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개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훔쳤을까 생명건강

 natural-oxytocin.jpg » 개와 인간은 서로 응시하면서 양성 피드백을 하는 관계이다. http://www.ourstressfullives.com/natural-oxytocin.html   


개와 사람, 서로 눈 쳐다보며 교감
아기와 엄마간의 상호응시와 비슷

 

 만일 당신이 반려견을 ‘내 새끼’로 여긴다면, 당신은 과학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반려견이 인간의 눈을 응시할 때 인간의 몸 속에서는 ‘엄마와 아기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반응’과 똑같은 호르몬 반응이 일어난다”고 하니 말이다. 인간과 다른 종 사이에서 호르몬을 통한 유대관계가 형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개가 수천년에 걸친 진화를 통해 인간의 친구가 된 과정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애완견이 ‘인간의 유대관계 성립 메커니즘’을 하이재킹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도우미견(service dog)이 자폐증이나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고 볼 수 있다.”고 듀크대의 동물 인지능력 전문가인 브라이언 헤어 박사는 논평했다(헤어 박사는 이번 연구에 관여하지 않았다).
 개가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예컨대 당신이 손가락으로 어떤 사물을 가리킨다면, 개는 그 사물이 있는 곳을 쳐다볼 것이다. 이것은 개가 직관적으로 당신의 의도(너에게 뭔가 보여줄 게 있어)를 읽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뻘인 침팬지조차도 갖고 있지 못한 능력이다. 인간과 개가 상호작용할 때는 서로의 눈을 쳐다보는데, 개의 가까운 친적인 늑대는 상대방이 자기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 것을 적의로 해석하지만, 개는 이것을 이해와 애정의 표시로 받아들인다.
 일본 아자부대의 키쿠수이 타케푸미 교수(동물학동학)는 개와 사람 간의 상호응시(mutual gazing) 현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키쿠수이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옥시토신을 연구해 왔는데, 옥시토신은 엄마와 아기 간의 유대관계, 인간 간의 신뢰, 이타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엄마가 아기의 눈을 쳐다보면 아기의 혈중 옥시토신 농도가 상승하는데, 그러면 아기도 엄마의 눈을 쳐다보게 되며, 이것은 다시 엄마의 옥시토신 농도를 상승시키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이라고 하는데, 아기가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동안 엄마와 아기 간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sn-bonding.jpg » 늑대는 상대방이 자기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 것을 적의로 해석하지만, 개는 이것을 이해와 애정의 표시로 받아들인다. sciencemag.org

 

 15년 이상 애완견을 길러 왔던 키쿠수이 교수는 “인간과 개 사이에서도 엄마와 아기 사이에 일어나는 양성 피드백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나는 반려견을 사랑하며, 늘 애완동물을 넘어선 파트너로 느끼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개와 인간이 그렇게 가까운 이유는 뭘까? 개와 인간이 그렇게 친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유는 뭘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고 키쿠수이 교수는 설명했다.
 키쿠수이가 이끄는 연구진은 친구와 이웃들 30명을 설득하여, 반려견을 데리고 연구실을 방문하게 했다. 또한 늑대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사람들 몇 명도 간신히 섭외했다. 연구진은 먼저 애완동물과 소유자들로부터 각각 소변을 채취한 후, 소유자들에게 부탁하여 30분 동안 애완동물들과 같이 놀게 했다. (30분 동안 소유자들은 자신의 애완동물을 쓰다듬고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동안 소유자가 애완견과 눈을 맞춘 시간은 제각기 달라 짧게는 몇 초~ 길게는 몇 분이었다. 그러나 - 사실 놀랄 만한 일은 아니지만 - 늑대는 주인과 눈을 맞추지 못했다.) 30분이 지난 후, 연구진은 주인과 애완동물의 소변을 다시 한 번 채취했다.
 
응시 시간 길수록 옥시토신 농도 급증
 
 
 소변 분석 결과, 반려견과 주인의 상호응시는 양자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인과 눈을 맞춘 시간이 긴 반려견들의 경우, 암수 가릴 것 없이 옥시토신 농도가 130% 증가했으며, 주인들의 경우 남녀 상관없이 옥시토신 농도가 300%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키쿠치 자신도 아니타와 자스민이라는 푸들 두 마리를 데리고 이번 연구에 참가하여, 각각 옥시토신 농도 증가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반려견과 눈을 맞춘 시간이 매우 짧은 사람들은 옥시토신 농도가 거의 증가하지 않았으며, 늑대와 그 소유주들의 경우에는 옥시토신 농도가 전혀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두 번째 실험에서, 연구진은 반려견들의 코에 사전에 옥시토신 분무제를 뿌린 다음 주인과 함께 놀게 했다(이번 실험에서는 늑대를 제외했다. 왜냐하면 늑대의 코에 뭔가를 뿌렸다가는 연구진이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암캐의 경우에만 주인과의 눈맞춤 시간이 150% 증가하고 옥시토신 농도가 3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옥시토신 분무제를 투여받은 수컷은 아무런 변동이 없었고, 식염수 분무제를 투여받은 반려견들은 암수 모두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1024px-Mother-Child_face_to_face.jpg » 인간-개의 상호작용은 엄마-아기의 상호작용과 똑같이 옥시토신의 양성 피드백 작용을 일으킨다. 위키피디아

 

이번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개의 상호작용은 엄마-아기의 상호작용과 똑같이 옥시토신의 양성 피드백 작용을 일으킨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과학저널 <사이언스> 4월 16일자에 발표했다(http://www.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ence.1261022). 한편 옥시토신 분무제가 암캐에게만 영향을 미친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이렇게 설명했다: “옥시토신은 암컷의 생식, 특히 분만과 수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옥시토신의 양성피드백이 개의 가축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늑대가 개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들만 인간의 보호와 사랑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옥시토신의 양성피드백은 인간의 진화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옥시토신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데, 스트레스가 낮으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옥시토신은 개의 가축화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호주 모나시 대학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제시카 올리버는 말했다. 올리버는 최근 “옥시토신이 개의 `인간 지시 이해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http://link.springer.com/article/10.1007%2Fs10071-015-0843-7).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우리가 반려견을 `내 새끼`처럼 여긴다면, 반려견도 우리를 `내 어미`로 여길까? 이에 대해 올리버의 말을 들어 보자. “상호응시는 진공상태에서 일어난 것이 아닌 만큼, 대부분의 개들은 눈맞춤을 먹이나 놀이와 연관시켰을 것이다. 눈맞춤 외에, 먹이와 놀이도 옥시토신 농도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반려견을 `내 새끼`처럼 여긴다고 해서, 반려견들이 우리를 `내 어미`로 여긴다고 말하는 건 오버다. 반려견과 인간은 그저 가끔씩 메시지를 주고받는 `좋은 친구`일 뿐”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5899&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4-21 
http://news.sciencemag.org/brain-behavior/2015/04/how-dogs-stole-our-hearts?hc_location=u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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