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기후 엑소더스'…유럽 지정학을 흔든다 지구환경

hot1.jpg » 사막에서 불어닥친 모래폭풍으로 먼지에 뒤덮인 쿠웨이트의 하늘. © Molly John, Flickr, Creative Commons.

 

더욱 뜨거워지는 열사의 나라들

다른 지역보다 2배나 빠른 기온상승

중동·북아프리카 5억5000만명 어쩌나

 

유럽이 난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극단주의자들의 전쟁이 주는 공포와 피폐한 일상에 찌든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 대륙으로 엑소더스를 감행하고 있다. 한 해 수십만명이 노후한 배에 목숨을 내맡기고 지중해를 건넌다. 혹자는 이를 두고 1600년 전 서로마제국을 침몰시키고 유럽 정치지형을 확 바꿔버린 게르만족의 대이동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21세기 중반에는 새로운 유형의 유럽행 엑소더스가 벌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전쟁을 피하거나 일자리를 찾아서가 아니라 극심한 기후 변화를 피해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나는 행렬들이 이어진다는 것.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는 현재 29개국에 걸쳐 5억5000만명이 살고 있다.

 

red-sea-67618_960_720.jpg » 위성에서 내려다 본 거대한 모래폭풍. 이집트에서 홍해를 건너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기다란 벨트처럼 뻗어 있다. pixabay.com


어떻게 된 연유일까? 지구 온난화는 빙하를 녹여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가뭄, 홍수 같은 기상 이변을 일으킨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중엔 여름철 폭염도 빼놓을 수 없다. 막스플랑크화학연구소와 사이프러스연구소는 최근 과학저널 <기후변화>(Climatic Chang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여름 기온이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급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특히, 지난해 파리 기후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지구 기온 상승  ‘섭씨 2도 이내’ 억제라는 목표가 지켜지더라도 이런 시나리오는 현실로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445.jpg »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늘어날 경우(RCP8.5) 21세기 중반 겨울 기온은 2.5도(왼쪽), 여름 기온은 5도(오른쪽) 높아진다. 보고서에서 인용.  


2050년 여름 46도, 폭염 80일…누가 견뎌낼까

 

이 지역은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더운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여름 최고기온이 평균 43도에 이른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 지역의 기온 상승 속도가 다른 곳보다 2배 이상 빠르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1986~2005년의 기후 측정자료와 26개 기후 모델을 기초로 삼아 21세기 중반(2046~2065년)과 말기(2081~2100년)의 기후변화를 예측한 결과,  21세기 중반 이 지역의 여름 기온은 섭씨 46도를 웃돌 것으로 나왔다. 21세기 말에는 한낮 기온이 50도까지 올라갈 수도 있을 전망이다.
덩달아 폭염 기간도 크게 늘어난다. 1986~2005년 기간중 이 지역의 폭염 기간은 평균 16일이었다. 1970년 이후 30여년 사이에 두 배로 늘어났다. 그런데 앞으로는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진다. 연구진 계산에 따르면, 21세기 중반에는 폭염 기간이 80일로 5배나 늘어난다. 204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한다고 가정해도, 폭염 기간은 21세기 말 118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사흘에 하루꼴로 폭염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폭염이 200일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밤에도 찌는 듯한 더위는 계속된다. 한밤중 기온이 21세기 중반부터 30도를 웃돌기 시작해, 21세기 말에는 34도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이런 악조건을 견디며 살아나갈 사람이 있을까?

 

hot2.jpg » 사막으로 뒤덮인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 일대. 구글 지도

 

사막의 모래먼지로 뒤덮이는 하늘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 먼지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대기 중의 사막 모래먼지는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지역에서 21세기 들어 최대 70%까지 증가했다. 가뭄이 길어지면서 모래폭풍 횟수가 늘어난 것이 주된 원인이다. 가뭄의 장기화는 물 부족 사태를 불러 농업 등 경제에도 피해를 입힌다. 세계은행은 물 부족으로 인한 중동지역의 경제적 피해 규모가 205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4%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사하라사막 주변국들도 GDP의 12%에 이르는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러 악조건이 겹쳐지면서 상당수 주민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의 탈출을 시도하게 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내다봤다. 요스 렐리벨드(Jos Lelieveld) 막스플랑크화학연구소장은 “늘어난 폭염과 사막 모래폭풍은 일부 지역을 불모지로 만들 수 있다”며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민들의 생활이 위험에 처할 정도로 기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hot3.jpg » 모래폭풍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들. UNHCR

 

여름 기온 상승이 겨울보다 높아

사하라 등 사막이 기온 증폭 효과


연구진은 두 가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별로 기후 변화의 정도를 예측했다. 첫번째는  RCP4.5 시나리오다. 온실가스 배출이 204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시나리오다. 두번째는  RCP8.5 시나리오다. 인간이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이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지금과 같은 추세(business-as-usual)로 계속 증가한다는 가정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구 표면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4도 이상 올라간다.
두 시나리오에서 모두, 앞으로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기온이 가장 크게 상승하는 때는 겨울이 아닌 여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보다 겨울 기온 상승폭이 더 높은 다른 대부분의 지역과는 대조적인 결과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연구진은 사하라 등 사막의 증폭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기온이 올라가면 물이 증발하면서 지표면의 열을 빼앗아간다. 하지만 사막은 이런 완충 역할을 하지 못한다. 덥고 건조한 환경이 이산화탄소의 온실 효과와 물 증발 간의 불균형을 심화시켜 기온 상승을 더 부채질한다.

 

hot4.jpg »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 유럽대륙에 도착한 북아프리카중동지역의 난민들. transcend.org

 

21세기 유럽 지정학의 새로운 변수 될 수도

 

연구진은 어떤 시나리오이든간에 폭염이 심해져 이 지역의 생활 여건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결국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존을 위해 이 지역을 탈출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할 것이다. 그 숫자는 적어도 수백만명에 이를 것이다. 유럽행 난민 행렬의 주축인 시리아 난민을 만들어낸 시리아 내전도 사실은 가뭄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3년에 걸친 극심한 가뭄에 정부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것이 반정부 시위를 촉발시킨 주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현대 인류 문명이 유발하는 급격한 지구 온난화가 21세기 유럽 지정학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기세다.

*참고 : MENA(중동·북아프리카) 29개국=알제리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바레인 사이프러스 지부티 이집트 조지아 이란 이라크 이스라엘 요르단 쿠웨이트 레바논 리비아 모리타니 모로코 오만 팔레스타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튀니지 터키 아랍에미리트연합 서사하라 예멘

출처
http://www.futuretimeline.net/blog/2016/05/4.htm#.VyqTJp5JmUk
http://www.techinsider.io/global-warming-migration-middle-east-north-africa-2016-5

 
논문 원문 보기
http://link.springer.com/article/10.1007%2Fs10584-016-1665-6 

사진 출처

https://www.transcend.org/tms/2016/03/the-global-refugee-crisis-humanitys-last-call-for-a-culture-of-sharing-and-coop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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