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영] 4차 산업혁명은 산업혁명이 아니다 벗님글방

econ-davos.png » 4차 산업혁명론은 지난해 초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부터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세계경제포럼 웹사이트

 

경제성장 없는 산업혁명인가?
 
 소위 4차 산업혁명은 산업혁명의 아류일까요?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만약 그렇다면 이상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어서입니다. 화폐로 측정된 생산성 증대가 크지 않아서인데요.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의 저자인 로버트 고든(Robert Gordon) 교수는 ‘미국의 향후 20년간 경제성장률이 1.2%’에 머물것으로 예견했습니다. 과거 증기기관과 전기의 발견과 같은 경제성장을 인공지능 등의 디지털 혁명으로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와 무인자동차의 등장은 경제성장률을 높일까요? 즉, 화폐로 표시된 GDP를 증가시킬까요?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부품의 수가 많게는 1/1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즉, 후방경제효과가 대폭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자동차 협력사의 수가 줄어들 것이며, 협력사 직원들은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합니다. 또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면, 지금의 자동차보다 그 가격이 낮아질 것입니다. 전기자동차의 대중화는 역설적이게도 GDP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무인자동차가 대중화된다면 어찌될까요? 그럴 경우 우리는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줄어들 겁니다. 어떤 견해는 무인자동차로 인해 자동차의 수가 1/5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전망입니다. 무인자동차는 오히려 GDP를 줄어들게 할 것입니다.
 더구나 무인자동차는 운송과 교통과 관련한 많은 직업을 사라지게 할 것입니다. 도시의 구조도 바꾸게 될 겁니다. 무인자동차는 궁극적으로 통근 거리를 늘릴 수도 있습니다. 도시가 수평적으로 확대되겠지요. 이는 건물과 땅의 가격 하락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과거의 MP3를 생각해 보시지요. MP3의 개발은 음악기기와 미디어 시장을 키웠을까요? 저작권 및 음악 스트리밍 시장은 제외하고 생각해 보시지요. MP3는 기기와 미디어 시장을 축소시켰습니다. 음악시장 자체도 축소되었으나, 최근 부활하는 추세가 되었습니다.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은 음악과 같은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MP3만 보자면 GDP를 축소시키지 않았을까요?
 고기, 우유 및 가죽을 공장에서 생산하는 개념인 농업2.0은 어떨까요? 소비자는 보다 안전하고 저렴하게 고기와 우유 등을 소비할 수 있으나, 기존의 축산업은 근본적으로 변혁할 것이며, 다수의 축산업 농가의 소득은 특정 기업에 집중되겠지요. GDP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 않겠으나, 줄어들게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기술은 GDP는 축소시켰으나, 소비자 효용은 극단적으로 크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양극화를 가속시키며 일자리의 변혁을 요구합니다. 고든의 논리는 틀리지 않았으나, 기존 경제학의 패러다임의 변환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2017070902020_0.jpg »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의 저자 로버트 고든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를 접으라고 말한다. 생각의 힘 제공


 미래사회 패러다임의 헤게모니 싸움 방불

 
 소위 4차 산업혁명은 산업혁명이 아닙니다. 그 내면을 파고들다 보면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이름이 매우 편향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어원은 독일의 ‘인더스트리(industrie) 4.0’입니다. (Industrie 4.0의 독일어 풀 네임은 eine vierte industrielle revolution, 영어로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입니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국가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수립한 것인데, 이 인더스트리4.0은 2011년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처음 공개된 것입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독일의 인더스트리4.0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가져왔는데요, 인더스트리4.0이 제조업 혁명이라면, 슈밥은 디지털 혁명, 생명과학기술 및 나노기술로 인해 정치, 경제 및 사회의 질적 변화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 것입니다.
 얄궂은 것이 하노버 산업박람회가 인더스트리4.0을 공개한 2011년에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제3차 산업혁명’을 발간했습니다. 리프킨의 제3차 산업혁명이 오히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보다 좀 더 먼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는 것은 재미있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헤게모니 싸움 같기도 합니다.
 어떻든 이 4차 산업혁명을 산업혁명으로 보는 것은 적절한 것은 아닙니다. 그 용어를 떠나서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정치, 경제 및 사회의 질적 변화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에릭 브린욜프슨은 이를 ‘제2기계시대’라 명명했습니다.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을 전망하고, 협력적 공유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피터 드러커는 지식기반사회라 불렀습니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후기정보사회라고 말했습니다.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특이점으로 명명했으며 <호모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신이 된 인간’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폴 메이슨(Paul Mason)은 포스트 자본주의(Post Capitalism)를 전망하고, 정책학자이며 미래학자인 예츠켈 드로어(Yehezkel Dror)는 ‘회피하고 싶은 21세기’로 그렸습니다. 필자는 앨빈 토플러에 대한 오마주로 이를 ‘제3의 물결의 본진(本震)’ 이라고 부릅니다.
 인류가 150세 이상 살 수 있는 사회, 뇌-기계 인터페이스(BMI=Brain Machine Interface)와 가상현실·증강현실·혼합현실(VR/AR/MR)의 결합으로 인해 인간의 감각과 경험이 달라지는 사회를 상상해 보세요. 동시통역기와 가상현실기기로 인해 언어 장벽과 거리 장벽이 사라지는 지구공동체를 꿈꿔 보시지요. 농업2.0, 즉 배양육으로 인해 굶주림이 사라진 사회를 그려보세요. 지식을 습득하고, 개발하는 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혁(필자는 이를 지식2.0(Knowledge 2.0)으로 명명했습니다.)되며, 화석연료에서 산업이 해방되고, 기존의 1차에서 3차산업의 고용률이 매우 낮아지는 미래를 생각해 보시지요. 이는 산업혁명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회입니다. 산업혁명보다 더욱 큰 물결이지요.
  

artificial-intelligence-2167835__340.jpg » 픽사베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 변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하는 미래를 잠깐 훔쳐 볼까요?
 인류의 극단적 수명연장은 인류에 대한 정의와 도덕체계의 변화를 요구할 것입니다. 산업혁명 직전의 귀족과 농노의 가치관이 산업혁명 이후 유지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체계는 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이상의 가치갈등을 우리는 우리의 후손과 겪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식전달 및 개발 체계의 변혁은 변화를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기업조직 및 정부조직 그리고 학교체계를 변화시킬 겁니다. 대니얼 데닛(Daniel Dennett) 교수의 포스트 인텔리전트 디자인(Post Intelligent Design)은 기존 연구실의 모습을 바꿀 겁니다. 디지털 오건(Digital Organ)과 포스트 인텔리전트 디자인(Post Intelligent Design)의 결합은 생명과학기술을 기하급수적으로 발전시키겠지요. BMI는 상거래의 방식도 변화시킬 것이나, VR/AR/MR의 새로움 개념과 인간의 경험을 새로운 차원으로 변혁시킬 겁니다. 교육은 지식의 전달이 아닌 비판정신과 지성을 함양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며, 단순 지식은 VR/AR/MR 및 BMI에 의해 키워지겠지요.
 동시통역기와 VR 기술은 언어의 장벽과 거리의 장벽을 허물 겁니다. 많은 사람이 디지털 국가의 시민이 되겠지요. 중기적으로는 물리적 국가의 국민과 디지털 사회의 시민인 2중 국적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전세계의 국민이자 특정 도시의 시민이 될 겁니다. (그 때가 되면, 민주주의의 의미를 지니는 민족주의가 우리나라에서 그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한 것은 우리나라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걱정됩니다.)
 
 

yoon1.jpg » 출처: http://www.daisyginsberg.com/work/improbable-africa

 합리적 미래가 아닌 뒤집어질 미래를 상상하자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상상하고 꿈을 꿀까요?

경제학은 과거의 경제현상을 명료하게 설명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과거의 경기변동이 반복하여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경제학의 공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복잡계이며 동적인 미래를 예측하는 데 경제학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고든이 소위 4차 산업혁명을 단순히 경제성장만으로 재단한 것과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장기적인 준비는 미래예측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미래예측(foresight)이란 일어날 일을 예견해서 정확히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대화와 미래에 대한 설계를 의미합니다.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불확실성의 시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미래예측이란 그래서 협치로서의 거버넌스를 필요로 합니다. 정부와 기업 및 비정부기구와 시민이 같이 참여하고 상상하고 설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독일은 이를 위해 정책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인더스트리4.0 플랫폼이 바로 정책 플랫폼입니다.(김인숙, 남유선, 4차 산업혁명, 새로운 미래의 물결)
 정책 수립 과정의 전체, 즉, 의제설정, 정책대안 도출, 정책결정, 정책집행, 정책평가 및 환류의 전 공정에 걸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를 전망하고 바람직한 미래에 대한 대화와 상상, 설계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위 예측적 거버넌스(anticipatory governance) 체계가 구축돼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20여년 전 드로어의 경고와 2017년 유발 하라리의 경고를 웃으면서 대응하기 위해 불가능한 미래를 상상해야 합니다. 짐 데이터(Jim Dator) 교수의 우스꽝스러운(Ridiculous) 미래를 상상해야 하며, 아서 클라크(Arthur Clarke)가 역설했듯이 상상력의 실패를 겪지 말아야 합니다. 고든의 클린 모델(Clean Model)을 버릴 줄 알아야 하며.(PAUL HIRSCH, STUART MICHAELS & RAY FRIEDMAN (1987). “Dirty hands” versus “clean models”: Is Sociology in Danger of Being Seduced by Economics?. Theory and Society, Vol. 16, No. 3), 슈밥의 상상력 부재를 비판할 줄 알아야 합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4.0이 아닌 한국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기획해야 하며, 임프로버블 아프리카(Improbable Africa)에서와 같이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한 미래가 아니라, 전도된 미래를 상상해야 합니다.
 
  윤기영/퓨처리스트·FnS컨설팅 대표
 synsaje@gmail.com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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