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영] 초장생 사회의 등장(1)-수명연장 기술의 발달 벗님글방

grandparents-2198053_960_720.jpg » pixabay.com  
  

2045년 영생 기술 완성을 주장한 커즈와일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매우 탁월한 팝 퓨처리스트다. 기술과 과학 발달로 인한 미래 변화에 대한 전망을 흥미위주로 제시하는 것이 그의 주된 활동이다. 그는 자신의 책 ‘특이점이 온다’에서 2045년이 되면 인류가 영생하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화의 속도보다 기대수명의 증가 속도가 같거나 늘어난다면 사실상 영생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주장이 매우 달콤하고 자극적이라서, 오히려 신뢰성이 가지 않는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보아, 우스꽝스러운(ridiculous) 주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리학자인 동시에 퓨처리스트인 미치오 카쿠(Michio Kaku)가 커즈와일을 기술 복음주의로 폄하한 이유를 알 만하다. 그러나 어쨌든 커즈와일은 인류가 영생의 단계에 다다르는 그날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자신만의 독특한 섭생법을 취하고 있다. 그의 상상력을 받아들이든 않든, 우리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앞으로 상당히 늘어나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해 볼 수 있다. 

p1.jpg » 한국인 기대수명 예측 변화(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1/03/2011010300087.html)

 

성과를 내기 시작한 수명 연장기술들


 그렇다면 인류의 수명은 얼마나 늘어날까? 일단 한국인에 국한해서 수명 연장 흐름을 살펴 보자.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2.3세로 전 세계에서 11위다. 2011년 1월3일치 <조선일보>에 소개된 박유성 교수팀과 통계청의 한국인 수명 예측 비교 도표를 보면, 박 교수팀의 예측이 통계청에 비해 실제 흐름을 더 정확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통계청은 기존 추세가 지속될 것을 가정한 추세외삽법으로 기대수명의 증가를 예측한 반면, 박유성 교수는 생명과학기술의 빠른 발전을 고려하여 기대수명의 증가를 예측했다. 예컨대 통계청은 1954년생이 80.1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했으나, 박 교수는 39.6%의 확률로 98세까지 살 것으로 전망했다.
 박 교수의 기대수명 예측은 꽤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도 최근의 수명연장 기술을 고려한 것 같지는 않다. 이미 노화 진행을 느리게 하는 노화 억제 기술이 임상실험에 들어갔고, 신화 속의 ‘젊음의 샘’이 실험실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것 등의 기술 흐름은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뇨병 약의 주성분인 메타포르민과 적포도주에서 추출한 레스베라트롤에 노화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현재 임상실험에 들어간 상태이다. 전자는 이미 의약품으로 활용되고 있고, 후자는 포도에서 나온 것이라 적어도 부작용으로 인해 승인을 받지 못할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의약품을 개발하는 쪽에서는 이들 약을 어렸을 때부터 복용할 경우, 각각 120세, 15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밖에도 다양한 노화억제제가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성공한다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노화 억제에 그치지 않고, 복용이나 시술을 통해 다시 젊어지는 기술도 연구중이다. 일부 연구는 포유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성공을 거뒀으며, 2027년에는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생명과학 기술이 희망대로 순조롭게 개발되고 상용화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인류의 극단적 수명 연장에 기여할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단순히 기대 수명만 증가하는 것은 그리스 신화의 티토누스의 저주를 내리는 것과 같을 수 있다. 2016년 WHO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 기대수명은 73.2세로 평균기대수명 82.3세와 9.1년 차이가 난다. 즉 9년간은 병원 신세를 지며 산다는 얘기다. 이는 기대수명 증가가 건강수명의 획기적 증가를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뜻한다. 건강하지 못한 노년기의 증가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일단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건강수명도 지금보다는 늘어날 것이다. 치매 예방과 치료제도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어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분화줄기세포 기술과 이를 이용한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은 노화된 인체 기관의 교체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생각보다 빨리 유의미한 기술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p2.jpg » 쥐를 대상으로 한 노화 억제 실험. http://www.telegraph.co.uk/science/2016/12/15/scientists-reverse-ageing-mammals-predict-human-trials-within/  

 희망과 위험을 함께 내재한 '양날의 칼'


 지난 미국 대선에서 포스트휴먼(Post Human)당의 당수인 졸탄 이스트반(Zoltan Istvan)이 대선에 출마했다. 퓨처리스트이기도 한 이스트반의 선거 공약은 미국인의 영생이었다. 그는 군사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을 생명연장 기술 연구로 돌리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류의 무차별적인 기대수명 증가는 한편으로는 최신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CRISPR=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만큼 위험할 수도 있다.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해 우리는 DNA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저장하거나, 마이클 잭슨의 ‘We Are The World’를 MP3나 FLAC 포맷으로 녹음할 수도 있다. 인류는 CRISPR 기술을 이용하여 용과 유니콘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혹은 정확한 특질을 포함한 GMO 동물과 식물도 지어낼 수도 있다. 심지어는 인류의 면역 시스템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병원균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생명과학 기술은 그만큼 가능성과 위험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기술이다.

윤기영 퓨처리스트/에프엔에스컨설팅 대표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페이스북 페이지 '미래가 궁금해'
트위터 '곽노필의 미래창'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