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지구촌 인구 80%, 빛공해서 산다 지구환경

light1.jpg » 빛공해 3차원 지도 중 일부. CIRES 제공

인공 조명, 빛을 주고 별을 앗아갔다

 

 “얻은 것은 빛이요, 잃은 것은 별이다.”
1879년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뉴욕 거리에 처음으로 백열전구를 밝힌 이후 전기 조명은 현대 인류에게 불야성의 시대를 열어줬다. 인류는 환한 인공 조명 덕분에 한밤에도 집과 사무실, 야외 거리, 심지어 바다에서도 한낮처럼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인 모양이다. 오랜 세월 인류를 사색과 상상, 꿈의 세계로 이끌었던 밤하늘의 별들이 눈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인공 조명이 하늘의 별과 별자리를 가리는 야광 안개 노릇을 하고 있는 탓이다.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우리의 머리 위를 뒤덮었던 밤하늘의 별들은 도시에선 이제 더 이상 육안으로 보기 어려워졌다. 별자리 구경은 마음 먹고 천문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이벤트가 되고 말았다. 이제는 태어난 이후 은하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세대들이 다수를 점해가고 있다. 이들은 우주와 우리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고리를 잃어버린 채 태어난 셈이다. 이처럼 인공조명으로 인해 밤에도 낮처럼 밝은 상태가 유지되는 현상을 빛공해(light pollution)라고 부른다. 국제천문연맹(IAU)은 자연 상태의 밤하늘보다 10% 이상 밝은 상태(1제곱미터당 14마이크로칸델라 이상)를 빛공해로 규정하고 있다.

 

F10.large.jpg » 빛공해 정도를 6단계로 나눠 색깔별로 표시한 지도. 노란색부터 빛공해 지역으로 보면 된다. 전 세계인의 80%가 빛공해 지역에서 살고 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351EB10500000578-3635633-Light_pollution_is_a_growing_problem_in_the_majority_of_develope-a-10_1465585501326.jpg » 인공조명에서 나오는 빛의 산란으로 인해 밝게 빛나는 베를린의 하늘. 유튜브 갈무리


세계 빛공해 지도 완성

인구 80%가 빛공해 하늘 아래 살고

셋 중 하나는 은하수 구경도 못한다

 

현대 인류가 겪고 있는 빛공해는 어느 정도일까? 미국과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지난 10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최신 빛공해 지도를 작성해 발표했다. 이 지도에 따르면  지구촌 인구의 80% 이상이 인공조명에 오염된 하늘 아래서 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구의 99%가 빛공해로 오염된 밤하늘 아래서 산다. 특히 지구촌 인구의 3분의 1 이상은 이제 더 이상 지구를 품고 있는 은하수를 볼 수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  유럽에서는 인구의 60%, 북미에서는 인구의 80%가 그런 지역에서 산다. 땅 면적으로 보면 북위 75도~남위 60도 사이에 있는 세계 육지의 23%, 유럽 대륙의 88%가 밤하늘 빛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서유럽에서 여전히 옛적 밤하늘을 간직하고 있는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들 지역은 주로 스코틀랜드, 스웨덴, 노르웨이에 분포해 있다.

F11.large.jpg » g20 국가 중 인구비율로 본 빛공해 오염도 순위. 사우이가 1위, 한국이 2위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F12.large.jpg » G20 국가 중 면적 비율로 본 빛공해 오염도 순위. 이탈리아가 1위, 한국이 2위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한국의 빛공해, 세계 최상위권

 

한국은 빛공해 순위에서 어느 자리에 위치해 있을까? 단연 톱클래스다. 선진국 그룹에서 빛공해가 가장 광범위한 나라는 싱가포르, 이탈리아, 한국으로 꼽혔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나라 전체가, 이탈리아는 전체의 90%가, 한국은 89%가  빛공해 지역이다. 땅 크기가 한국의 100배에 이르는 미국은 거의 절반이 여기에 해당한다. 논문 공동저자로 참여한 댄 두리스코(Dan Duriscoe) 미 국립공원관리청 천문프로그램 매니저는 “옐로스톤 같은 몇몇 국립공원만이 어둠의 마지막 피난처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light3.jpg » 한반도와 그 주변지역의 빛공해 지도. 북한지역과 다른 지역이 크게 대조된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대한해협에서도 인공조명의 영향으로 밤하늘의 별들을 보기가 어려워졌음을 알 수 있다. http://cires.colorado.edu/artificial-sky

 

빛공해 청정국은 캐나다, 호주

 

빛공해가 가장 적은 나라는 캐나다, 호주 순이다. 호주는 전체 땅의 0.9%, 캐나다는 2.7%에 불과했다. 인구 비율로 본 빛공해 최소국은 아무래도 저개발국들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차드, 마다가스카르는 인구의 75% 가량이 빛공해가 없는 밤하늘 아래서 산다.

 

millan.jpg »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찍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밤. 왼쪽이 2012년, 오른쪽이 2015년 모습이다. 3년 사이에 중심가의 조명이 엘이디도 대거 교체되면서 훨씬 밝아졌다. nasa 제공

 

엘이디 조명이 빛공해를 확산시킨다


특히 에너지 효율이 높은 엘이디(LED) 조명 보급이 확산되면서 빛공해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많은 도시들이 가로등을 엘이디로 속속 교체하고 있다. 엘이디에 의한 빛공해 사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위성 사진이 있다. 2012년과 2015년에 각각 찍은 이탈리아 밀라노 지역의 밤 사진이다. 2012년에 찍은 밀라노의 밤은 상대적으로 어둡고 노란색 빛이 난다. 그러나 2015년의 사진은 푸른빛이 감도는 하얀색으로 훨씬 더 환하게 빛난다. 밀라노 중심가의 가로등이 에너지효율이 높은 LED 조명으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엘이디 조명이 내뿜는 파란색 빛은 다른 색보다 공기 중에 훨씬 더 잘 퍼져나간다. 파란색은 사람의 눈에도 더 잘 띈다. 연구진은 세계의 도시들이 모두 조명을 엘이디로 바꾸면 밤하늘이 지금보다 2배 더 밝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제는 빛의 효율성만 보지 말고, 빛의 질에도 관심을 갖고 좀더 부드러운 엘이디 개발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자연 생태계와 인간 건강에도 나쁜 영향


새논문의 공동저자인 이탈리아 빛공해과학기술연구소의 파비오 팔치(Fabio Falchi) 박사는 “생생한 밤하늘을 볼 수 없다는 건 문화적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빛공해를 문제 삼는 것이 단순히 자연이 선사한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나치게 강한 인공조명은 자연생태계는 물론 사람의 건강에도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나무들은 인공 조명으로 광합성 작용에 교란이 일어나면서 계절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달빛을 나침반 삼아 바다를 찾아가는 아기 바다거북은 인공 조명에서 나오는 빛과 달빛이 뒤섞이는 바람에 바다를 찾는 데 애를 먹는다. 환한 불빛은 또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는 등 인간의 생체리듬과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빛공해는 미래세대를 위해 자연을 보존하고 보호해야 할 임무는 낮뿐 아니라 밤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번에 내놓은 빛공해 지도가 그동안 다른 환경 이슈에 비해 덜 주목받았던 빛공해 문제에 대한 새로운 각성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light7.jpg » 미 콜로라도주 공룡화석유적공원에서 본 밤하늘의 별들. Dan Duriscoe 제공(<사이언스> 온라인판에서 재인용)

 

이번에 나온 아틀라스는 2001년에 이은 2번째다. 당시와는 다른 위성(수오미 NPP) 데이터와 3만곳의 지상 관측 데이터를 사용해 업데이트했다. 관측 위성과 시간대가 달라 두 지도 사이의 직접 비교는 불가능했다고 한다. 

세계 각 지역의 빛공해 상태를 지도상에서 확인하려면 여기(http://cires.colorado.edu/artificial-sky)를 찾아보면 된다.

 

관련기사
http://www.sciencemag.org/news/2016/06/nighttime-light-pollution-covers-nearly-80-globe?utm_campaign=news_daily_2016-06-10&et_rid=17776030&et_cid=551146

http://www.livescience.com/55047-light-pollution-world-sky-atlas.html?cmpid=NL_TND_weekly_2016-6-13

http://www.dailymail.co.uk/sciencetech/article-3635633/Shocking-interactive-map-reveals-extent-light-pollution-globe-shows-one-three-t-Milky-Way.html

http://mashable.com/2016/06/10/atlas-of-light-pollution-milky-way/?utm_sid=549b9c4d897e2ca04d52ca06&utm_medium=email&utm_campaign=daily&utm_source=newsletter&utm_cid=mash-prod-email-topstories&utm_emailalert=daily#Yj7iwjVLDSqk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6-06/uoca-mwn060316.php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 보기
http://advances.sciencemag.org/content/2/6/e1600377

2001년 발표한 논문 보기
http://www.lightpollution.it/cinzano/download/0108052.pdf

2009년 연구-빛공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http://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627884/
밀라노의 2012년과  2015년 야간 조명 비교
http://www.techinsider.io/astronaut-photos-light-polution-led-nasa-esa-2015-8 

빛공해 지도 검색

http://cires.colorado.edu/artificial-sky

빛공해 3차원 지도

https://www.arcgis.com/home/webscene/viewer.html?webscene=a5411b2f3d4e4c87b868023b2fa48f35&viewpoint=cam:-91.77502696,35.00035797,11113761.618;12.252,0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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