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카메라, 동물의 눈으로 세상을 찍다 기술IT



software-animal-color-vision.jpg » 도마뱀과 그 주변 풍경. 왼쪽이 사람 눈에 비친 것, 오른쪽은 도마뱀 눈에 비친 모습. Jolyon Troscianko.

 

동물 눈에 비친 이미지로 바꿔주는 소프트웨어 개발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거실 수족관의 물고기 눈에도 세상 풍경이 나와 똑같이 보일까? 아니라면, 강아지 눈에는 세상 풍경이 어떻게 비칠까? 한 번쯤 가져봤을 법한 호기심이다.
세상은 하나이지만, 동물들의 눈에 보이는 세상 풍경은 천차만별이다. 예컨대 인간과 영장류를 제외한 다른 포유류들은 빨강색을 구분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세상은 총천연색이 아닌, 비교적 단순한 색의 세계로 비친다. 신체조건과 서식 환경 등이 다르면 생존에 필요한 능력도 다를 것이다. 그들이 생존하는 데는 굳이 사람과 같은 다양한 색감은 필요치 않은 모양이다.

영국 엑세터대 연구진이 우리 눈에 비친 세상을 동물들의 눈에 비친 세상으로 바꿔 보여주는 카메라 기술을 개발해 최근 공개했다. 엑세터대 졸리온 트로시안코(Jolyon Troscianko)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이미지상의 색을 여러 층으로 분할한 뒤, 그것을 새로이 조합해 동물들의 시야로 바꿔줄 수 있다”며 “이로써 인간과 동물의 눈에 비치는 광경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software-animal-color-vision-2.jpg » 지치과 식물의 꽃. 왼쪽이 사람 눈에 비친 것이고 오른쪽은 꿀벌 눈에 비친 것이다. 사람의 눈엔 균일한 자줏빛 꽃일 뿐이지만, 꿀벌의 눈은 꽃 윗부분에서 자외선 빛을 본다.Jolyon Troscianko.

 

영장류는 3색각, 포유류는 2색각, 곤충은 4색각

 

연구진에 따르면, 인간과 영장류는 3가지 기본색(빨강, 파랑, 초록)을 모두 구분할 수 있는 눈을 갖고 있다. 반면 다른 포유류들의 색각은 일반적으로 파랑과 노랑에만 민감하다. 사람으로 치면, 이른바 적녹색맹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과 영장류가 동물군 중에서 가장 다양하게 색상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새와 파충류, 양서류, 그리고 곤충들은 네가지 또는 그 이상의 색각을 갖고 있다. 이들 중에는 자외선까지 볼 수 있는 것들도 많다. 꽃을 자외선으로 보면 놀랍다. 자외선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꿀벌 같은 꽃가루 매개자를 유혹하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자외선은 새와 파충류, 곤충들이 짝을 유혹하기 위해 몸을 화려하고 섹시하게 보이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런 동물들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이 동물들의 세상 보는 방식을 알려면 자외선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자외선은 특별한 카메라 장비의 도움 없이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a2.jpg » 자외선 영역과 가시광선 영역을 한 카메라에서 동시에 찍을 수 있는 필터 슬라이드 장비. Jolyon Troscianko.

 

자외선 투과 필터, RAW파일 등 필요

 

이 작업을 하려면 몇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우선 카메라가 가시광선 영역만이 아니라 모든 스펙트럼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가시광선 투과 필터로 찍은 사진과 자외선투과 필터로 찍은 사진을 결합해 사진을 변환할 수 있다. 또  이미지는 로(RAW) 파일 저장이 가능해야 한다.  로 파일은 이미지로 변환하기 전의 데이터 파일이다. 이미지를 생성하려면 별도의 이미지 변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개의 DSLR 카메라와 미러리스 카메라에는 이 기능이 있다. 더욱 상세한 것은 소프트웨어에 딸린 매뉴얼을 보면 된다. 또 이미지 편집도구인 ‘이미지 제이’(ImageJ)도 설치해야 한다. 이 이미지 편집기는 2004년 미 국립보건원이 개발해 무료로 공급하는 것이다.

 

a1.jpg » 연구진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구동 화면.

 

그런 다음 연구진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멀티스펙트럼 이미지 보정 및 분석 도구’(‘Multispectral Image Calibration and Analysis Toolbox)를 이용하면, 다양한 동물들의 눈에 비친 세상 풍경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연구진은 졸리온 박사의 웹사이트에 소프트웨어를 올려놓고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세한 사용법 설명도 곁들였다.
소프트웨어 이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소프트웨어에 올라 있는 동물 목록에서 원하는 동물을 선택한다. 그러면 소프트웨어가 카메라를 어떻게 세팅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런 다음 사진을 찍고, 그것을 컴퓨터에 올린다. 그러면 소프트웨어에 내장된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색을 여러층으로 분리해 해당 동물의 눈에 비치는 색으로 사진을 변환시킨다.

 

필요 장비 및 소프트웨어 사용법 설명 동영상

  

동물 세계를 들여다보는 또 하나의 창

 

일반인들이 이런 조건과 장비를 갖추기에는 다소 버거워 보인다. 연구진이 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공급하는 기본 목적은 다양한 동물 연구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동물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알게 되면, 그 동물의 세계를 훨씬 더 잘, 그리고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연구의 세계에서 '역지사지'를 구현해줄 수 있는 도구라고나 할까? 동물 연구자들은 이제 동물과 소통하고, 동물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창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연구진은 이 소프트웨어가 동식물의 신호, 위장술, 포식 행위에 대한 연구에 특히 유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전문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호기심과 의욕이 넘치는 사진 애호가들도 한 번 도전해볼 법하다. 동물들의 시각을 결합한 새로운 사진 예술의 세계를 만들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1.jpg » 사람 눈에 비친 풍경(위)과, 고양이 눈에 비친 풍경(아래). http://nickolaylamm.com/art-for-clients/what-do-cats-see/

 

이번에 내놓은 소프트웨어가 동물들의 눈에 비친 세상을 100% 재현해 주는 것은 아니다. 동물은 사람에 견줘 색각뿐 아니라 시야각도 다르고, 시력도 다르다. 예컨대 고양이는 근시다. 6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물체는 희미하게 인식한다(참고: 고양이 눈에 비친 세상 풍경). 이 소프트웨어는 이런 여러 차이 중에서 색감만을 뽑아내 보여주는 장치이다.
이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 대한 내용은 공개저널 <생태학과 진화 방법론>(Methods in Ecology and Evolution)에 소개돼 있다.

 

소프트웨어 및 사용법 다운로드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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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exeter.ac.uk/news/featurednews/title_464544_en.html?utm_source=exeter.ac.uk&utm_medium=billboard&utm_campaign=HomeAnimalvision
 http://www.gizmag.com/software-animal-color-vision/38826/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5/08/150806112103.htm
  논문 원문
   http://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2041-210X.12439/abstract
 
참고
http://webecoist.momtastic.com/2009/01/14/animal-vision-color-detection-and-color-blindness/
개와 고양이 비교
http://animaleyegroup.com/what-do-dogs-and-cats-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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