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개와 고양이, 물 마시는 법도 다르네 생명건강

dog_and_cat_friendship-wallpaper-1920x1080.jpg » 다정하게 놀고 있는 개와 고양이. 대표적인 두 반려동물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사진은 wallpaperswide.com서 인용.

 

생각보다 큰 두 반려동물의 습성 차이

 

개와 고양이는 집에서 기르는 대표적인 반려동물이다. 서구에선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가구 수가 엇비슷하지만, 한국의 경우엔 개를 기르는 집이 압도적이다. 미국의 경우엔 3가구당 1가구꼴로 반려동물을 기르는데, 개를 기르는 집은 4300만가구(7200만나리), 고양이를 기르는 집은 3700만가구(8200만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엔 5가구당 1가구꼴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가운데 반려견이 440만마리, 고양이가 116만마리로 개가 고양이의 4배에 이른다는 농축산검역본부의 2012년 통계가 있다.
개와 고양이는 같은 반려동물이지만 유전학적으로는 좀 거리가 있다. 우선 개는 무리를 지어 다니는 늑대의 후손이다. 고양이는 홀로 다니는 아프리카 들고양이의 후손이다. 개가 꼬리를 치며 주인을 따르고, 고양이가 도도한 척하는 습성은 이들의 조상 유전자가 아직도 면면히 내려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체적으로 두드러진 차이는 고양이는 발톱을 숨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반면, 개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먹이를 잡는 습성에서도 둘은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개는 먹이가 도망가기 전에 재빠르게 달려가 낚아채는 방식으로 먹이를 획득한다. 반면 고양이는 먹이가 눈치채지 않게 살금살금 다가간다.
  그렇다면 두 반려동물이 물을 마시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품은 과학자들이 초고속 촬영 영상 분석을 통해 두 반려동물의 물 마시는 모습을 과학의 눈으로 살펴봤다. 똑같이 네 발 달린 짐승들이니 언뜻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들 법하다. 과학자들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자세히 살펴본 결과는 매우 큰 차이를 보였다. 
 

 

혀를 물 속에 집어넣고 물을 말아 올리는 개

 

우선 개는 고양이에 비해 물을 마시는 모습이 좀 요란하다. 개과 동물은 뺨이 넙적하지 않고 턱이 길쭉해, 사람처럼 입을 오무려 물을 들이킬 수 없는 구강구조를 갖고 있다. 대신 우리가 잘 알고 있듯, 혀를 쭉 늘어뜨린 채 철벅거리며 물을 핥아 마신다. 물리학자들이 고속 카메라로  개의 물 마시기에 숨어 있는 유체역학을 들여다봤다. 비디오에서 보듯, 개는 물 속으로 혀를 꽂아넣는다. 그러면서 마치 국자처럼 혀를 아랫쪽에서부터 구부려 말아올린다. 말아올린 혀 안에는 한 웅큼의 물이 담겨 있다. 이를 재빨리 입 속으로 집어넣으면 물도 관성에 따라서 입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회 유체역학부문 정례회의에서 버지니아공대와 퍼듀대 합동연구팀이 발표한 내용이다. 개가 물을 마신 곳 주변 마룻바닥엔 개가 흘린 물이 흥건한 데서도 알 수 있듯, 이 과정은 그렇게 정교한 것은 아니다.

 

 

 

혀 끝으로 물 표면을 찍어 물을 들어올리는 고양이

 

 고양이는 어떻게 마실까? MIT 연구진이 분석한 것을 보면, 고양이도 개와 비슷하게 턱을 늘어뜨린다. 그러나 고양이는 개처럼 혀로 물 표면을 가르지 않는다. 마치 물에 도장을 찍듯, 혀 끝을 물 표면에 갖다댄다. 그러면 물이 고양이의 혀에 달라붙는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혀를 입 안으로 넣으면 물도 빨려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물을 밑으로 끌어당기는 중력과, 혀에 계속 붙어 있으려는 물의 관성이 서로 힘 겨루기를 한다. 물을 충분히 마시려면, 중력이 관성을 압도하기 전에 재빨리 혀를 입 안으로 집어넣어야 한다. 고양이가 물을 마시는 데는 이처럼 중력과 관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셈이다. 물론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물이 입 안으로 들어간 다음엔 재빨리 입을 다물어야 한다. 입 안으로 들어간 물이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양이가 물을 흘리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개에 비하면 물을 깨끗이 마시는 편이다. MIT 연구진은 고양이 혀를 본딴 로봇혀를 제작해, 고양이가 물 마시는 모습 뒤에 숨어 있는 물리학 법칙의 작동 과정을 동영상으로 확인했다. 

 

고양이는 왜 절반만 길들여졌을까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가장 피부로 느끼는 개와 고양이의 차이는 주인과의 스킨십이다. 개는 틈만 나면 주인의 스킨십을  받고 싶어하지만, 고양이는 주인과 거의 스킨십을 하지 않는다.
같은 반려동물임에도 고양이가 이렇게 사람과 좀 거리를 두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집고양이 게놈지도를 처음으로 완성한 웨스 워렌(Wes Warren) 워싱턴대 유전학 교수에 따르면, 그 이유는 고양이한테는 야생시절의 습성이 상당히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워렌 교수는 고양이는 개와 달리, 절반만 길들여졌다고 말한다.

 

05146956_P_0.jpg » 고양이보다 오래 전에 길들여진 개들은 사람과의 스킨십을 좋아한다. 한겨레신문 박미향 기자


  그는 집고양이와 들고양이의 DNA 비교분석을 통해 그 연유를 캐나갔다.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두 그룹은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9000년 전부터 분화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추수기가 되자 사람의 주거지 주변에 곡식을 찾아 동물들이 몰려들었다. 그 중에는 쥐도 있었다. 고양이들 역시 쥐를 찾아 농가로 다가왔다. 고양이를 본 쥐들은 감히 범접을 하지 못했다. 이를 기특히 여긴 사람들은 보상으로 고양이들에게 음식을 주기 시작했다. 이 보상 시스템이 고양이들을 사람 주변에 머물도록 이끈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인간이 주는 음식에 익숙해지면서 고양이들 역시 온순해졌고, 이것이 자연선택 과정을 거치면서 집고양이의 게놈을 변형시킨 것이라고 설명한다.
 

 03590785_P_0.jpg » 고양이들이 사람과 스킨십을 달가와하지 않는 것은 아직 야생 습성이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겨레신문 곽윤섭 기자

 

그렇다면 고양이에겐 왜 아직도 야생 습성이 남아 있을까? 과학자들은 집고양이는 들고양이와 계속해서 교배를 해왔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그래서 고양이가 오늘날과 같은 반려동물이 된 것은 불과 200여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덕분에 9천년이 지났어도 고양이들 습성에는 변하지 않은 것들이 꽤 있다. 무엇보다 집고양이들은 육식동물 가운데 청력이 가장 좋다.  사람보다 5~6배, 개보다도 2배나 좋다고 한다. 이는 고양이에게 먹이의 움직임을 신속하게 감지하는 능력을 부여했다. 또 고양이의 위장은 아직도 육식동물 특유의 고단백, 고지방 음식 소화력을 갖추고 있다. 고양이는 어떤 형태로든 고기를 먹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 반면 개는 기본적으로 육식동물이지만, 잡식성을 갖추고 있어서 고기가 없을 땐 채식으로도 연명해갈 수 있다. 이는 고양이 유전자가 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축화의 영향을 덜 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또 고양이는 단식을 견뎌내지 못한다. 몸 속에 저장돼 있는 지방을 분해해서 쓰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대신 먹이가 없으면 비지방조직을 분해해 연명한다. 그러나 이는 간지방증을 불러 고양이의 생명을 위협한다. 반면 개는 음식을 먹지 못할 경우 몸 안에 저장돼 있는 지방을 태워 쓰는 능력이 있어, 고양이보다 오랫동안 버틸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개는 1만1000~1만6000년 전 인간이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시절부터 인간의 친구 노릇을 했다. 오늘날의 개의 잡식성은 인간이 농경생활을 하게 되면서 인간에 맞춰 함께 진화한 데 따른 것이다. 

 이밖에도 개와 고양이의 차이점으로 거론되는 것들은 많다. 우선 반려견을 길러 보신 분들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개는 쉽게 훈련시킬 수 있다. ‘앉아’ ‘이리와’ 같은 기본적인 명령 정도는 불과 몇분 안에 익히기도 한다. 반면 고양이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훈련시키기가 어렵다.
대소변 가리기에선 고양이가 앞선다. 고양이는 1리터짜리 박스만 있으면 즉시 대소변을 가릴 수 있다. 사실 가르칠 필요도 없다. 본능적이기 때문이다. 개들은 대소변을 가리는 데 좀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개들은 끝까지 대소변을 못가리는 경우도 있다.

개의 이빨은 42개이고, 고양이는 30개이다. 개의 기억력은 불과 5분이다. 고양이는 16시간까지 기억할 수 있다.
이런 숱한 차이 때문에 개와 고양이는 앙숙관계로 묘사되기 일쑤이다. 하지만 실제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집들을 들여다 보면 개와 고양이는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유가 뭘까. 그 둘 사이에 주인이라는 매개체가 있어 서로간의 소통을 도와주기 때문은 아닐까? 아니면 같은 주인을 모셔야 하는 처지에서 오는 동병상련 때문일까?
  


참고자료
http://news.sciencemag.org/physics/2014/11/video-why-dogs-are-such-sloppy-drinkers?utm_campaign=email-news-latest&utm_source=eloqua
http://news.sciencemag.org/physics/2010/11/cats-tongues-employ-tricky-physics 
http://www.theatlantic.com/national/archive/2014/11/man-cat-dog-best-friend-pet/382740/
<사이언스>의 개 특집
http://www.sciencemag.org/site/extra/dogs/
유튜브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N-d2VRXkApA
http://youtu.be/63Ch2pNkZwU
고양이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3HuFXEDdjmA
 
개와 고양이의 차이점
http://healthypets.mercola.com/sites/healthypets/archive/2011/01/04/differences-between-pet-cats-and-pet-dogs.aspx
http://www.science20.com/news_releases/real_difference_between_cats_and_dogs
http://katzen.tistory.com/118 
http://elegantuniverse.tistory.com/95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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