 "스타트렉에서 영감"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한 이후 모든 비행기에는 프로펠러, 터빈 날개, 팬처럼 공기를 추력을 만들어내는 장치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장치 없이 날 수 있는 소형 비행기가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미국 MIT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이 비행기는 터빈이나 프로펠러 대신 이온풍으로부터 동력을 얻는다. 터빈 동력 비행기와 달리 화석연료에 의존하지도 않고, 프로펠러 비행기와 달리 소음도 없다.
개발 작업을 이끈 스티븐 배렛 MIT 항공우주항행학 교수는 "지금보다 더 조용하고 단순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새로운 항공기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머지 않은 미래에 이온바람 추진 시스템으로 저소음 항공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나아가 전통 내연기관과 결합하면, 연료효율이 훨씬 높은 하이브리드 여객기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가 이온풍 비행기의 영감은 어린 시절 즐겨본 TV 드라마 시리즈 <스타트렉>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당시 아무런 돌아가는 장치도 없이 조용하게 하늘을 미끄러지듯 날아가는 우주왕복선에 매료됐다. 9년 전 조용한 비행 추진 시스템을 구상하기 시작한 그의 뇌리에 떠오른 것이 이온풍이었다.

 

air3.jpg » 이온풍 항공기를 뒤에서 본 모습. MIT 제공

양-음극 전선이 자석처럼 작용해 바람 일으켜


이온풍은 1920년대에 처음 확인된 물리 현상으로, 전류가 얇고 두꺼운 전극 사이를 통과할 때 생기는 바람이나 추진력을 말한다. 충분한 전압만 주어진다면 작은 항공기를 띄울 수 있을 만큼의 추진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온풍이 내는 전기기체역학 추진력은 주로 취미활동에 쓰여 왔다. 전원 공급장치에 연결된 이온풍 발생기로 탁자 위에서 작고 가벼운 물건을 띄워보는 정도였다. 전문가들도 이온풍으로 항공기를 띄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 왔다고 한다. 배렛은 "그런데 어느날 호텔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동안 문득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즉석에서 대충 계산해본 결과 실현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아냈다"고 말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그가 내놓은 시제품은 커다란 글라이더를 닮았다. 무게는 5파운드(2.45kg), 날개 길이는 5m다. 날개 앞쪽 아래에 달려 있는 얇은 전선이 양극을, 날개 뒤쪽 끝의 두꺼운 전선이 음극 역할을 한다.
동체에 있는 배터리가 4만볼트의 전기를 컨버터를 통해 양극 전선에 공급해준다. 이 전기는 대기중의 질소 원자를 양전하를 띤 이온 형태로 바꿔준다. 그러면 이 이온은 자석처럼 뒷쪽 음전하를 띤 음극 전선으로 빨려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각 이온은 공기분자들과 수백만번 충돌하고, 이 공기분자들이 뒤로 밀려나면서 항공기를 앞으로 밀어내는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연구팀은 이 대학에서 가장 큰 체육관인 듀폰운동센터에서 60m 거리의 시험비행을 10여차례 진행하면서 추진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시험비행에서의 속도는 시속 17km였다.

 

air2.jpg » MIT 체육관에서 진행한 시험비행 타임랩스 사진. 논문에서 인용

 

"10~20년 후 소음없는 드론 나올 것"


물론 이번에 개발한 비행기를 실제 항공기에 적용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단지 이온 비행기가 날 수 있다는 개념을 증명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온 이온풍 추진 비행기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다.
연구진 앞에 놓인 최대 과제는 더 적은 전압으로 더 많은 이온 바람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수만볼트의 전기에 승객을 태우거나 화물을 싣고 다니는 데는 위험이 따른다. 아직은 기존 항공기가 더 효율적으로 추진력을 낸다.

그럼에도 이온풍 항공기에 기대를 거는 것은 항공기 비행 소음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드론이 활성화하려 할 경우 이온풍 추진 방식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다가올 수 있다. 배렛 교수는 앞으로 10~20년 후에 배달, 촬영 또는 환경 모니터링용 드론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21일치에 실렸다.

 

출처
http://news.mit.edu/2018/first-ionic-wind-plane-no-moving-parts-1121

https://theconversation.com/ion-drive-space-engine-used-on-aircraft-for-first-time-107318?u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18/nov/21/first-ever-plane-with-no-moving-parts-takes-flight
논문보기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8-0707-9

http://news.mit.edu/2013/ionic-thrusters-0403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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